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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는 배후가 없다
08/30/201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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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는 배후가 없다 임영조

 

청량한 가을볕에

피를 말린다

소슬한 바람으로

살을 말린다

비천한 습지에 뿌리를 박고

푸른 날을 세우고 가슴 설레던

고뇌와 욕정과 분노에 떨던

젊은 날의 속된 꿈을 말린다

비로소 철이 들어 禪門에 들 듯

젖은 몸을 말리고 속을 비운다

 

말리면 말린 만큼 편하고

비우면 비운 만큼 선명해지는

홀가분한 존재의 가벼움

성성한 백발이 더욱 빛나는

저 꼿꼿한 老後!

 

갈대는 갈대가 배경일 뿐

배후가 없다. 다만

끼리끼리 시린 몸을 기댄 채

집단으로 항거하다 따로따로 흩어질

反骨同志가 있을 뿐

갈대는 갈 데도 없다

 

그리하여 이 가을

볕으로 바람으로

피를 말린다

몸을 말린다

홀가분한 존재의 탈속을 위해

 


누구나 세월이 가면 늙는다. 권력과 명예도, 탐욕과 분노도 덧없는 세월에 씻겨가고 필경 남는 것은, 고독한 자신뿐이다

   이와 같은 존재방식을 터득하고 비워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일이야 말로 곱게 늙을 수 있는 길이다.



(하늘공원 갈대)











갈대는 배후가 없다, 임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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