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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夜勤)과 삼겹살
10/07/201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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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내가 젊은 시절에 몸 바쳐 일했던 연구원에서의 추억과 일화에 관한 글이다. 연구원에서 개원 40년을 맞아 오비들에게 의뢰했던 원고들 중 내가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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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夜勤)과 삼겹살 

 

연구원에서의 추억은 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그믐밤의 별들처럼 은은하고 총총하게 기억된다. 또한 가끔씩은 그립고 가슴조이는 추억들로 인해 앉지도 서지도 못하게 애틋해 진다.

 

나는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1985년 시월 말부터 시작하여 21년 간 농경연에서 근무했다. 처음에는 구 농업경제연구소 일자건물의 북쪽에 위치한 시베리아 같은 방을 배정 받았다. 그곳에서 나는 새로 발족한 국제농업실을 책임지며 처음 맞는 겨울을 앉은뱅이 간이 전기난로를 가랑이에 끼고 지냈다. 뒷산에 놀러오던 꿩들을 내다보며 지냈다.

 

이듬해부터는 12개 농수산물의 수출을 늘려보자는 과제가 생겨 전국 각지로 출장을 다녔다. 사과, , 깐밤, 표고버섯, 돼지고기 등 농산물과 피조개, 미역, 정어리, 갯지렁이 등 수산물의 현지조사를 위해 8도를 전국유람 하듯 여행했다. 조국의 강산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 보았다. 나는 그때 농활 활동을 다시 하는 듯하여 무척 뿌듯하고 즐거웠었다. 출장을 다니며 돈을 걷고 공통으로 저녁을 사 먹던 어느 황사 낀 봄날과 당시의 직원들이 눈물겹도록 그립다.

 

국제농업실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지고 국가차원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것은 1987UR 농산물협상이 시작되고 부터이다. 개방피해를 계측하고 대책을 세우는 동시에 공무원들의 협상을 자문하고, 농산물협상의 내용을 농민들에게 홍보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과중한 업무였다. 우리 직원들은 단지 상호 신뢰와 성실만을 바탕으로 식량안보의 전도사가 되어 협상이론을 함께 수립하면서 한 눈 팔지 않았다.

 

우리는 UR 농산물협상이 타결된 1994년을 전후해서는 일상적으로 야근을 했다. 경희대 앞의 여러 음식점 중 우리가 즐겨 가던 곳은 서가네였다. 그곳은 삼겹살이 꼬득하게 익을 때 감칠맛이 있고 따라 나오는 옆 반찬이 좋았다. 출출하게 시작되는 저녁식사에서 삼겹살에 소주는 필수였다. 누군가 각 일병은 해야지 하면서 바람을 잡으면 모두가 거나하게 취하게 되었다. 묽은 된장에 군 마늘을 찍어 우물거리면서 농업협정문을 생각하고 토론했다. 이러면서 갈 봄 여름이 여러 번 지나갔다.

 

은퇴생활에 하등 쓸모가 없어 보이는 농산물협상과 식량안보의 지식만을 가지고 나는 은퇴 후 바로 미국으로 왔다. 미국에 사는 자식들과 합류하기 위해서였다. 세상은 변했고, 미국은 다시 이질적이었고, 하루 종일을 아내와 다투면서 함께 하는 세월은 적막하고 쓸쓸한 고통이었다. 다행히 요즈음은 모든 미련을 방하착(放下著)하고 불경처럼 살고 있다. 흙탕물을 앙금으로 가라앉히는 데 수 년이 걸린 셈이다.

 

우리는 너무 건강하고 젊을 때 일을 그만두고 퇴직하는 것 같다. 직장생활 만큼의 세월을 노후로서 보내야 한다. 따라서 평생 하던 일을 떠나 뜻과 보람이 있는 취미생활이나 봉사활동을 찾아 미리미리 노후계획을 세워 둘 필요가 있다. 그러면 다시 안녕

농경연, UR 농산물협상, 야근, 삼겹살,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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