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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와 독서의 씨앗
04/28/2017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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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그것은 냄새가 아니라 향기였다. 가난한 시인의 집에 가장 많은 건 책이었다. 아버지 방에 삼면으로 둘러선 책장에는 엄청난 책이 있었는데 어린 내겐 어려운 책들이었다. 글씨를 겨우 깨칠 무렵부터 이해도 안 되는 시집을 읽었다. 처음 갖게 된 세계 명작동화 선집이 든 작은 책꽂이도 아버지 방 책장 귀퉁이에 있었다. 그곳에 종일 박혀 책 읽는 시간이 좋았다. 서재에서 나는 약간은 시큼한 오래된 책 냄새가 좋았다. 

신문사에 다니시던 아버지는 항상 누런 가죽 책보를 옆구리에 끼고 다니셨는데 그 안엔 늘 신간 서적과 잡지가 들어있었다. 어머니와, 나중엔 동생들과도 서로 읽으려고 경쟁했다. 책보를 먼저 받아서 책을 선점하려고 아버지가 오시도록 자지 않고 기다렸다. 새 책에서 나는 인쇄 냄새 그것도 향기라고 해야 옳다.  

어려서부터 길들여진 습관 때문인지 내 취미는 '독서'가 유일하다. 취미를 넘어 문자 중독증에 가깝다. 신간 서적은 물론 광고지, 브로셔, 삽지, 길거리 신문을 망라하여 인쇄된 것은 모두 읽는 편이다. 그러니 서점이나 도서관은 자주 가는 놀이터인 셈이다. 글을 쓰려면 계속 읽어야 하니 책과 독서는 나의 숙명이 아닐까.

다산 정약용은 귀양지 강진에서 두 아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절대로 과거시험을 보지 못함으로 기죽지 말고 마음으로 경전 공부에 힘을 쏟아 독서종자(讀書種子)가 끊어지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고 썼다. 폐족의 처지를 비관해 자식들이 자포자기할까봐 마음 졸이는 아버지의 마음을 쓴 것이다. 독서종자는 책 읽는 종자다. 종자는 씨앗이다. 독서의 씨앗마저 끊어지면 그 집안도 나라도 그것으로 끝이라 생각했다. 그 시절엔 독서만이 나를 지켜주고 내 집안, 내 나라를 지켜준다고 생각했다.

뒤늦게 수필가로 등단한 남동생도 회사 사보에 일주일에 한 번 독서일기를 연재 중이다. 독서의 종자가 대를 이어가는 걸 보면 돌아가신 아버지도 흐뭇해하시지 않을까. 

피오피코 코리아타운 도서관과의 인연이 30년이 된 것을 생각도 않고 지냈다가, 얼마 전 후원회장 임기를 마치며 받은 감사패에 30년 봉사라고 쓰여있기에 헤아려 보았다. 텍사스에서 캘리포니아 LA로 이사 온 1987년부터이니 내 인생 절반의 세월이다. 앞으로도 도서관과의 인연은 자연스럽게 평생 이어갈 것이다. 책과 가까운 삶을 살게 한 도서관과 친하게 산 것이 행운이고 감사한 일이다. 

피오피코 코리아타운 도서관의 봄철 중고 북세일이 4월 29일 토요일 도서관 뒤뜰에서 열린다. 후원회원은 10시부터 입장 가능하고 일반인은 11시부터 입장 할 수 있다. 책 가격은 50센트부터 5달러까지 다양하며 희귀본도 찾을 수 있다. 중고책을 팔아 새 책을 구입하여 도서관에 비치하는 아름다운 순환의 행사이다. 이 보물찾기와도 같은 행사에 참여하여 독서의 종자를 찾게 되는 분이 많길 간절히 바란다.



[이 아침에] 책의 향기와 독서의 씨앗

 이정아/수필가 

[LA중앙일보] 04.27.17 22:41












독서, 독서 종자, 책의 향기, 북세일,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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