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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에 이사라니!
09/18/2016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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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집으로 이사와서 사흘 밤을 잤고, 오늘이 나흘 째,

이 나이에 이사라니 ...집을 줄여 갔으려니 하겠지만 그게 아니다.

먼저 집과 아주 똑같은 집에 지하실 750 SQ 이 더 붙어 있으니 상당히 늘어난 것이다.


2012년 부동산 가격이 곤두박질 치던 때 막차를 잘 타서

그 이쁜 집을 원래 가격의 3 분지 1 값도 안 주고 사서

(원래 주인이 44만불을 주고 지은 집을 13만불에 샀다!)

4 년동안 살던 그 집을 

얼마나 사랑하고 아꼈던 것을 아는 사람은 알고 있다.


고가 높은 대문과 높은 천정, 시원하고 아름다운 거실.

정원에 심은 씨투루스 나무들이 

이제 간신히 담을 넘게 커가며 열매를 맺고, 꿀 참외도 따먹는.. 

그리고 저녁마다 아리조나의 황홀한 황혼을 즐길 수 있던 그 집, 

그 아까운 집을 내주고 떠나다니!


솔직히 나 자신도 이해가 안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너무나 만족해서 이사 갈 마음은 눈꼽 만치도 없었으니까.

그런데 배우자 만나는 것도, 집을 만나는 것도 인연이라더니

이런 이상한 인연이 있는 수도 있는 것이니, 

세상은 얼마나 재미있는 세상인가!

.........................

사연은 이렇다.

최근 두어 달 전에 우리 교회로 등록한 친구가 있었다.

절대로 교회같은 것은 다니지 않으련다는 사람이었는데 자주 찾아가서 친해지고

어떤 사정이 갑자기 생기는 바람에 교회에 다닐 결심을 하고 

나오기 시작하여 우리들의 기쁨이 된 친구다.


그들을 위해서 어떤 편의나 좋은 일이나 만들어 주고 싶은,

오지랖이 마냥 넓어진 나는 

미국와서 2 년동안 아파트에서 살면서 착실히 살고 있는 그 부부에게 

왠만하면 집을 장만하도록 권했고, 

당연히 그냥 돈만 나갈 뿐인 아파트보다는 집을 사고 싶다고 하는 그들에게

이왕이면 우리 동네로 오라고 했고 의기가 투합 되었다.


이렇게 나쁜 경기에 그래도 그분들이 경영하는 편의점은 꼼꼼한 경영 덕분인지, 

주님의 은혜로 잘 되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나는 자신있게 리얼터를 소개하면서 부축였다.

그런데 얼마나 바쁜 분들인지 잘 나와 보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덜 바쁜 내가 미리 봐서 볼만한 것을 추려 주리라 생각하고 

리얼터를 쫓아서 그날 하루 두 집을 보았다.


우리 동네에서 나와 있는 집은 그때 그 두 집 뿐이었는데 한 집은 '별로' 이었고

그 중 한 집이 이상하게 마음이 설렐 정도로 좋은 것이었다...

우리 집에서 세 집을 지나 길 건너 있는 집!

그날 밤 잠도 설치고, 그분들에게 예상한 금액보다 비싸지만 그래도 한번 보라고 권했는데 

절대로 볼 마음을 안 갖는 것이었다. 

나중에는 내년이나 집을 사겠다고 사양하고 뒤로 넘어지는 것이었고.


그런데 뜬금없이 내 생각에 "그분들이 안 사면 내가 사?" 하는 마음이 솟아 오르는 것이었다.

왜 마음에 끌렸냐하면 지하실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더운 동네에 이층 집은 살아보니까 아주 비 효율적이었고 

지하실이라면 겉으로 보면 안 나타나고 조촐하고 경제적이니 여러모로 좋을 것 같았다.


왜 내가 따로 두 개의 방이 지하실에 있는 이 집을 욕심 내었느냐 하면

순전히 남편 탓이다.

방을 따로따로 쓰는 것도 모자라서 초저녁 8시면 잠자리에 드는 남편 때문에 

다른 사람을 집에서 재우는초대는점점 어려워지고 있었던 것이다. 


작년에 두 고모가 한국에서 와서 일주일을 지낼 때 

남편 자는 그 옆방에서 지내며 아주 불편해 하는 것을 보고 

다시는 남을 자고 가라고 초대하지 말아야지...했었다. 

그래서 남에게 우리 집에 와서 며칠 자고 가라는 소리를 점점 안하게 되었지만 

워낙은 우리 부부는 길손들에게 집 제공하는 것을 아주 즐거워하던 사람들이다.


시카고 아파트에 살던 때 부터 노총각들도 재워주고 

집 정하기 전에 올데 갈데 없는 분들도 짧게는 하루, 길게는 한 두달도 함께 지나곤 했는데

남편이 늙어가면서 잠자리에 까탈을 부리는 몇년전 부터는타부가 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4년 살던 집 전경_)


이제 지하실이 있으면 옛날처럼 아무나 언제든지 와도 되고 얼마나 좋을까..

