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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찬가
09/28/2019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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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찬가 

이런 제목으로 글을 쓰려고 하니 슬슬 웃음이 먼저 나온다. 
내 남편을 아는 사람들이 보면 나를 보고 웃기는 여자라 할 것이다.
제 눈이 안경이라더니...하고 속으로 쯪쯪대며 흉을 볼지도 모를 일이다.


왜냐하면 갓 결혼한 새 신랑도 아니겠고 다 늙어가는 주제에 
멋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이상한 사람을 가지고 찬가를 쓴다니... 

내 생각에도 우습다니까.
정말이지 음악을 아냐? 색감을 아냐? 노래도 꽝, 예술의 '예' 짜도 모르는 무식대장 남편!

그런데 사실은 결혼 해서 첫 일년동안엔 아무것도 모르고 참 행복했었다. 
남자가 몸무게 100 파운드도 못 나갔으니 그런 비참한 지경의 사람을 따라 다니며 행복해 하던 
새 색시는 남의 눈에 희극이었나? 비극이었나? 궁금하다.
희극이던 비극이던 그때만해도 내 남편은 내가 원한 마음자세로 세상을 살아가려고 했으므로 
나를 진짜로 행복하게 해주었던 것이었다.

"하나님이 첫째, 교회가 두째, 우리는 세째" 그런 자세...
슬프게도 그 자세는 살면서 많이 무너지고 제멋대로가 되었다.
이제는 "내가 첫째, 우리가 두째, 교회나 하나님은 세째"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아니, 첫째도 두째도 세째도 오직 나,나,나!가 된 것 같을 때도 많다.
점점 세속화 되어 가는 그에게 부부싸움 할 때는 '사기 결혼'이라고 화를 내기도 한다. 
믿음 좋은 줄 알고 시집왔으니까.

자기딴엔 걸어다니며 기도를 조금하고, 매주 한두번 역효과(?) 나는 노방전도를 조금하고, 
시간나면 성경을 읽으며, 주일날은 안 빠지는 그 정도로 잘 하고 있다고 믿는 참 단순한 사람이다.
그렇지만 믿음이 타락한 원인이 내게 있을지도 모르니까 크게 시비 걸 일도 못 된다.

이제 나이와 건강을 핑게로 일을 안하고 집에서 대부분을 소일하는 백수가 되었는데 
마음은 더 많이 늙어 마치 80 세는 이미 된줄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다. 
87 세의 우리 아버지 보다 마음이 더 늙었다고 놀려줄 때가 많은데 그건 치명적인 사실!
왜 이렇게 나이보다 미리 늙는 사람에게 시집왔는고 한심스런 한탄이 나올 때도 있다.
이건 비밀이지만 요즈음 연상 커플이 추세라고 하는데 그것이 부러운 건 나만은 아닐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남편을 찬미할 제목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많이 늘어놓으면 진짜 코메디가 될까봐 오직 세가지만 소개 하기로 한다.

첫째는 청소를 열심히 해준다. 
넓으나 넓은 집을 살 때 미리 약속을 단단히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나 몰라라 했으면 내가 몽땅 뒤집어 쓸 뻔했는데 그래도 약속을 지켜줘서 
일주일에 두 세번씩 배큠질에 타일바닥 청소를 해준다.
남편 없으면 그게 다 내 차지가 아닌가?
물론 구석구석은 할 줄 모르고 보이는 데만 대강하는 청소 솜씨이니 
내가 해야할 부분이 많기는 하지만. 그 나마라도 감사해야 하겠지...

요새는 마치 자기가 내 마누라같이 군다. 
"이렇게 옷을 벗어 아무데나 막 놓지 말아"라나.. 
잔소리 좀 하더라도 청소 잘 해주는 남편! 칭찬하고 싶다.

두째는 자기 건강 챙기기를 잘 하는 것. 
작년에 대장암 수술을 한 뒤 더 열심히 챙긴다.
그렇다고 돈 많이 드는 보약이나 생약을 사 내라고는 하지 않아서 얼마나 좋은지.
정력에 좋다면 까마귀 아냐 부엉이라도 잡아먹어 씨를 말리는 한국 남자들이란 영 징그런 짐승 같다.

