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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산을 오르는가?
01/08/201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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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산에 오르는 이유가 다를 것이다. 산악인 죠지 말로리(George Mallory) 1923년 뉴욕 타임스 기자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그는 이미 에베레스트 두 번이나 실패한 후였다.  

"Because it’s there… Everest is the highest mountain in the world, and no man has reached its summit. Its existence is a challenge. The answer is instinctive, a part, I suppose, of man’s desire to conquer the universe.”  그는 에베레스트가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이기에, 아직 누구도 정상에 오르지 않았기에, 그 존재 자체가 도전이며 세상을 정복하고 싶은 욕망 때문에 오른다고 했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환경 운동가 잔 뮤어(John Muir)는 "The mountains are calling and I must go"란 말을 했다.


월천 이귀인 님은 이런 시를 썼다.

    왜 산에 오르느냐 묻거들랑...

    그냥 지비 로운 미소로 대신하라.

    왜 산에 오르느냐 묻거들랑...

    마음에 가득한 욕심 덩이를 녹이기 위해서라 대답하라.

    왜 산에 오르느냐 묻거들앙...

    거기에는 언제나 변치 않는 친구들이 많기 때문이라 대답하라.

    왜 산에 오르느냐 묻거들랑...

    산에 주는 무려한 배려, 감사, 포옹이 있어서라 대답하라.



나는 왜 산을 오르게 됐는가?


미국 정착


그럼 나는 왜 산에 오르는가? 이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나는 왜 산을 오르게 됐는가? 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고자 한다.


90년 초 나는 대학원에서 요증 한참 뜨고 있는 인공지능(AI)을 석사 과정으로 공부했다. 지금은 AI가 검색엔진, Apple Siri, 구글 홈, 아마존 알렉사, 네이버 클로바등 실제 생활에서 많이 쓰이지만 그 당시에는 군같은 정부기관이나 연구소에서 개발 중이었고 이것로 취업하기는 어려웠다.


석사를 마치고 공군 학사 장교로 군복무를 마치고 국내 모 기업의 휴대폰 개발자로 직장을 잡았다. 폴더폰이 상용화 되는 세대였고 아직 MP3 등 음악 제생은 안 되는 시대였다. 회사 내의 정치로 내가 속한 팀이 해체되고 하드웨어 개발에 재미를 못 느끼고, 1년 반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캐나다 이민 신청을 했다.


이민 신청을 하고 혼자 영어 공부도 하고 직장을 잡을 생각으로 먼저 캐나다에 갔다. 영주권 수속이 순조롭게 되고 가족들은 영주 여권을 받고 캐나다에 합류했다. 그러나 이때부터 문제가 생겼다. 영주권 소속이 늦어지고 신분 문제로 취업을 할 수 없고, 전세금을 빼서 한국에서 가져온 정착 자금을 다 떨어지고..., 신분 불안, 당장 내일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빈곤 이런 것들로 힘든 생활을 했다. 약 7개 여월 고생하다 신분 문제로 결국 미국으로 내려와야 했다. 다행히 로스앤젤레스에 선교단체 아시는 분의 도움으로 LA 도착 다음 날 직장을 잡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당시 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채용됐다. 그러나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실제 경험도 있는 것도 아니었고, 신분이 해결된 건도 아니었고, 영어도 잘하는 편이 아니었다.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고, 이렇게 미국에 정착 하게 됐다.


친구의 도움으로 쉽게 취업하여 이민 생활의 큰 벽을 하나 넘었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선교활동, 외국에서의 첫 직장 생활, 그리고 어린아이들, 할 일이 많았고 시간은 없었다. 언어 문제, 문화 차이,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 만성 피로에 시달렸고, 시간만 되면 졸기 일쑤였다. 집중력도 떨어졌고 일 능률도 오르지 않았다. 한 번은 최고 기술 책임자(CTO)와 미팅 중 졸다가 해고당할 뻔한 적도 있었다.


