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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 손님'에게 배우다
11/01/2016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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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우센터에 급식봉사를 갔다. 늘 하던 대로 장애우와 돕는 이들을 위한 점심을 준비하고 나누었다. 뒷정리를 마쳤는데 간사님이 카드 뭉치를 건넨다. 30여 장의 감사카드다. 학생 하나하나가 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쓴 감사카드였다. "Thank you" 또는 "Thank you for the food" 등의 간단한 문구에 자기 이름을 쓰고 '하트 뿅뿅' 스티커를 붙인 것이었다. 글씨는 삐뚤빼뚤 날아다니고 이름도 잘 알아볼 수 없지만 그 정성이 고마워 눈물이 났다. 돌아오는 길이 행복했다. 하루를 잘 산 느낌. 봉사를 하면 감격할 일이 많다.

그 다음 토요일에 올 도서관 봉사를 기다렸다. 무슨 즐거운 일이 있으려나? 25년 넘는 도서관 봉사는 나름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다. 책을 좋아하는 단골 손님들이 일년에 두번 있는 북세일을 고대한다. 지역 주민뿐 아니라 멀리 새크라멘토에서도, 빅토빌에서도 오시고 남미 과테말라 사업가도 출장차 왔다 들르셨다. 오지의 교회나 사찰에서 도서관 비치용으로 대량 구입해 가기도 한다.

사람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아는 사람도 만나고 신문에서 내 글을 잘 읽고 있다는 독자도 만난다. 이번 세일엔 포터랜치 도서관이 문을 닫으면서 기증받은 책이 많아, 좋은 물건을 쌓아놓은 상점 주인처럼 으쓱했다. 날씨도 좋고 책도 잘 팔리고 한껏 흥이 올랐는데 희한한 손님을 만났다.

젊은 사람인데 새책처럼 보이는 책은 무조건 골라 자기 옆에 산더미처럼 쌓아둔다. 내용을 봐가며 필요한 책을 고르는 독서가와 태도가 사뭇 다르다. 계산도 않고 다른 사람의 거래를 관찰한 후 시비를 건다. 앞의 히스패닉 엄마와 두 딸에게 한 보따리의 책을 30달러에 파는 걸 보았는데, 한국인인 자기는 왜 차별하냐며 소란을 피운다. 셈도 치르지 않고 바가지라 생떼를 쓴다. 마침 행사를 보호해 주러온 경찰이 나서서, 싸움이 난 계산대에서 자리를 옮겨 내게로 보냈다.

중고서적 세일엔 가격표가 없다. 큰 사전류는 5달러, 하드커버 그림책과 단행본은 3달러 정도로 정해놓곤 낡은 정도나 희귀성에 따라 조금 내리거나 올려받는다. 그러니 봉사자의 마음에 달린 심정적인 가격인 셈이다. 책 다섯 권에 15달러면 너무 싸다며 20달러를 주는 분도 계시고, 책값 말고 별도의 도네이션을 하시는 분도 많다. 손님의 태도에 따라 깎아 주고 싶은 사람도, 거저 주고 싶은 학생들도 있다. 그런데 이분은 매니저 나오라 호령하고 신고한다 겁박하고 허세를 부리니 모두 혀를 찰 뿐 아무도 편들어주질 않는다. 돈을 쓴다고 모두 '손님이 왕'일 수는 없다.

자원봉사자들은 그 날 시간을 쓰고 노동도 하고 물질기부도 하는, 남들 보기엔 바보짓을 했지만 1달러를 가지고 핏대 올린 어떤 이보다 행복했다.

이제 어느 상점에서건 거래할 때 조신하고 겸손하리라. 반면교사에게 배운 날이다. 도처에 스승님이다.

[이 아침에] '진상 손님'에게 배우다
수필가 이정아

미주 중앙일보/기사입력 2016/10/31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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