운동 좋아 하지 않는 나를 제치고 혼자 골프나 신선 놀음을 하는 것도 아니어서 다행이다.
오직 걷는 것, 걷는 것, 걷는 것으로 자기 체력을 유지하려고 하고 있으니...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혹은 밤에 서늘해지면 부지런히 걷는데 
너무 많이 걷지 말라고 말려도 소용이 없을 정도이다.

내 친구 남편은 암에 두번이나 걸렸다가 극진한 마누라 정성에 다 나았는데
운동하라는 아내 말을 귓등에도 안 듣는다니 얼마나 속이 타는지 모른단다.
착한 내 남편은 너무 많이 걷는게 걱정일 정도로 많이 걷는다. 
삼십분 걸으려 나갔다가 한시간 반씩, 한시간 걸으러 나갔다가 두시간 반씩 걸어대서 
그것도 아침 저녁으로 두번씩 너무나 열심히 해대서 
오히려 건강에 해롭지 않을까 염려 하는데 그것은 행복한 고민이라는 것이다. 
제발 많이나 먹고 마시면서 걸으라고 주의를 주는 나는 감사할 따름이다.
 
제일 중요한 세째 제목은 ..나는 남편이 못 나서 찬미한다. 
더구나 누가 봐도 아무도 탐내지 않는 늙은 남편임을 감사한다. 
돈도 더 이상 못 벌어오고 잘난 점이 많지 않아서 참 좋다.
왜냐하면 아무에게도 인기가 없는 남편은 바람 같은 것을 절대로 못 피울 것이고 
다른 여자에게 유혹을 당할 일도, 할 일도 없으니까 얼마나 마음이 편한지 모르겠다.ㅎㅎ

나 혼자만 몽땅 차지하는 남편 하나... 없는 것 보다는 있는 것이 백프로 좋은 게 아니겠나?
더구나 못난 남편 불쌍하다고 큰 불평없이 살아주는 나에게 
평생 진심으로 감사해 하며 살아 주니 내가 고맙고 고맙다. 
아직도 세상에서 젤 이쁘다고 입에 발린 아부까지 가끔 덤으로 들으니
늙어가면서 천생연분의 정을 누리면서 오래도록 같이 살고 싶다.

결혼 초같은 순수한 믿음을 회복하면 금상첨화겠으나 나도 자신없는 일이니 싸워봤자다.
어쨎든지 절대로 평생원수가 안될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나저나 우리 전도사 아들에게도 나처럼 눈먼 사람이 시집와서 곱게 끝까지 살아 주었으면... 
내가 왜 이 말을 쓰냐 하면 끝까지 내가 남편에게 잘하면 
꼭 내 아들에게도 좋은 와이프가 들어와 줄 것 같은 뜬금없는 믿음이 내게 있기 때문이다.

다음의 탈무드의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는지?
어떤 부부가 너무나 많이 싸우고 이혼 직전 처럼 힘들게 살았다. 
랍비가 아내에게 충고하기를 갯가에 나가서 조약돌을 아무거나 가지고 오라고 했다.
그것을 깨끗하고 반들반들 씻어서 시장에 나가서 놓고 팔라고 했다.
그러나 누가 산다고 하면 절대로 팔지는 말라고 했다. 
그렇게 하니 사람들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팔려고 하며, 또 산다면 왜 안파는 가하며 궁금해 하였다. 
그렇게 몇날 며칠 값을 올려 가며 팔았는데 나중에는 사람들이 서로 사려고 하고 
아주 비싼 값을 쳐 준다고 했단다. 

이 예화의 뜻은 무엇일까?
시시한 것도 내가 가꾸고 닦아 소중이 간직하면 귀해진다는 뜻일게다. 
사람은 시시하게 보면 한 없이 시시해지지만 
자기의 정성으로 남을 귀히 만들어 줄수 있다는 뜻일게다.
하늘 아래 새 것이 없고 모든 것은 다 시시한 것일 수도 있지만 
내게 인연을 맺고 사는 한 갈고 닦아 귀히 여기며 살면 
오히려 자기도 행복한 것이다라는 뜻... 가끔 생각해보는 예화이다.
며칠 후 결혼 35주년을 맞게 된 기념으로 이글을 써 보았다.(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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