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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갓, 할리
04/02/201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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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마이 갓, 할리
                                                                                       이정아
 
안방 바닥을 마루로 교체하고 화장실을 리모델링하는 공사가 끝났다. 쓰레기까지 다 치우고 홀가분해졌는데, 일하는 이들이 또 왔다. 겹겹이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조용해진 방에서 책 좀 읽으려했더니 성가셨다.

남편 말이 내친 김에 차고를 정리하려고 한단다. 5년 이상 쓰지 않은 물건들을 과감히 여러 박스 버렸다. 양쪽 벽의 선반엔 아직은 쓸만한 허섭스레기와 공구들을 가지런히 진열하고, 겹쳐 보관하던 액자를 거라지 벽에 붙여 환경미화까지 했다. 바닥은 반짝이 페인트를 칠해 멋을 냈다. 많은 정성을 들인 후 남편은 연신 줄자로 재어보고 만족해한다. 주차 공간을 눈대중으로 보며 '작은 차를 사주려나?' 속으로 짐작했다.

새로 태어난 기념으로 새 차를 사달라고 조르는 중이다. 소형 전기차면 경제적이기도 하고 주차하기도 좋을 것 같아서 힌트를 주고 바람을 잡고 있다. 실은 내게 신장을 준 남편에게 상을 주어야 하는 입장이면서, 오히려 이것저것을 요구하는 내가 낯이 두꺼운 것 같기도 하다. 언젠가는 남편에게 진 빚도 갚으리라 생각하고는 있다.

통로를 줄자로 재며 "이만하면 충분해"하는 남편에게 "너무 깨끗해서 차가 아니라 사람이 살아도 되겠네" 칭찬의 멘트 한번 날렸다. "새 차, 사 주려고?" 라며 없는 애교도 부렸다. 남편이 살짝 머뭇거리며 "아, 아니. 할리 데이비슨 세우려고…" 이런다. 아이고 내 팔자야. 속셈이 따로 있었던 거다. 남편은 오토바이를, 나는 새 차를 주차하려고 상상한 것이다. 역시 우리는 영원한 동상 이몽 커플이다.

하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많은 남편. 그의 요즘 소원 중 하나는 할리 데이비슨을 사는 것이다. 이미 오래 전에 통학용으로 혼다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 경험이 있다. 그걸 LA로 이사 올 때 가져왔다가, 내가 위험하다며 극구 반대하는 바람에 교회의 야드 세일에 기증하였다. 그 때 못내 아쉬워하더니 다시 병이 도진 것이다.

교통체증이 심한 이곳에선 필수품이라며 기동성 경제성 운운하더니, 가격과 사양까지 벌써 알아본 눈치이다. 내게 (신장을)선물하였으니 당신도 선물을 줘야 한다며, 공치사까지 동원해가며 오토바이에 동의하도록 압력을 넣는다. 정말로 타고 싶은 모양이다.

나는 그 '할리'가 싫다. 유난히 엔진소리가 시끄럽기도 하고, 할리족들의 요란한 치장, 징 박힌 가죽옷에 반다나를 뒤집어쓰고, 독일병정 같은 헬멧 그리고 '쩍벌'의 자세로 타는 모양까지. 프리웨이에서 차선도 없이 자동차 사이로 요리조리 다니는 오토바이를 보면 간이 다 조려지곤 했다. 지천명(知天命)에서 이순(耳順)으로 가는 나이에 오토바이라니 그를 누가 말릴 것인지 난감하다. 하고 싶으면 꼭 이루고야마는 남편의 그 질김으로, 머지않아 우리 집에 들어올 오토바이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질 것이 뻔한 전쟁의 막이 올랐다. 오 마이 갓, 할리
 
중앙일보[이 아침에] 4월 2일 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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