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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대회, 땀이 주는 감동
04/01/201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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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오토바이, 보트, 자전거, 스키, 둔버기, 경비행기' 뒤에는 '탄다'라는 동사를 붙일 수 있다. 모든 탈 것에 열광하는 남편은 몸을 움직여야 직성이 풀린다. 인간 단독의 힘이 아니라 무언가와 협력해서 빨리 갈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라나? 방바닥에 엑스레이 찍기가 취미인 나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인류이다.

그나마 크게 아프고 난 다음에는 수영과 실내 자전거 타기, 뒷마당 오르내리기로 나도 '운동권'이 되었다고 외치기도 하나 남편의 운동량에 비하면 턱도 없는 수준이다.

온갖 탈 것 사이사이 수영에 마라톤에 축구까지 몸을 가만두지 않으니 주인 잘못 만난 남편의 몸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렇다고 몸짱도 아니요 그저 군살 없는 정도여서 크게 부럽지도 않다. 하지만 그 건강 덕에 큰 수혜를 입은 처지라 평생 납작 엎드려 살기로 결심한 터이다.

비가 많이 오던 3월의 어느 금요일 매우 복잡한 101번 프리웨이를 탔다. 내 사전에서 비오는 날은 김치전 부쳐먹고 집에서 책 읽으면 딱인 날이나, 남편이 자전거 대회를 나간다기에 응원차 따라나섰다. 토요일 경기에 대비, 미리 가서 출발장소인 호텔에 묵을 요량이었다.

'솔뱅 센추리' 자전거 대회는 올해로 34년째를 맞이했다. 솔뱅에서 롬폭까지 와이너리 구릉을 굽이굽이 돌아오는 길로 코스가 수려하기로 유명하다. 남편은 100마일과 50마일 코스 중 50마일을 택했다. 동호회의 젊은 두 분은 100마일 코스를 달린다. 세계기록 보유자도 참가했다고 한다. 남편은 3000명의 참가자들 중 시니어 그룹에 속하며 기록보다는 완주에 의의를 두기로 하였다.

오전 9시에 출발하여 중간에 쉬어가며 오후 1시엔 넉넉히 돌아오리라던 남편이 2시가 넘어 마지막 그룹에 섞여 들어왔다. 신나게 타다보니 뒤에 아무도 없더라나? 반환지점을 넘어 5마일을 더 가서 되돌아 오느라 그랬단다. 50마일 대회에 나가 60마일 달리고 거의 꼴찌로 들어온 남편. 세 바퀴 자전거를 탄 장애인 그룹과 2인용 팬덤바이크를 탄 가족 팀들과 함께 들어와서 팡파르와 박수를 가장 많이 받았다. 자원 봉사자는 승리의 음악을 볼륨 높여 틀고 길가의 구경꾼들도 더 크게 환호했다. 느려도 힘들게 들어온 이들에게 보내는 갈채는 후한 법이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들의 건강한 고군분투가 대견하고 고마웠다.

피니시라인에서 기다리며 여러 모습을 보았다. 셀카봉으로 자신을 찍으며 들어오는 이. 함성을 지르며 들어오는 이. 배우자와 자녀들의 포옹이 어우러진 축제의 장이었다. 완주한 이들의 얼굴에서 보이는 땀과 만족감. 구경만으로도 건강한 기를 흠뻑 받았다.

독서하고 강연 듣고 글쓰고 하는 것만이 고상하고 최고의 가치라 여기고 살았는데, 몸을 움직이는 노동과 땀의 수고도 못지 않게 아름다운 것이라 절로 인정하게 되었다.  
비 온다 짜증내며 따라간 길에서 쌍무지개도 보았으니 덤으로 행운이 따라 올 것만 같은 봄날이다.

[이 아침에] 자전거 대회, 땀 흘리는 몸의 감동
미주중앙일보 /이정아 수필가

기사입력 2016/04/01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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