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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폰(同床異phone)
08/04/2017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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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폰(同床異phone)

                          


한침대에 누웠어도 교감이 없다. 환갑넘기며 이미 방전된 사이이긴 해도. 되도록 침대 가장자리쪽으로 자리를 잡아 독립공간 확보에 힘쓴다. 이럴땐 침대를 캘리포니아 킹 사이즈로 사길 잘했다고 스스로 기특해한다. 각자 양끝으로 자리잡고 핸드폰 속 나만의 세계에 빠져든다. 가끔 신기한 동영상을 만나면 몸을 한번 굴려 침대 가운데 광장에서 접선하여 보여주고 함께 놀라거나 키득댄다. 동영상이 길면 공유를 누르고 각자 원위치로 돌아간다.


남편은 주로 연주음악이나 비행기 조종에 관한 취미영상이나 기사를 본다. 나는 주로 각처 문인들의 좋은 글을 읽는다. 집안은 대체로 조용한 도서실분위기를 유지한다. 침묵수행,묵언정진하는 도량같기도하다. 바야흐로 1인 미디어시대에 도달했다. 


일찌기 친정 아버지가 돌아가신해인 2001년에 한국의 사이트인 한국문학도서관에 개인 서재를 열었다. "매일 글연습을 하라."는 말씀이 유언같아서 그걸 지키기위해서였다. 일기처럼 글을 썼다. 모두 작품이 되는 건 아니지만, 원고청탁이 들어오면 겁나지 않았다. 완성된 글이 아니어도 인벤토리가 많은 상점주인같이 자신이 충만했었다. 이후에 블로그를 열고 페이스북에 카카오스토리에 브런치, 인스타그램 까지하고 있으니 가히 사이버시대에 충실한 인물이 되었다.


작품글만 올리는 서재와는 달리, 사생활도 소소히 올리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때문에 밥먹기전엔 사진을 먼저찍고 놀러가면 간판 앞에서 인증셧을 찍은후 경치를 감상하는게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남에게 보여지는 삶, 남을 위한 삶을 살게 된 셈이다. 


하루 종일 나를 중계하는 삶이 그리 좋은 것 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사건이 있었다. 열심히 사이버인생을 살던 지인의 아들이 피지로 휴가를 간다고 대대적으로 광고를 하고 다녀오니, 집안을 몽땅 털어간 사건이 발생했다. 보석 도매상이던 그가 장사 밑천이던 보석류까지 다 도난을 당한 것이다. 아는 도둑님일 것으로 추측한단다.


그런일을 몰랐다면 컴과 가까운 생활을 하는 나도, 눈알과 손가락이 컴퓨터와 합체된 (이미 인공관절도 넣은지라) 사이보그로 재탄생 할 뻔 했다. 남의 불행을 보고 내 삶을 간수하는 모양이 미안하긴해도 사이버중독을 경계하는 반면교사로 삼고, 지나친 사생활 노출도 조심하려한다.


젊은날 눈멀어 결혼한 후, 맞는걸 눈씻고 찾아도 없던 우리부부가 막판에 맞은 콩팥(신장)으로 인해 부부 일심동체 라는 어색한 칭송을 받은지 3년이 넘었다. 동상이폰으로 그 어색함을 떨칠 수 있어 천만 다행 이다. 역시 부부는 안 맞아야 정상이다.



 [이 아침에]

 이정아/수필가

 [LA중앙일보] 08.03.17 20:17




사이버, 사이보그,동상이몽,동상이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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