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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염색의 애환
10/12/2019 20:35
조회  2196   |  추천   20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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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각 부분마다 늙어 가는 순서가 다르다는 걸 아시는지?

일예로 내 오장육부 신체 중 가장 먼저 늙은 부분은 머리칼이다.
아직도 돋보기를 쓰지 않아도 작은 글씨를 읽을 수 있는 눈은 나의 가장 젊은 부분이겠다. 

아리조나로 이사와서 자리 잡느라 마음 고생한 덕에 다시 날씬한 몸매까지 되찾은 나… 
어떤 사람은 나를 40대쯤으로 보기도하고 
실없는 미국 사람 중에는 30대 후반까지로 봐주는 인심 후한 사람도 있다. ㅎㅎㅎ 


그렇다고 속으로라도 너무 좋아하는 것은 염체 없는 짓이겠지만

나로서는 사실 황송한 일이 아닐수 없다. 
얼굴에 그 흔한 칼질 한번 한적도 물론 없으려니와

화장도 잘 안하고 밤 세안도 걸핏하면 거르는 게으른 몸이니까..

그런데 젊어 보이는 비결은 순전히 머리염색 덕인것을 나는 안다.
염색을 안하면 머리가 허옇게 되고 
여지없이 60 문턱을 넘어섰다는 것이 당장 발각이 날 터....

 

어릴 때 내 머리는 노랑 머리라고 부를 정도로 연한 갈색이었다. 
한국적인 흑발 미인을 부러워 한적도 왜 없겠냐만 
내 머리칼 색은 나름대로 독특하기까지 해서

자랑스럽게 생각하기도 했었던... 남편이 단번에 반했다던 그 갈색 머리결...

그 앰버 브라운 갈색 머리가 오늘 따라 얼마나 사무치게 그리운지!   

아름다운 꽃은 일찍 시든다...

정말 아름다운 것은 오래가지 않는 법일까?
세상에, 왠일인지 고등학교 때부터 일찌감치 새치가 생기더니 
30 대부터는 흰 머리가 제법 흔해졌다. 


아이들에게 흰 머리를 뽑아 달라고 사정 하던게 아마 시작이었지. 
참을 수 없어진 것은 40 대 초반이였을 것이다. 
내 나이보다 미리 늙어버릴 순 차마 없어서 
바쁘고 정신 없는 틈에도 염색을 하며 버티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그때부터는 게으름 때문에 간신히 두달 석달이 지나면 마지못해 
한번씩 거사를 도모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그 정도로는 버텨지지가 않는 것이다. 

게다가 피닉스 더위를 이기려고 시작한 수영을 계속하면서 
머리 염색이 너무나 쉽게 빠지고 변해버리는 것을 발견하였다.
수영장 물 속에 들어있는 클로락스 블리치 때문이다.

수고한지 한달도 못 되어 시큼한 색으로 변색이 되고 보기가 싫어지는 것이다.

어제 밤에도 내 꼬라지를 보니 
그러지 않아도 피곤해 보이는 초로의 얼굴이 형편이 없이 더 늙어 보이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더 이상 참다가는 본색이 다 드러나게 생겨서 
귀찮음을 물리치고 어제밤 조치를 단행 하였던 것.

그런데 아뿔사.. 일본제 염색약 때문에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미국제는 아무리 오래 두어도 어느 정도 색이 나오면 더 이상 진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더딘 손길로 골고루 묻히고도 맘껏 오래 내버려 두어도 별 문제가 없다.

한가지 문제는 동양 머리카락과 잘 맞지 않는지 염색이 약하여 더 자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본제는 오래도록 염색이 지워지지 않아 더 오래 간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약속한 색에 고정이 되지 않고 시간을 끌수록 점점 더 까맣게 되는 것이 큰 약점이다.

또한 너무 빨리 급하게 염색이 되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미국제 25 분인데 반하여 5분-7분이 허용 시간.

흰 머리를 다 카버하려면 도저히 그 시간에는 반에 반도 못한다.

그래서 꼼꼼히 칠하다보면 색갈에 펑크가 나고 마는 것이다.

 

까맣다 못해 징그런 검정색...옛날에 한번 혼이 난 적이 있었다.

