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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신'이 강림하다
12/17/2014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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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아침에] '지름신'이 강림히다

 

                                                                                            이정아

 

모두가 잠든 서울의 신 새벽, 시차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나는 TV를 켠다. 새벽시간인데도 화면 속은 활기차다. 홈쇼핑 채널은 밤을 새워 장마당을 펼친다. 속옷부터 등산복까지 화장품에서 주방기기, 명품 가방에 여행 패키지 등 없는 게 없다. 청산유수 쇼핑호스트의 유혹에 안 넘어가면 사람이 아니다. 마감이 임박 했다니, 나도 모르게 전화를 들고 주문버튼을 누른다. 화장품세트, 목걸이, 핸드백, 남편의 등산복, 남자 셔츠 여러 벌 이 지난여름 한국 방문 시 '지름신'이 임해서 산 물건들이다.

 

막상 물건을 받아보면 디테일에서 실망하기 일쑤이면서 또 저지르고 만 것이다. 목걸이는 내 목 둘레에 안 맞게 너무 짧아서 올케에게 주고, 등산을 다니지 않는 남편에겐 소용없는 등산복을 사고, 셔츠 여러 벌 중 포켓이 있는 단 한 벌만 남편이 입을 뿐이고, 그나마 화장품은 여러 사람들과 나누어 써서 다행이었다. 핸드백도 생각보다 질이 좋지 않아서 서비스로 딸려온 지갑만 사용한다. 공연히 돈 낭비하고 집을 어지럽힌 셈이어서 미국에 와서 남편에게 싫은 소리만 엄청 들었다.

 

쇼핑 좋아하는 것은 50대 초반에 다 끊었다 생각 했는데 질긴 DNA인 가 보다. 84세인 친정어머니와 같은 증세를 보이니 말이다. 어머니는 우리가 한국에 도착하기 전 부터 사위의 방한복과 집에서 입을 운동복, 내의 등을 미리 사서 쌓아두고 계셨다. 엘에이에선 도무지 필요치 않는 겨울용품들이다. 김, 멸치, 건강식품 등도 미리 사 놓으셨다. 그러면서 일일이 시장에 안 나가도 집까지 배달이 되니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고 홈쇼핑 찬양이시다. 한 가지 걱정거리가 생겼다. 여행 시 백팩 하나만 가지고 다니는 남편은 미국에서 살 수 있는 건 가져가지 않겠다고 공언했고, 엄마는 그런 사위를 서운해 하실 것이다.

 

이번 한국방문에는 남편이 동행하여 미리 미리 차단하는 바람에 아무것도 사지 못했다. 쇼핑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병원 체크업 가는 것이니 치료가 우선이라고 다 아는 잔소리를 자꾸 하는 바람에, 두 번의 검사만 속전속결로 마치고(다행히 결과가 좋아서) 남편에게 이끌려 일주일 만에 돌아왔다. 어머니가 사 놓으신 물건은 운동복만 가져오고 모두 두고 왔다. 그래야 어머니가 물건을 사서 재놓지 않으신다나?

 

그렇다고 어머니가 쇼핑을 그만두진 않으실 것이다. 딱히 필요하지 않은 것을 사서 자녀손에게 배급하는 것을 말년의 취미생활로 삼고 계셔서 동생들도 말리다가 말았단다. 얼마 전 4벌 한 세트의 바지를 산다는 것이 4세트의 버튼을 눌러 16벌의 바지가 배달이 된 적이 있어서 그런 큰 실수만 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막상 미국의 집으로 돌아오고 나니, 남편의 고집 때문에 친정에 두고 온 물건들이 아쉽다. 친정집에선 무어라도 한 가지 건져 와야 제 맛인데 속상하다. 그래서 옛말에 시집간 딸년 들은 다 도둑이라 했나? 늘 하던 도둑질을 못하고 와서인지 몸살이 났다.

 

 

미주판 중앙일보 12월 17일 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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