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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와 함께 봄날을
04/16/201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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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퀴즈와 함께 봄날을
 
                                                                                     이정아
     

교회에서 성경퀴즈대회를 한다며 출전자를 뽑는다. 모두들 안 나갈 핑계를 대고 머뭇거리는데 손을 번쩍 들었다. 함께 밥을 먹던 구역식구들이 다들 놀란다. 실은 이것도 ‘사랑의 빚 갚기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아플 때 열심히 중보기도해주고 주부역할을 못하는 내대신 음식해서 우리식구들을 보살펴준 고마운 교우들이다. 무엇이라도 해서 갚을 생각에 싫은 공부를 하겠다고 자원한 것이다. 이 순진하고도 기특한 생각은 머지않아 후회로 이어진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 문제 풀고 떨어졌다. 강단에 설치된 결승자 10명자리에 앉아보지도 못하고 탈락했다. 시험범위는 창세기 50장 전체였다. 창세기는 늘 성경일독하거나 필사할 때 빼놓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고 스토리가 친숙한 장이어서 어느 정도 자신도 있었다. 2주 동안 준비하면서 세 번 읽고 중요한 숫자와 지명은 기록해서 외우고, 거기에다 인터넷을 뒤져 기출문제까지 풀어보고 나름 표시 안 나게 공부했다.

 

여고시절에 공부를 이렇게 했다면 더 좋은 대학을 갔을 것이고 내 인생은 또 달리 펼쳐졌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 때도 공부가 싫었다. 반에서 절반이 서울대를 갈 준비를 할 때, 나머지 절반의 아이들은 책을 읽으며 놀았다. 선생님들도 바뀐 입시에 대해 정보가 없으니, 신문의 사설을 읽으라며 각종 신문 한 뭉치와 철학과 인문학등 대학의 교양교재를 주고 읽으라는 게 전부였다. 입시방법이 틀린 (한국에서 최초로 논술시험을 본) 그 여대의 덕으로 독서의 힘으로 대학에 입학했다. 그 중요한 시간에 읽었던 책들은 지금의 글쓰기에도 도움을 주니 아마 이것이 내 팔자인지도 모르겠다. 엄마는 집이 연희동이어서 가까운 대학에 가느라 여대를 보냈다는 핑계 아닌 거짓말을 오래도록 하셨다. 엄마의 자존심을 지켜주지 못한 내 공부실력인데 그게 어딜 가겠나?

 

결승전에 나온 문제들은 오히려 모두 알만한 문제였다. 그러기에 시험에는 운이 따른다는 말도 맞는 모양이다. 아무튼 조금 망신스러웠지만 끝날 때까지 다 보고 왔다. 모든 참가자에게 주는 상품인 클리넥스 한통 받고, 결승진출을 많이 한 교구 앞으로 주는 상품을 받아와서 구역원들과 나누었다. 공부하고 선물까지 받고 사랑의 빚도 일부 갚은 마음이 드니 떨어졌어도 흐뭇하다.

 

성경퀴즈대회 후에 장로님 댁과 함께 영화 ‘노아’를 봤다. 예고편을 봤을 땐 흥미진진해 보이더니 성경의 내용과는 많이 달라서 실망했다. 네피림이 석탄뭉치의 트랜스포머로 나오고 방주를 지을 때 헬퍼를 한다던가, 방주에 들어갈 땐 노아 내외와 세 아들에 세 며느리 이미 8명이었는데, 난데없이 쌍둥이를 임신한 며느리가 나와 명수 8명을 맞추는 억지를 부리는 둥. 헐리웃 스타일의 상업적 요소가 많은 영화였다. 그래도 창세기를 열심히 공부한 뒤여서 영화를 구별하며 볼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거룩하지 않은 사람이 고난주일을 앞두고 성경열공을 하고, 영화를 보고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있다면 그럭저럭 잘 보내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나의 봄날은 비록 허술하지만 살아 있음이 감사하다.

 

[이 아침에] 4월 16일 2014년

 

골든벨,성경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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