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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맞이 청소
02/10/2014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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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봄맞이 청소

                                                                                                             
지난 토요일 집을 나서서 알바라도 길에 접어들었다. 101번 프리웨이로 들어서는 입구가 아주 혼잡하여 정체 중이었다. 심하게 악취가 나면서 차는 움직이지 않는데 고가다리 밑에 홈리스용 텐트가 나란히 다섯 채가 있다.

텐트를 치고 그 위에 두터운 이불로 겹겹 보온을 하고 마치 몽골 초원의 '파오'처럼 모양을 내었다. 한뎃잠을 오래 자 본 사람들의 나름대로의 노하우일 것이다. 길이 막힌 탓에 본의 아니게 그들의 사는 모습을 훔쳐 볼 수 있었다.

다섯 채의 집 입구에 마치 보초처럼 빗자루들이 문 앞에 서 있었다. 홈리스집의 빗자루라니 의외였다. 잠잠했던 다섯 집 중 하나가 움직이더니 한 사람이 입구로 나왔다. 태연하게 옆에 세워 놓은 빗자루로 텐트 주변을 열심히 비질을 한다.

가만 보니 집과 집 사이에 종이 박스 등으로 나름의 경계를 구분한 것이 보인다. 차안의 여러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도 무연한 얼굴로 비질을 하는 모습이라니. 세상을 초월한 얼굴이 바로 그런 모습일까? 아무런 근심이 없어 보인다.

가끔 주님이 걸인의 행색을 하고 사람들 사이에 나타날 때가 있다던데 주님이 아니실까? 잠시 생각했다. 성화속의 예수님과 비슷한 이목구비의 홈리스.

어림잡아도 그 노숙자보단 100배 이상의 물질을 소유하고 있는 우리들은 어떠한가? 많은 근심을 혼자 진 듯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의 고난을 흉내 내며 살고 있지 않은가? 아무것도 없는 이는 평온한 얼굴로 성자인 듯 살고, 조금 더 가진 이는 그걸 지키느라 고난의 삶을 사는 것이다. 삶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홈리스 할아버지가 매일 비질로 자기 집 앞 마당을 쓸면서 하루를 살아가듯이. 우리의 삶에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삶을 지속시키는 근간이 되는 닻이 있을 것이다. 그 닻은 의외로 평범한 것일 수 있다고 한다. 독서하기, 운동하기, 애완동물 돌보기,텃밭가꾸기 등.

요즘 내 삶의 대부분은 병원 출입하기이다. 운전도 마음대로 못하여 남편이 실어다 주는 대로 다니는 중이어서 마치 짐짝 형국이다. 생각 없이 실려 다니는 것에 익숙해졌다.

아무것도 급할 게 없다. 오로지 운전사의 스케줄에 달린 것이다. 몇시까지 가야한다고 안달을 부릴 필요도 없고 모든 어려움도 보호자역을 담당하는 운전사가 알아서 해주니 생각 없이 살아도 다 되게 되어있다. 이렇게 살 수도 있는 것을 뭐 그리 조바심내고 내가 아니면 안 될 것처럼 설쳐대며 살았을까? 모든 것이 사서 하는 고생, 미리 당겨서 하는 걱정이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하는 걱정의 대부분은 일어나질 않을 것에 대한 걱정이고, 이미 지나간 것에 대한 걱정이며 진짜 걱정의 4%정도만이 내가 감당해야 할 걱정거리라고 한다.

입춘이 지나고 마당엔 체리꽃이 피었다. 희망의 다른 이름이 봄이라고, 안 보이던 게 눈에 보이는 계절이라 해서 '봄'이라고 한단다. 이 복잡한 세상을 홈리스 할아버지의 초월한 눈빛으로 살고 싶다면 남들은 웃을 것인가? 내 마음도 봄맞이 비질을 해야 겠다.

[이 아침에] 02-10-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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