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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가야 할 길
06/18/201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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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가야 할 길


                                                                                이정아

 

친구가 카톡으로 보낸 글에 너를 만나 실컷 울고 싶다고 썼다. 평소에 허공을 날아다니던 카톡의 식상한 문자들을 혐오하던 내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아무런 장식 없는 문자에 가슴이 울린다. 진정성이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아파 한국에 장기 체류할 때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와 부엌정리에 청소, 장봐오기까지 챙기던 친구이다. 자기 집은 가사도우미를 쓰면서 내 오피스텔에 와서는 나의 전속 도우미 노릇을 하던 여고동창이다. 지금은 같은 한국에 같은 분당에 있으면서도 친구에게 나는 위로가 되지 못하고 있다 

친구의 남편이 치매증상을 보인다. 림프암치료중 약에서 비롯된 원발성 뇌손상으로 인한 인지장애라고 한다. 너무 이른 나이에 찾아온 사태에 친구도 주위사람들도 놀라는 중이다. 나를 만나러 오는 것이 쉬는 것이라던 친구는 남편의 병수발로 쉴 틈을 내지 못하고 있다. 처음의 석 달간은 세 식구가 매달려 간병을 하다가 이젠 모두 지쳐서 간병인을 구하고 요양시설로 갈 준비를 하고 있단다. 환자인 나는 직접 가보지 못하고 동생과 올케가 대신하여 문안 하였다. 

한국의 최고 엘리트 그룹 중 한명이었다 해도 좋을 친구남편은 대기업의 CEO였다. 기도하러 다녀온 동창의 말을 들으니 그 총기는 다 없어지고, 사람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식사며 용변등 기본적인 것도 남의 손을 빌려야한다며 기가 막히더라고 했다. “그 똑똑한 KS 마크 그 양반이 글쎄...” 라며 몇 번이나 되뇐다. 가장으로 회사의 리더로, 교회 봉사자로 너무 많은 일을 감당하느라 무리를 한 탓일까? 도움도 안 되는 추측만 무성할 뿐이다 

여고동창들이 내가 미국으로 돌아 갈 날이 머지않았다고 하니 분당에서 뭉친다고 한다. 분당에 온 김에 함께 친구남편의 병문안을 가려고 연락했더니, 친구는 펄쩍 뛴다. 자기남편이 어린 아이 처럼 퇴행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단다. 기도 하러 오는 같은 구역의 교인들만 잠깐씩 다녀가는 걸 허락하고 있다나? 친구의 자존심을 존중하기로 하였다.

세상엔 아픈 이도 많다. 요즘엔 예전의 감기정도로 암 환자가 많고, 나처럼 장기 이식도 빈번하며 각종 사고에 새로운 질병은 또 얼마나 많은지. 병원에 가면 나 정도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위로 받는 지경이다. 그 많은 질병 중에 가장 무서운 것이 치매라고 들었다. 그야말로 인간성은 다 파괴되고 그저 동물적인 것만 남아서 감정도 없이 인격도 없이 목숨만 부지하는 것이라고 한다 

100세 시대가 되었다며 갈 날이 한참 남은 듯 여유를 부렸다. 베이비부머 세대인 우리는 정년퇴직 후의 30-40년을 다른 삶을 살겠노라며, 뒤늦게 취미생활을 하고 새로운 일자리에 대비 하는 것을 주위에서 본다. 삶의 질을 존중하고 어떻게 사는 가가 중요한 화두가 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더불어 어떻게 죽는가도 사는 것 못지않게 연구해야 할 과제이다. 노인들이 잘 죽기를 기도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주위사람들에게 폐 끼치지 않고 곱게 가는 것을 기도해야 한다. 머지않은 나의 일이고 우리 모두의 숙제이기도 하다.

 

 

미주중앙일보/ 이 아침에/6월 18일 2014년


치매,인지 장애,기억력 감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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