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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만난 정겨운 사람들
10/13/201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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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 담장

사천의 들판

사천 대교

남편이 어린 시절을 보낸 할머니집을 찾아가는 길. 결혼하니 내 호적 주소가 되었던 남편의 고향집이다. '경남 사천군 사남면 화전리.'

'서울 중구 남창동'이었던 본적이 시골주소로 바뀌자 자존심이 무척 상했었다. 촌스럽게 화전리라니. 동생들도 시골사람 되었다며 놀렸다. 이제보니 화전(花田)은 꽃밭이라는 예쁜 이름의 마을이었다.

사천이 시로 승격하고 신도시로 변모한 터라 모든 게 달라져 있었다. 택시 기사에게 옛주소를 주니 잘 모르는 눈치다. 고향집엔 남편의 작은아버지인 시숙이 살고 계시다. 택시 기사에게 '이ㅇㅇ 교장선생댁' 이라고 하자 금방 알고 대접이 달라진다. 시숙이 중학교 때 담임선생이었다며 중간에 농협마트에서 과일도 사도록 기다려주고, 꼬불꼬불 논길을 달려 집 앞에 데려다 준다. 아름답던 집집의 돌담들은 모두 시멘트 담으로 바뀌어 운치없는 그냥 시골집이 되어버렸다.

고향집을 나와 남해로 갈 땐 오전의 그 기사 부인이 데려다 주었다. 부부 택시기사였다. 할인도 해준다. 작은 인연의 덕을 본 셈이다. 고향 인심을 만났달까?

부산에 들러 옛 동료 교사를 만났는데, 그 부군께서 내 남편이 자신의 매형과 아주 닮았다며 내외가 신기해 한다. 궁금해서 물어보니 '서면에서 정신과의사 하시던 이ㅇㅇ'라나? 깜짝 놀랐다. 다음날 만나기로 한 서양철학자인 배교수님의 절친인 탓이다. 자주 들어서 알던 터였다. 그렇게 그렇게 연결되니 대화가 자연스럽게 되었다. 인정이 만든 소통은 부드러웠다.

서울에선 여고동창들이 모였다. 마침 '김영란법'이 발효된 뒤여서 밥을 시킬 때부터 요란했다. 김영란 전 대법관은 여고의 자랑스러운 후배이기도 하고, 동기인 명옥이의 올케이기도 하다. 그러니 혁신을 가져오리라는 기대로 여고 동창들은 대찬성 분위기다.

강남에서 먹는 저녁은 3만 원이 넘었다. "어쩌니? 위법 아냐?" 했더니 "네가 공직자가 아닌 백수"여서 법에 저촉되지 않는단다. 처음엔 더치페이로 식사하자던 취지의 법에 사소한 디테일이 추가되어 보기엔 골치 아픈 법이 되었지만 간단하단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은 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 이상의 금품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처벌된다. 해당자는 공무원 및 공기업 종사자, 교사, 언론인 등이다. 세상살이가 훨씬 검박해졌지만 인정이 메말라가는 것같다며 일부에선 아쉬워하기도 한다. 어느 일에나 양면성은 있기 마련이다. 이 법이 한국 사회에 널리 선하게 퍼져서 낭비 없고 부정 없는 청정한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태풍의 중심인 남해안에 머물다가 탈출하듯 미국으로 돌아왔다. 집을 비운 사이 뒷마당의 감은 동물들이 다 먹어버리고, 가을은 마당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이 아침에] 한국에서 만난 정겨운 사람들
수필가 이정아
미주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6/10/12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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