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annelee
joanne(joannelee)
California 블로거

Blog Open 12.01.2008

전체     140326
오늘방문     19
오늘댓글     0
오늘 스크랩     0
친구     23 명
  최근 방문 블로거 더보기
  달력
 
'젊어 보이기' 프로젝트
06/06/2014 16:35
조회  1534   |  추천   8   |  스크랩   0
IP 210.xx.xx.68




 
                                                                     
 
 

 


 '젊어 보이기' 프로젝트
                                                                                                                                     이정아

 

남편과 나를 부부사이로 보지 않고 모자지간으로 착각한 사건은 내게 큰 충격이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우선 남편에게 앞으로는 머리염색을 하지 말 것을 부탁했다. 비록 소극적인 방법이어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남편의 머리칼이 나처럼 백발이면 비슷한 연배로 보여 모자지간이라는 엄청난 오해를 피 할 수 있기에 말이다.
 

두 번째는 보다 적극적인 수단으로 내 머리칼을 은발이 아닌 다른 색으로 칠하거나 가발사용을 고려해보았다. 아무튼 남편은 되도록 늙게 나는 최대한 젊어보이게 해야 정상적인 부부로 보일 테니 연구가 필요했다. 나의 젊어 보이기프로젝트는 며칠 앞으로 다가온 친정엄마의 생신모임을 앞두고 서둘러야했다.
 

강남의 한 뷔페식당에서 모이는 엄마의 생신날엔 일가친척들을 다 만난다. 한국에서의 체류기간이 길어지면서 이번모임엔 참석해야만했다. 미국에 사는 내가 엄마의 생신잔치에 앞으로 몇 번이나 참석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엄마는 내가 아플 때 마음을 써준 친척들이므로 잘 단장하고 참석하여 인사해야한다고 주문하셨다. 아픈 딸을 둔 것도 속상한데, 초라한 몰골의 환자면 엄마의 자존심이 더 상할까봐 걱정이 되었다. 거기에다 팔순의 엄마와 자매지간으로 보이는 것은 내 자존심을 위해서도 피하고 싶었다.
 

마침 숙소인 오피스텔의 1층 상가에 미용실이 있었다. 의사선생님 말씀이 면역억제제를 쓰는 환자에겐 염색약은 건강상 독이 된다니, 다른 방법으로 머리색을 바꿀 수 있는가 미용실 원장님께 의논하였다. 물론 좋은 방법이 있다며 헤어 왁싱이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 매니큐어와 같은 원리로 머리칼에 덧칠을 하는 것이란다. 왁스가 섞인 포마드 같은 색소를 머리칼에 펴바르는 것으로 두피에 스며들지 않아 건강에 해롭진 않다나?
 

미용실 소파에 앉아있는 원장님의 애완견 푸들의 양쪽 귀가 보라색, 핑크색이던데, 그게 바로 왁싱을 한 것이라고 한다. 원장님의 독창적인 설명과 강아지를 동반한 마케팅의 기획력에 끌려서 전문가의 손에 문제의 백발을 맡기기로 하였다. 붓으로 머리칼마다 꼼꼼하게 칠을 하고 비닐랩을 머리에 씌워 전기풍차 밑에서 한 시간을 구웠다. 마침내 백발이 다크 브라운으로 변신했다. 거울을 보니 이전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 스타일은 너무 짧은 커트로 인해 영구나 맹구 같은 모자란 듯한 캐릭터로 보이지만 무슨 대수랴. 젊어 보이면 그만이지.
 

무슨 머리를 사내아이처럼 했냐?”는 엄마의 평으로 미루어 거금을 들인 헤어 매니큐어는 그리 큰 효과를 보지 못한 듯하다. 시원해 보이고 젊어 보인다는 올케와 조카들의 말을 믿기로 하였다.
 

평생에 손톱 매니큐어 한번 안 발라본 내가, 머리칼에 매니큐어를 했으니 세상 참 많이도 변했다. 나이 들고 아파도 젊어 보이고 싶은 것은 본능인가보다. 병고에 시달리면서도 아직 여성성을 유지하고 싶은 내게 대견하다고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미주 중앙일보/이 아침에/6월 6일 2014년
 
이 블로그의 인기글

'젊어 보이기' 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