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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호흡으로
09/08/2015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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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호흡으로

 
신문사의 문예공모전 생활수기 심사를 맡은 지 3년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볼 땐 아주 영광 스러운 일이나 그 일이 만만치 않다. 마감날이 10일 정도 지나면 한 박스의 원고 뭉치가 집으로 배달된다. 응모 편수도 많은데다가 수기 한편당 원고지 50매로 길이가 지정 되었기에 읽어야 할 양이 방대하다. 대개 글의 도입부만 읽어보아도 알 것이나 신중에 신중을 기하기 위하여 전체를 샅샅이 읽는다. 등위와 상금이 걸린 공모전이니 만의 하나 나의 실수로 인한 불공정은 없어야겠기에 말이다.

읽다보니 많이 배웠다. '이렇게 써야 흥미가 있다거나, 이러면 읽히지 않겠다.' 를 객관적으로 살필 수 있었다. 짧은 산문만 쓰다가 50매 분량의 글을 읽자니 지루한 글은 쉬이 읽히질 않았다. 글에 흥미를 끌만한 장치가 필히 있어야한다고 새삼 느꼈다. 독자를 사로잡을 흡인력은 문장이 좋거나 소재가 참신하거나 등을 말하는 것이다.

수필이라 하면 원고지 15매 정도인 것이 일반이었는데 요즘 들어 점점 짧아지는 추세이다. '5매 수필' 이라는 것이 일반명사화 되어서 요즘 청탁서엔 종종 '5매 수필'이니 '짧은 수필 7-8매'를 원하는 곳도 있다. 짧은 글들이 읽힌다는 이야기 이다. 길이가 길면 독자들은 외면하고 사진이나 그림과 어우러진 짧은 글을 선호하는 경향이라고 한다.

아마도 단문(短文)은 인터넷의 영향이 아닐까 한다. 인터넷은'정보의 파편’들의 신속한 흐름을 최선으로 생각하는 매체이다. 사유나 사색이나 들어갈 틈이 없는 것이다. 미국 미시간 의대 임상병리 전공의 교수이자 블로거이기도 한 부루스 프리드먼 (Bruce Friedman M.D.)은 이제 더이상 ‘전쟁과 평화’ 같은 장편소설은 읽지 못한다고 친구에게 토로하였다고 한다. 그는 인터넷에서 많은 단문(短文) 자료들을 훑다 보니,생각하는 것도 '스타카토(staccato)' 형이 됐다며 3~4단락이 넘는 글은 이제 부담스러워 건너뛰게 되었다고 한다. 오늘날 지식인들조차 인터넷에 얼마나 길들여졌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글쓰기를 전문으로 하지 않는 이도 글쓰기에 대해 깊이 고민을 하는 시대이다. 적어도 ‘문인’이라면 '문인으로 불리우고 싶다면’ 더 심각히 생각해 보아야 할 사유나 사색의 문제가 아닐까?

글쓰기에 입문할 때 가장 많이 듣는 지침이 구양수의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의 3多였다. 웹 서핑하며 떠다니는 출처 미상의 글들에 이름만 슬쩍 고쳐 자기것인양 발표한 시인, 저명 인사의 잘 알려진 글을 교묘히 차용하여 짜깁기 수준의 글을 발표하는 수필가도 있다. 갖다 붙이는 기술이 좋아 이 정도는 표절인줄 모르겠지하고 안심 하였다면 오산이다. 요즘 독자는 필자보다 더 수준이 높아서 독자를 기만하는 글을 잘도 찾아낸다. 
 


사유할 할 시간이 없어서 마음에 고인 것이 없다면 샘이 솟기를 기다리며 독서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할 일이다. 들인 밑천(?)도 없이 이름만 내고자 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본인뿐 아니라 문인 전체가 함께 지탄을 받으니 서로 경계 해야한다. 긴 글은 안해도 될 잔소리 때문에 글이 단정치가 않아서 마음에 안들고, 아주 짧은 글도 쓰기 어렵긴 마찬가지이다. 짧은 속에 기승전결을 모두 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니 짧건 길건 글쓰기 자체가 어려운 것인지도 모른다.

짧은 글이 대세인 요즘 긴 글을 읽느라 시간을 보냈다. 공부와 담 쌓은 나도 일과 관련이 되니 어쩔 수 없이 긴 글들을 읽게 되었다. 긴 호흡으로 쓴 수기를 수십편 읽고 났으니 스타카토 시대에 해본 테누토(tenuto: 충분히 늘여서)나 레가토(legato: 부드럽게 연결)의 경험, 분명 약이 될 것이라 위안해본다.


  **하일라이트 부분의 출처는
http://www.theatlantic.com/doc/200807/google 이고, 번역하였음


2008년 6월 25일/ 이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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