산에 오르다


그러다 우연히 근처 산에 간 적이 있다. 높지 않은 산이었는데 죽을 만큼 힘들었다. 이제 30대 중반인데 이렇게 체력이 없구나 충격이었다.  그러나 정상에서 바라본 경치,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취했다는 느낌, 비록 다리와 발은 아프다고 아우성이었지만 기분은 괜찮았다. 이걸 계기로 조금씩 산에 다니기 시작했다. 몸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고 머리도 상쾌해졌고 일 능률이 올랐다. 운동을 통해 체력과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주 토요일은 산에 가고 있다. 문제는 시간이 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짧은 시간에 충분한 운동이 될 수 있도록 점점 어려운 고산 산행을 하게 됐다.



산을 오름으로 무엇을 얻는가?


산행을 하며 일상에서 벗어나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벗어나 자신에 대해, 인생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자신에 대해서는 내 자신이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라는 것, 모험을 좋아하고 부지런히 움직이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 목표를 세우고 준비하고 이루어 나가는 것을 즐기는 성취욕이 있다는 것, 도전을 좋아하고 실패를 잘 다룬다는 것 이런 것들이었다.

 

인생에 대해선 내가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는 것, 나는 그저 우주의 일부의, 사회의 일부요 가족이 일부라는 것. 일부로서 나 혼자만 특출해도 안되고 같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서로 도와야 된다는 것, 자연 앞에서 인간의 미약함, 자연이 허락하지 않으면 산을 오를 수도 없고 생명 부지 할 수도 없다는 것, 그리고 느림의 미학도 배웠다. 자연 앞엔 내가 서두른다고 되지 않는 것도 많았다. 살아 있다는 것의 소중한, 함께 말을 건네고 식사라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행복, 편안하고 안전하게 잘 수 있는 비록 좁은 아파트라도 보금자리가 있다는 안도감, 산행이 끝나고 지치고 더러운 몸을 따뜻한 물로 씻고 따뜻한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행복, 심지어 비 오는 날 흑탕 튀기지 않고 걸을 수 있는 아스팔트 길, 일상 하나하나, 비록 작은 것들 평소에 당연히 여겼던 건들의 소중함을 느꼈다.



또한 단순함을 배웠다. 우리가 살기 위해선 그렇게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다. 백팩 하나의 모든 것이 있다. 집과 같은 텐트가 있고, 침대와 같은 슬립핑 패드와 침낭이 있다. 코펠과 휴대용 버너, 그리고 수저 하나면 식사가 해결된다. 전화가 안돼 페이스 북을 못 하겠지만, 여름 에어컨이 없어 덥겠지만, 겨울엔 난로가 없어 춥겠지만, TV가 없어 영화를 볼 수 없겠지만 사는 대는 전혀 지장이 없다. 오히려 없음 이로 인한 이동성과 자유성이 있다.


저 높은 곳을 향하여...,


꾸준한 산행으로 체력이 좋아졌고 자신감도 생겼다. 그러나 낮고 쉬운 산행은 이제 단조로왔고 나 자신에게 도전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높은 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높은 산들은 마음만 먹는다고 그냥 오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단 목표를 세웠다. 알래스카를 제외한 미국 대륙에서 제일 높은 산 Whitney로 잡았다. Whitney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산으로 4, 421m 고봉이다. 같은 캘리포니아지만 LA에서 약 6시간 운전해야 하는 거리다. 보통 1박 2일로 하는데 나는 시간 관계로 당일 산행을 계획했다. 4000m 이상 고지를 당일로 산행하는 것은 좀 무리다. 그래서 6개월 동안 매일 새벽을 조깅으로 훈련을 했다. 비가 와도 달렸다. 몸이 좀 아파도 달렸다. 하루하루의 훈련이 정상 성공을 한 발 한 발 까갑께 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지 정상에 오르는 것뿐만 아니라 생명을 지킬 뿐만 아니라 위험 요소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목표가 분명하니 동기가 뚜렷해지고 자기를 절제하며 훈련할 수 있었다.  Whitney 산행 준비 과정과 산행기는 다음 글에 다루고자 한다.



왜 산에 오르는가?에 대한 나의 대답은 계속된다.

사진 엘범: https://jsong.smugmug.com/
나의 이야기 - 포기하지 않는 한 희망은 있다: https://brunch.co.kr/@lifidea/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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