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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우렁 각시가 되어보고 싶다
05/23/201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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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각시.2

                                                                                                   이정아

 
한국에서 큰 수술 후 몸 상태를 점검차 자주 한국엘 나오게 된다. 나올 때 마다 친지의 오피스텔에 머문다. 성공한 재미동포가 탁월한 선견지명으로 사둔 오피스텔은 천당아래 분당이라는 그 분당에 있다. 과연 근린시설도 좋고 경치도 좋아 그렇게 불리 울 만 하다. 내가 다니는 서울 송파구에 있는 병원과 가깝다는 이유로 번번이 큰 신세를 지는 것이다. 주인보다도 객이 머문 날 수 가 더 많은, 정자동의 오피스텔은 친정집보다 편하다. 친정어머니도 암으로 투병 중이니 환자인 딸이 친정집에 머물기가 어려운 탓이다 

분당에 내가 떴다(?)는 소문이 나면 한국의 아는 이들은 내 숙소근처로 모여든다. 여고동창들은 동창계 모임을 부러 분당에서 하며. 남동생들과 시누이들은 가족단위로 수시로 방문 한다. 나를 만나러 오는 것이니 내가 주인공인 셈이다. 오페라의 화려한 프리마돈나도 아니고, 초췌하고 기운 떨어진 환자가 주인공이니 별로 실속 있는 모임이 아닌 것이다. 실속은커녕 도움을 주어야하는 손해 보는 모임이어서 실은 대단한 민폐의 모임인 셈이다.
 
다들 앞 다투어 먹거리나 생활 용품 등의 장을 봐오니 숙소에 물자가 넘쳐난다. 한국의 예절이라며 위로금 봉투를 챙겨오고, 체류하는 동안의 생활비라며 큰 용돈을 주는 친구도 있고, 전적으로 병수발을 드는 원조 우렁 각시인 둘째 올케와, 그 올케를 보고 감동하여 내 대신 감사를 표하는 친구등 사랑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이다. 어릴 적 교회친구들도 일가친척들도 틈만 나면 들러 영양 보충해야 한다며 맛있는 음식을 사주며 힘을 내라고 격려한다. 한국에 방문차 오신 오피스텔의 주인인 권사님은 주객이 전도되어, 나를 위해 미국으로 돌아가는 일정도 바꾸고 돌봐주신다. 선교 여행 가는 도중 한국에 들르신 엘에이의 소설가 Y 선생님은 숙소까지 오셔서 간절히 기도해 주셨다 

수 십 년 세월의 간격을 넘어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는 여고동창들. 글로만 알았던 한국의 문인들. 미국과 한국의 친지와 교인들의 중보 기도팀 들은 가히 우렁 각시부대가 되어 나를 지켜주는 셈이다. 나는 참 행복한 환자다. 아프다는 핑계로 여왕대접을 받고 누리는 중이다 

복에 겨운 나머지 친구들의 선의를 조공이라하고, 사랑의 구호품을 진상품이라고 말하며 왕비행세중이다. 속으론 미안해하는 내게, 환자인 나로 인해 친구모임이 잦아지고 가족들의 얼굴을 자주 볼 수 있다며 오히려 고맙다고 한다. 나의 민망한 마음까지도 매만져 주는 것이다. 아픈 것이 다 나아서 본연의 무수리로 돌아가면 왕비시절이 많이 그리울 것이다 

오늘도 좋지 않은 병원 검사결과로 인해 근심어린 친구와 가족을 모이게 했다. 인류의 화목을 도모하는 일을 또 한 건 했다며 마냥 즐거워해도 좋은 일인가? 속히 회복되어 나도 누군가의 우렁 각시가 되어보고 싶다.

 

 

미주 중앙일보/ 이 아침에/5월 23일 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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