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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센트 붕어들의 생명력
03/18/2014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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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센트 붕어들의 생명력
                                                                                        이정아
우리집엔 10년 넘게 키운 금붕어가 있다. 작은 금붕어였지만 지금은 잉어 만하게 자라서 집에 방문하는 이들은 비싼 비단 잉어인줄 착각하는 이도 있다. 작년 내가 한창 아파서 한국에 있을 때 남편이 붕어사진을 보내왔다. 카톡으로 보낸 메시지엔 "빨간 붕어 두 마리와 검은 붕어 한 마리가 당신 대신 죽었으니, 당신은 이제 살 수 있게 되었다"는 거였다. 암이다 신장이식이다 하며 너무 어려운 때여서 그 거짓말을 믿었다.

양을 희생 제물로 썼다는 이야기는 성경에서 읽었지만, 붕어가 내 대신 제물로 쓰였다는 이야기는 터무니없어도 믿고 싶을 때였다. 요즘 제 정신이 돌아와 그 붕어들한테 미안해서 인터넷을 찾아보았다. 무슨 보상이라도 하고 싶었다. 붕어의 수명은 보통 15년이라고 한다. 두 놈은 비늘이 빠지고 한 놈은 배에 혹이 생겨 죽었다는데, 일반적인 붕어 노환의 증세인 것이다. 제단에 바쳐진 게 아니라 자연사인데 플라시보 효과를 노린 남편의 해석이었지 싶다.

먹이를 주면서 가만히 들여다보니, 남아있는 이끼 먹는 메기 두 마리와 붕어 한 마리가 너무 쓸쓸한 노년을 보내는 중이다. 서로 교제도 없이 메기는 벽과 바닥에만 붙어있고, 한 마리 남은 빨간 붕어는 비늘이 몇 개 떨어진 채로 구석에 있다. 보기에도 너무 무료하고 헤엄도 치는 둥 마는 둥 먹이도 잘 안 먹는 게 아닌가? 남편에게 어린 붕어를 사서 넣어주자고 부탁했다. 젊은 피를 수혈하면 활기가 돌 것 같았다.

예상대로 작은 붕어들이 들어와 이리저리 휘 젖고 다니니, 나이든 물고기도 지지 않으려고 빠르게 헤엄을 치고 물장구치며 텀벙 솟기도 하고 생기가 도는 게 아닌가? 밥도 안 먹던 붕어들이 먹기 경쟁에 열을 올린다. 우리 내외는 그래도 오래 정이든 늙은 붕어 편이어서 큰 먹이라도 잡으면 "로또 당첨!"하고 격려를 해준다.

다음 번에 한 번 더 사오라 하니 또 4마리를 사왔다. 1불에 4마리여서 계산이 쉽다는 이유였다. 그 활기로운 생명이 쿼터(25센트) 한 잎이라니 너무 싸서 놀랐다. 예전엔 어항과 수초 물레방아 등을 한꺼번에 사와서 붕어의 가격을 몰랐다. 쿼터 한 잎의 생명들조차 남에게 도움이 되는 붕어의 세계가 부러웠다. 새 생명이 들어온 어항 속은 마치 신입생이 가득 찬 운동장처럼 기운차다.

인간이 자신을 평가할 때 '쿼터 한 잎'으로 평가할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동전 한 푼의 물고기도 서로 도와 윈윈하는 걸 인간세상의 사람들도 배우면 좋겠다.

성경 갈피에 끼워둔 기도 리스트를 편다. 교우들이 오랫동안 기도한 꼬마 Y, 췌장암으로 고생하시는 L 권사님, 최근 골절상을 입은 남편의 친구 검프씨, 림프암을 앓는 여고 동창의 남편 K 집사님, 한국의 아픈 문우들, 병석의 친지들 모두 내가 사랑의 빚을 진 분들이다. 이제 내가 갚아야 할 차례이다. 나의 기도가 어린 붕어 만큼의 능력이라도 발휘되길 간절히 소원한다.

미주 중앙일보[이 아침에] 3월 18일 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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