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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남자로 살아가기
04/17/201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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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오래 전부터 자기 스스로 물건을 조립하거나 제품을 만드는 DIY (Do It Yourself) 시장이 활성화 되어 있다. 가끔 동네를 지나다 보면 거라지를 열어 놓고 뭔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안을 들여다보니 벽 전체에 온갖 공구들이 줄 지어 나란히 걸려 있는 게 마치 전문가들 작업실 수준이다. 부러운 마음으로 한동안 지켜 본 적도 있다.

 

주말이면 홈 디포 같은데서 필요한 재료를 사서 가구며 이런 저런 소품들을 직접 만들거나 테라스를 꾸미는 것이 남자들의 일상생활이다. 공장에서 일률적으로 만들어져 나오는 규격화 된 제품보다 자기만의 아이디어를 가미한 창의성 있는 물건을 직접 만들어 쓰니 훨씬 애착도 가고 보람도 느낄 것이다.


 안방 욕실 수도꼭지에서 물이 샌다30년이 다 된 집이다 보니 자주 있는 일이다.

홈 디포에서 필요한 부품을 사서 바꾸고 나니 모양도 예쁘고 물도 새지 않으니 기분까지 상쾌하다. 미국 생활 십여 년이 넘어가면서 집안에서 생기는 간단한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고 있지만 사실 이만한 실력을 갖추기까지 쉬운 게 아니었다.

 

원래 손재주라고는 없는 문과 출신으로 기계 다루는 일이나 뭐 만들고 고치는 일은 전혀 다른 세상일로 치부하며 살아왔다


 미국 와서는 사정이 달라졌다. 인건비가 비싼 탓인지 무슨 작은 문제가 생겨도 고치는 사람을 불러 수리를 하고 나면 적지 않은 돈을 내야 하니 웬만한 일은 스스로 직접 해결하기 시작했다. 처음 TV를 사고 받침대를 조립하느라 하루 종일 고군분투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보기에는 정말 쉬워 보였고, 매뉴얼에는 각 부품마다 번호가 매겨져 있어 순서대로 조립만 하면 되는데 왜 그리 안 되는지. 손재주를 물려받지 못한 DNA를 탓하며 우여곡절 끝에 조립에 성공을 하기는 했는데. 아뿔싸. 패널 한 장 안과 바깥쪽이 바뀌어 있다는 걸 알았지만 내 실력에 이 정도만 해도 어딘데 하면서 사용하는데 지장은 없으니 그냥 쓰기로 했다.

 

이번에는 1층 욕실 변기에서 물이 새는지 쉭쉭거리는 소리가 난다.

직접 고쳐보기로 했다. 필요한 부품 일체를 사 와 집 외부에서 들어오는 수도 연결 밸브까지 차단하고 공사를 시작했다. 평소 써 본 적도 없는 전문 공구까지 동원해 부품 교체까지는 무사히 끝냈는데 벽에서 나오는 파이프와 변기를 연결하는 호스 커넥터가 깨져 있는 걸 발견했다. 홈 디포를 몇 번을 왔다 갔다 한 끝에 드디어 모든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나도 해낸 것이다.

 

옛말대로 고생 끝에 낙이 온 기분이 들어 흐뭇하고 뿌듯한 만족감에 행복했다. 조만간 자꾸 늘어만 가는 책을 정리하기 위해 책장도 내 손으로 직접 한번 만들어 봐야겠다. 이렇게 나도 미국 생활의 필수 코스인 DIY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할 수 없다고 지레 겁먹고 수리 업자를 불러 해결하던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적극적인 의지가 생겨 결국 해 낼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할 수 있다는 배짱, 그 자신감이 성취의 보람과 힘이며 미국에서 남자로 살아가는 하나의 조건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끝.


< 2017년 4월 17일자 중앙일보 [이 아침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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