미국제 쓰던 버릇대로 맘껏 시간을 들여 끝을 냈더니 

연한 갈색으로 시작했는데도 완전히 까맣게 변하여 귀신처럼 이상해 보일 정도 였다.

하도 놀라서 그후로 일본제를 쓰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 민감한 문제점을 망각하고 다시 오랜만에 써보는 일본 염색약은  
먼저 뭍힌 앞 머리부터 시시각각 이상하게 기분 나쁜 검정색으로 변하는 것이 아닌가...

아직 뒷머리까지 하려면 한참 걸릴텐데…

이크, 너무 까매지는구나.
옛날 있었던 끔찍했던 기억을 되살리며  
뒷 머리는 부랴사랴 대강 끝내고 씻었는데도 
이미 고착된 진한 까만색이 영 낯이 설었다. 

하나님이 만드시는 까만색은 너무나 자연스런데 
인공 검정색은 어찌 그리도 부자연 스러운지, 얄궂고 징그런 까만색이다.

내가 이름 붙이기로는 '귀신 머리' 검정색이다.

염색은 아무리 잘해도 천연 머리칼 색깔의 아름다움과 비교가 안된다. 
천연 머리는 새로 나오는 머리밑이 색이 진하고 머리 끝으로 갈수록 연해지는 반면에 
인공 염색은 반대로 끝으로 갈수록 점점 더 진해지는 것이다.
하일라잇을 해서 그 단점을 카바 하기도 한다지만 
그정도 열심을 내기도 귀찮고 집에서는 할수가 없다.

인공 염색머리는 또 아주 잠간만 괜찮다. 
일주일만 지나면 밑에서부터 흰머리가 밀어 올라온다.
조금만 머리를 헤치면 본색을 폭로할 만반의 준비를 한 군대가 호심탐탐 엿보는 기세.
염색 시간을 놓쳐서 정수리에 폭탄을 맞고 돌아 다니는 초로의 여자들을 보면 공연히 민망하다.


할수없이 귀신 머리를 하고 오늘 아침 교회를 갔는데..
다행히 모두가 내 얼굴이 더 이뻐 보인다나, 
염색이 부자연스러울까봐 밤새 걱정한 나를 안심시켜 주는 것이었다.
그래, 귀신 머리라도 검은 머리가 시어빠진 머리보다야 백번 낫겠지...

 

실상 깨닫는 것은 아무도 내 머리 색깔 따위엔 충분한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옛 머리칼 색깔이 영광의 앰버 브라운이었던 것을 기억할 자, 나말고 누가 또 있으랴..ㅎㅎ

믿을 수 없는 남편 왈, 어쨎거나 더 젊어 보인단다. 그것으로 이번 염색은 한달간 오케이! 


어제 밤에 70대로 보이던 내가 오늘 다시 50대로 되돌아 갈수 있다니!
이 맛 때문에 염색을 그만둘 수가 없는 것이다.

변신의 조화가 참으로 신비롭기까지 하지만
젊지도 늙지도 않은 교묘한 내 얼굴을 거울로 쳐다볼 때마다 약간 슬퍼져서
언제나 염색을 차라리 그만둘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염색을 안하고 내버려 두어도 게으르다는 말을 안들을 수 있을 때?,

여자이기를 더이상 포기한 때?, 
늙음에 숨어버림으로 모든 것에서 자유롭게 되고 싶은 70대가 되면? 아니 80대?

그때는 내 몸도 모든 구석이 골고루 늙어져 흰 머리가 잘 어울리겠지.
눈도 늙고, 귀도 늙고,  얼굴도 쭈글쭈글...돋보기도 쓰고.. 

그런 얼굴에 새까만 머리란 더 흉할 것이다.


그렇지만 하나님 나라에 가면! 

모두 30대쯤으로 되돌아 간다던가? 
다시 한번, 그리고 영원히 부드러운 갈색머리를 휘날릴 그 날이 올것으로 믿는다.

그것 뿐이랴? 그 찬란한 나라에 모든 것이 새로워지는 날들을!

아, 진심으로 바라고 기다리는 바이다.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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