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ehlee
Korean Valley(JaeHLee)
California 블로거

Blog Open 06.10.2015

전체     19365
오늘방문     25
오늘댓글     0
오늘 스크랩     0
친구     8 명
  최근 방문 블로거 더보기
  달력
 
깊이 심으면 죽는다
04/04/2019 12:23
조회  893   |  추천   9   |  스크랩   0
IP 172.xx.xx.42


완연한 봄이다. 갖가지 야채 씨앗을 뿌릴 시기다. 
농대를 다닐 때 학교에서 실습을 한 적이 있다. 모종 트레이에 씨를 흩뿌리기, 얕게 심기, 깊게 심기 이렇게 세 가지로 실험을 했다. 결과는 흩뿌리리기(흙 위에 씨를 뿌리고 덮지 않음)와 얕게 심기는 똑같이 발아율이 좋았다. 그러나 깊이 심은 씨앗들은 발아율이 낮았다. 

텃밭 농사를 하는 많은 분들이 씨앗을 깊이 심으면 좋을거라고 생각한다. 씨는 자기 키의 2~2.5배 깊이로 심어야 발아율이 좋다. 씨는 흩뿌리고 살짝 덮어야 한다. 덮는 이유도 씨가 마르거나 새들이 먹을까봐 그러는 것이다. 산에서 자라는 풀을 생각해보자. 산에서는 어떤 씨앗도 묻지 않는다. 흙 위에 떨어져서 자란다. 깊이 심으면 썩는 경우가 많다. 

흙 속에서 생명이 움튼 뒤 연약한 싹을 땅 위로 밀어올리는 일은 기적이다. 
씨가 땅에 떨어져서 적당한 습도가 있으면 뿌리가 먼저 돋는다. 그 뿌리로 지탱을 하고 떡잎을 키워서 흙을 뚫고 나온다. 흙 속에서 안간힘을 쓰면서 자란다. 새싹에게도 흙 속의 어두움은 두려움이다. 덮인 흙이 두꺼우면 어깨로 들어올리다가 지치면 죽는다. 깊이 묻을 일이 아니다. 

생명이 탄생하는 것은 ‘질서'를 부여하는 과정이다. 엔트로피 법칙과 역행하는 일은 고단하고 에너지가 많이 든다. 우주는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즉 무질서해지는 것이다. 잉크 한 방울을 물에 풀었을 때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잉크 방울은 분자가 질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엔트로피가 적다. 그러나 물에 풀리면 잉크 분자는 면적이 커지고 무질서해진다. 생명체로 비유하자면 엔트로피가 궁극에 이르러 움직임이 멈추면 그것이 ‘죽음'이다. 생명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가고 역행하지 않는다. 

씨앗은 썩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뭉쳐있기 보다 풀어지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뿌리를 내리고 잎을 키워내는 일은 우주의 법칙과 역행한다. 엔트로피가 감소하는 일이다. 내가 생명에 외경심을 갖는 이유다. 얕게 심자. 

www.gaiaecovillage.com
 


"가이아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 블로그의 인기글

깊이 심으면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