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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 & BS
03/24/201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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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탄강 여울 잠자리의 새벽. 김경선 작 <靜.動>
 
 
 

 BS & AS

                                                                                                                     이정아

 

 


한국에 와서 병원 진료를 받는 동안 잠시 머무르는 숙소는 분당 정자동의 오피스텔이다. 지인의 선견지명으로 사둔 오피스텔이 내 병원과 가깝다는 이유로 큰 신세를 지고 있다. 숙소의 큰 통 창으로 탄천을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잿빛개울이라는 별로 낭만적이지 않은 이름과는 달리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산책로로 안성맞춤이다. 징검돌이 놓인 사이로 팔뚝만한 잉어가 몰려다녀서 오리와 두루미 온갖 물새들의 집합장소이기도 하다.

 


오늘도 날개 끝에 검정 바이어스를 두른 흰색 두루미와 검정 날개를 펼치면 독수리처럼 위용 있는 재두루미가 모래톱으로 마실 나왔다. 멀리서 보면 우아해 보인다. 가까이서 보면 물속에 머리를 넣다 빼며 외다리로 서서 분주히 먹이를 찾느라 바쁘다. 들고 있는 한 다리는 먹이가 오면 덮치기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동물잡지에서 읽은 적이 있다.

 


오직 동물이 겸손해 질 때는 먹이를 위해 고개를 숙일 때라고 한다. 먹을 때 고개를 숙이는 것은 인간도 마찬가지지만, 인간은 다른 동물에는 없는 체면이라는 것을 중시하기에 겸손해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 앞에 숙이는 걸 싫어하는 이유는, 고개를 숙이면 무시당할까 겁이 나서일지 모른다. 잠재된 열등감의 다른 표현이라고 들었다.

 


자격이 부족한 사람을 어쩌다 윗자리에 올려놓으면 그 자리를 고수하려고 물색없이 발버둥치는 것을 본다. 높은 곳에 오르려면 낮아져야하고, 낮아진 후에야 그 반동으로 더 높이 오를 수 있는 한 수를 모르는 탓에 구경하는 사람 진을 다 빼 놓는다. 스스로 내려오면 서로 행복 할 것을 말이다. 힘차게 날던 새도 때가 되면 땅으로 내려오고, 울울 청청 하던 나무들도 때가 되면 잎을 떨어뜨리고 열매조차 땅으로 내려 보낸다. 높은 곳에 올라서 영원한 게 무엇이 있던가? 사람도 언젠가는 마침내 흙과 섞이게 마련이고 거름이 되어 자연으로 회귀하지 않는가 말이다.



제아무리 설레발을 치고 포장을 하여도 모든 일에 과정이 투명하지 않으면 의혹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요즘 구호미 나누기 부정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미주의 구호재단을 비롯해 내가 속한 문인단체들도 그러한 일이 비일비재하다. 즐거운 마음으로 남을 돕거나 순수해야 할 문학모임들이, 제 앞가림도 못하면서 이름만 내고 싶은 이들에 의해 물이 흐려진다. 그들은 즐겁게 동참했던 이들의 초심마저 잃게 만드는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류의 역사가 BC/AD로 나뉜다면 나의 인생은 BS/AS로 구분해야 한다. BS(before surgery 수술 전) AS(after surgery 수술 후)로 나누어야 할 것이다. 최근의 신장이식 S를 말하는 것이다. 돌아보니 바보짓은 모두 BS시절의 일이었다. 자고가 넘쳤던 교만의 시절이다. AS 에는 수술시의 고통과 고독의 경험이 심적인 변화를 준 듯하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죽고 사는 일이 아니면 개인적인 것은 더러 포기하게 되고 타자를 조금 더 수용하는 여유가 생겼다. 아프고 나서 인생의 팁을 얻은 것이다. 그래서 남들에게 아파봐, 얻는 게 있을 거야.” 하고 싶지만 건강한 이들에겐 저주로 들릴까봐 조심하는 중이다.



높은 곳에 떠 있기 위해서는 뱃속을 비워야 한다. 멀리 가기 위해서는 낮고 가벼워야 하리라. 굳이 아프고 나서 깨닫는 어려운 길을 택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되도록 빨리, 허영심에 가득한 자아와 세상의 순리가 만나 조화를 이루길 바란다. 이 말은 아직도 아픈( 덜 깨어진) 내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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