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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과 미국땅 한인들
01/12/201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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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2018 1 13

김종훈 경제부장

 

오늘 영화 ‘1987’을 본다. 눈물을 닦을 휴지 두루마기 하나 들고 간다. 1987년 그 때 미국에 사는 한인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기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1986년 미국 7개 지역에 민주개헌 추진위원회가 만들어졌다. 한 달 만에 11000명의 서명을 받아 보냈다. 1987년에는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규탄’ ‘전두환 정권 영구집권 음모분쇄를 위한 단식투쟁이 뉴욕과 LA에서 이어졌다. 민주화 운동을 지원하기 위해 하루 1달러씩 모으자는 황토기금도 만들었다. 고문당하고, 옥살이 하고, 목숨을 잃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그런 위협이 없으니 더 허리띠를 졸라매고, 더 땀 흘리자고 다짐했다. 학업·생업을 한참 미루고 활동에 뛰어드는 젊은이들도 많았다. 19878 LA에서는 민족의 통일과 단결을 위한 해외동포대회가 열렸다. 직선제 개헌을 이뤄낸 6월 항쟁의 뜻을 되새기며 앞으로의 일을 계획했다. 캐나다·유럽·호주에도 모임이 만들어져 대회에 함께하며 뭉쳤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미국에 올 때 항상 시위대에 시달렸다. 한국에서는 폭력으로 시위를 진압하지만 미국에서는 합법적인 시위를 막을 수 없다. 그래서 전·노 전 대통령들은 항상 피해 다녀야 했다. 백악관 등 행사가 열리는 곳 앞에서는 물론이고, 묵고 있는 호텔, 심지어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군 기지 공항에서도 허가를 받아 시위를 벌였다.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는 대통령을 코 앞에서 바라보며 독재타도구호를 외치는 일도 자주 있었다. 이들이 가는 곳마다 가까운 지역 한인들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조금 먼 지역에서도 자동차로 하루 종일 이동해서 몇 시간 동안 시위를 하고 돌아가는 일도 많았다. 때문에 같은 사람들이 미 전국을 쫓아다니는 게 아니냐는 오해도 샀다.

 워싱턴DC에서는 1986년 문을 연 한겨레미주홍보원이 활동하고 있었다. 영문잡지 코리아 리포트를 발간하며 한국 소식을 알렸다. 미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군사정권의 인권탄압을 폭로하며 미국의 양심에 호소했다. 고 에드워드 케네디 연방상원의원 등이 한국 양심수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편지 등을 부탁하면 항상 거들어주며 힘을 보탰다. 또 미국에 있는 여러 나라 출신 인권단체들과 손을 잡고 서로 도우며 활동했다.

 이런 활동을 펼친 한인들이 가장 힘들었던 건 다름아닌 다른 한인들의 손가락질이었다. ‘빨갱이’ ‘친북’ ‘반정부주의자라고 욕을 먹었다. 또 욕을 하지는 않았더라도 철저히 외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억울해서 가슴이 찢어졌겠지만 잘 버텼다. 그랬더니 나중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너도나도 6월 항쟁을 지지했다. 그래도 미워하지 않고 함께 기뻐했다. 30년이 흘렀다. 그 때 활동을 이끌었던 단체 재미한국청년연합과 한겨레운동미주연합은 이제 없지만 미국땅에 깊은 발자취를 남겼다.  

 영화를 본 뒤 감격과 흥분보다는 답답한 가슴을 두드리게 될 것 같다. 기쁨은 잠시였고, 세상은 참 더디게 나아지기 때문이다. 영화를 만든 장준환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그 광장에 모여 외쳤던 사람들을 386이라고 하는데 이후 386세대들이 어떻게 살았나. 아파트값을 이렇게 올려놓고. 나는 이 영화가 끝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대체 그 순수함은 어디로 갔느냐는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는 영화이기를 바란다.”

 ‘아파트값을 이렇게 올려놓고란 말이 가슴을 찌른다. 젊은이들은 헬조선이라고 부른다. 정치·경제·사회 민주화는 아직 한참 더 나아가야 한다. 역사는 자주 어지러운 걸음으로 걷고 때로는 뒤로 간다. 이한열 열사 장례식에서 고 문익환 목사가 연설 대신 열사 26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울부짖으며 부를 때 그 먹먹했던 가슴은 미국땅 한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 나은 조국을 바라는 마음은 바뀌지 않을 게다. 그 순수함은 아직도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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