가슴이 뛰는 일이었다.

게다가 모든 것이 그 집보다 엎그레이드 된 참 좋은 집이면서도 

생각보다 가격은 별로 비싸지 않게 나오기도 하였다.


그래서 나는 기도를 시작했다. "하나님, 그 집이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집이라면 

아직도 원래 가격의 반 값만 오퍼할텐데 그게 통과되게 해주시고

모자라는 돈도 마련되게 해주세요."라고.


물론 첫 오퍼는 일언지하에 거절을 당했다.

"그렇겠지... 당연해. 아니, 잠깐 정신이 나갔었나봐." 하면서 

"내가 살고 있는 이 집도 충분히 아름답고 좋으니까.. 이사갈 필요 없어." 하면서 

나를 다잡았던 것이다.


그런데 리얼터가 제안을 하는 것이 자기가 3천불 코미션을 덜 받을 테니 

그것을 더 붙여서 오퍼를 다시하면 어떨까 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 친구들을 소개해서 여러채집을 사고 판 은혜를 갚겠단다.


하지만 두번째 오퍼도 또 안된다는 것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아무튼 좀 무리였다. 

우리 먼저 집 보다 12 만불 더 들여 지은 집을 현 시가로 만 불만 더 준다고 했으니.

꼭 깍으려는 마음이기 보다는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싸인으로 알고 싶은 것 뿐이었지만 

웃기는 착상 아닌가!


남의 집 너무 깍는 것도 미안하기도 하고, 

진짜 냉수먹고 정신차려야지 하고 다 포기했다.

그리고 "꼭 필요한 것도 아니니 안 주셔도 감사합니다..."라고 하면서.


'이 집도 너무나 분에 넘치는 좋은 집이죠. 

또 이 아름다운 황혼 경관을  잃는 것도, 힘든 이사를 가지 않아도 되니 감사합니다...'라고 하며 

완전히 잊어버리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일주일이나 더 지났는데 그들이 그 가격으로 가져 가라고 연락을 해왔다.


한편 돈 문제는 남편의 여동생과 나의 여동생들이 해결해 주었다.

만약 동생들 중에 하나라도  "언니, 뭐 그 나이에 힘들게 이사에요? 지금 사는 집 그만하면 좋던데?"

한마디 하고 거절했어도 가능한 일이 아닐텐데,

혹은 "건강이나 챙겨라", "줄여갈 판에 무슨 늘여가냐?" 등 가볍게 부정적 코멘트를 했으면 

머쓱하고 말았을 일이었다.


그 대신에 둘 다 약속한 것 처럼 "한번 해보지 뭐."하는 바람에 

그러면 하나님께서 허락한 내 집이구나 생각하고 

재빨리 수속하고 일사천리로 이사와 버린 것이다.

....................................................................


이사 온 지 벌써 넉 주가 지났다.

8월 한 여름에 이사하느라 얼마나 곤욕을 치뤘는지! 


혼자서는 결코 할수 없는 일이었고, 둘이 아직 이만큼 건강하니 가능한 일이었다.

요즈음 얼마나 날마다 감사하고 지내고 있는지 모른다. 

살아볼수록 더 좋아질 것 같다.


큰 딸은 엄마가 이사가려면 더 좋은 동네로나 가던지 

무슨 이사냐 핀잔을 주더니 와보고는 좋다 하였다.

자기 가족 모두 지하실 두 방에 내려가 하루밤 자고 간 후에 비평이 쏙 들어간 것이다.


아이들 고모도 시카고에서 벌써 와서 이틀 밤을 자고 갔다. 아주 만족하다며 잘 했단다.

은근히 샘내며 비판하려던 친구들도 

이 집에 와서 지하실에 내려가 보고 나서는 

입을 다문다.

진짜로 더운 이 동네에서 지하실은 정말 매력적이다.


벌써 한달도 못 되었지만 총 30 명이 왔다가 갔고, 

그중에 5 명은 자고 갔고, 19 명은 식사를 함께 했다..

앞으로 한국에 있는 선배님도 오시라고 할 것이고, 

타주의 친구들도 오라고 할 것이다.


샌프란에서 내년 초에 은퇴하시는 목사님도 우리 집에 와서 지내시면서 

장차 지낼 집도 찾아 보라고 하였더니 참 기뻐 하셨다.


그렇다. 내 힘이 닿고 기회가 되는 대로 이 집에서 많은 사람을 먹이고 재울 것이다.

그러면 주님께서 허락해 주신 것을 후회 안 하시겠지. 

아마도 아침에 자고 눈 뜰때 마다, 드나들 때마다, 

어린애처럼 좋아하는 나를 보고 

벌써부터 빙그레 웃으시겠지...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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