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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블라디 오블라다
11/07/2014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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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블라디 오블라다

 

                                                                                                                       이정아

 

                                     

 

                                      

 

                                     

                            

 

                                              

 

 

지중해의 작은 항구들 풍경은 대체로 비슷하다. 번트 오렌지와 베이지색의 오래된 건물들. 지붕은 영락없이 적색 지붕이다. 2000여년 전의 빌딩 사이에 조각보를 덧댄 것처럼 틈 없이 새 빌딩을 붙여지었다. 현대식 건물도 옛것과의 조화를 생각한 듯 색감이 비슷하다.

소설과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옛 애인과의 재회 장소로 모든 연인들의 성지처럼 유명해진 피렌체의 두오모(성당)뿐 아니라 로마, 바티칸, 플로렌스, 나폴리의 수많은 두오모는 이탈리아 전역이 두오모의 나라임을 알려준다.

크루즈여행을 하다 보니 항구를 실컷 구경했다. 고대의 석축 위에 그 만큼 오래된 낡은 등대가 서 있다. 두 등대가 만든 게이트 사이로 배가 들어온다. 베수비오화산을 배경으로 한 나폴리항. 대부분의 항구는 배산임수 지형으로 아늑하다. 배가 항구로 들어오는 것이 모태로의 귀환 같다고 어느 선장의 글에서 읽었다. 그래서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라는 대중가요가 나왔는지도 모른다. 집나간 아들을 맞이하듯 항구의 새벽 노란 불빛은 엄마의 품처럼 안온하다.

토스카니 지역의 와이너리로 가는 길. 지중해의 명물이라는 '엄블렐라 트리'가 줄지어 서 있는 시골길을 따라, 수확을 기다리는 옥수수밭을 지나니 검은 흙의 기름진 땅엔 올리브나무가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다. 커다란 천을 깔고 나무를 터는 농부의 손길이 흐뭇한 가을이다.

정돈된 농가들을 따라 가파른 길을 오르다 보니 저택이 나타난다. 잘 손질 된 집은 포도밭과 저장고와 손님맞이 시설을 갖추고 시음회를 연다. 비스코티와 햄 한 조각 먹고 낮 술 한 잔을 마셨다. 우리를 태우고 크루즈 배로 돌아가야 하는 운전기사는 냄새만 맡고, 라 보르노 항구의 가이드 처녀는 와인 몇 잔에 승객보다 먼저 취했다.

수심이 깊지 않은 프랑스 칸느항엔 큰 배가 접안하지 못한다. 멀리 정박한 크루즈에선 인명구조 보트로 항구까지 데려다준다. 세월호의 무용지물 비상선이 아니라 잘도 펼쳐지는 구조선이었다. 산등성이까지 꽉 찬 별장들과 수많은 요트는 이 도시가 휴양지 니스임을 말해준다. 동행한 이들은 니스와 모나코를 보러 떠났는데, 나는 크루즈 배의 꼭대기 라운지에 앉아 책을 읽는다.

하루키의 신작소설 '여자 없는 남자들'을 읽었다. 여러 단편 모두가 비슷한 맥락의 (여자로 인해 상처 받은 남자들)이야기였다. 술술 책장이 넘어가는 소설이어서 한 나절 만에 다 읽었다. 감각적이고 세련된 문장을 쓰는 하루키는 독자가 많은 행복한 문인이다. 타고난, 노력하는, 경험자적인 3박자를 갖춘 작가여서 부럽다.

종합병동 수준의 나는 아무래도 일찍 죽을 텐데 내 남편도 '여자 없는 남자들' 대열에서 나를 기억해 줄 것인가? 책을 읽다가 생뚱맞게 이런 생각이 들면서 눈물이 났다. 이런 청승이라니. 마침 식탁 위에 흰색 리넨 냅킨이 있어 다행이었다.

 

바다 건너 항구에서 귀선하는 여행객들의 작은 배가 들어오기 시작한다.

 

 



*오블라디 오블라다:'인생은 그렇게 흘러가는 거야'라는 나이지리아 부족의 말

 

미주중앙일보/이 아침에/11월 7일 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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