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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들이 무서워하는 내 친구
06/12/2015 11:19
조회  2738   |  추천   18   |  스크랩   0
IP 184.xx.xx.119


어제 저녁 갑자기 냉장고가 우두두둑하며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돌아가는 것이었다.

이크 고장났나?

이사올 때 290불 주고 12년 쓴 헌것을 샀는데 아주 크고 견고하여서

그동안 세컨드 냉장고 구실을 톡톡히 해주어 오던 것이었다.


처음에는 헌것을 공연히 사왔나 걱정도 했었지만 속 한번 썩이지 않았고

김치병싸이즈의 유리병들이 두칸이나 마음대로 들어갈 정도로 커서  

김치 냉장고가 없는 우리집에서 쓸모가 많은 것이었다.

이제 우리집에 와서 삼년, 총 십오년이나 쓴 것이니 고장날 때도 되었을까?


아리조나는 더우니까 왠만한 것은 다 냉장고에 쓸어 넣는다. 그러려니 하나 가지고는 부족하다.

부부 둘만 살아도 냉장고 두개를 써버릇했으니 당장 하나 가지고 살기가 답답할 것 같다.

이 냉장고가 벌써 돌아가시면 안되는데... 하면서 우선 플러그를 빼고는 청소부터 했다. 

버릴 것은 버리고 꼭 쓸 것은 삼성 냉장고에 차곡차곡 재워 놓았다.    


언제나 나쁜 일이 꼭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한번씩 고장나는 것도 좋은 일이다.

냉장고 청소를 잘 할수 있고 먹지않고 자리만 차지 하는 것은 과감히 버릴수가 있으니까.


친구에게 카톡을 넣었다.

"냉장고는 못 고치지요?

이상하게 덜거덕대서 전원을 꺼버렸어요."


친구는

"글쎄요, 자신은 없지만 한번 열어보지요.

그리고 나서 사던지 아님 전문가를 부르던지 하세요.

내일 시간있어요." 하고 답 해 왔다.


그분은 우리집에 문제가 있으면 부인과 함께 달려 오는 분이시다.

워낙 tv기술자로 은퇴하신 분인데 꼼꼼하여 무어든지 고장난 것을 잘 고친다.

몇달 전에는 우리 부엌이 좀 어두운 것 같아서 위에서 내려오는 레드(Led) 등을 더 달고 싶다하니

자기가 해 줄수 있다고 해서 세개를 달아 주셨는데, 그때 후로 집안 분위기가 완전 달라졌다.



물론 tv 설치나 인터넷 설치, 심지어 에어컨 필터, 냉장고 필터도 바꾸기를 도와주었다.

우리집에 그 친구 손길이 안 간 곳이 없는 것은

남편은 못하나 박을줄 모르는 양반이요, 기계치요,

나는 못은 박을 줄은 알지만 손목에 힘이 하나도 없어서 도움이 필요한 일이 정말 많아서다.


오늘 아침에 친구는 오자마자 냉장고에 달려가서 벽에서 끌어내더니

전원을 연결하였다. 그런데 이럴수가!

냉장고 소리가 멀쩡한 것이었다. 

우리가 두세번 전원을 뺏다가 다시 연결해 보지 않았겠는가?

그때는 분명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었는데

이젠 새색씨 숨소리같이 정상적인 소리만 나고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다.

그래서 아무것도 할 것이 없어서 이왕 꺼낸 김에 청소를 열심히 하고 도로 벽에 붙여 놓았다.


아픈 아기가 의사 얼굴만 봐도 멀쩡해 지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어떻게

기계가 그럴 수가 있담?

하지만 이런 경우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분명히 문제가 있어서 오시라 했지만

친구 얼굴만 봐도 기계들이 제대로 작동한다.


오늘도 그것 말고 또 하나 DVD 플레이어도 열고 닫아지지 않아서 두어달 못쓰던 것이 있었는데

친구가 조금 두둘기니 멀쩡히 열어지고 고쳐진 것이다. 말도 안돼~

게다가 두어달 전부터 무언지 잘 못되어서 얼음이 안 얼었던 삼성 냉장고도 얼음이 다시 얼기 시작하였다!

얼음을 거의 안먹어서 잊어버리고 그것은 이야기도 안했는데! ㅎㅎㅎ


이제부터 더위에 얼음이 아쉬울뻔 했는데 얼마나 신나는지!

정말 기계들이 우리 친구를 무서워하는 것일까?


웃기는 것이 친구이야기에 다른 집에서도 그런 일을 자주 만난다는 것이다.

자기들이 해볼 때는 분명 안 되던 것이

친구가 가기만 해도 정신차리고 다시 돌아간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자주 있다는 것.


오늘도 시끄럽게 돌아가면서 소리내던 남편방의 천정선풍기도 다뜯어서 다시 조립하여

조용히 돌아가게 고쳐 놓고

패리오에도 천정에 새 선풍기도 달아 놓고,

거라지 문도 기름을 쳐주고

우리 둘이 나사를 돌리다 돌리다 못 끝낸 운동기구 조립도 끝내주고

그동안 속끓이던 것들 여러가지를 정리 해주고 가셨다.


나는 점심을 맛있게 해드리고 형식적으로 수고비도 조금 드리고 

다섯시간만에 집에 보내드렸다. 가실 때 인사했다.

"두분을 알고 지내는 것이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일인지 몰라요!"라고.

............................


교회의 장로님이신 그 친구는 교회에서도 스피커 장치를 전담하여 돌보시는데

걸핏하면 이런 저런일로 교회에 고쳐야할 일들을 다 하신단다.

교회에는 고장날 일들이 항상 많고 전문가를 부르면 비싼 숫가를 치러야 하지만

단지 재료비만 받고 교회일을 다 하신단다.


나는 안다. 전혀 짜증한번 안내고 늘 친절하고 즐거운 낯빛으로 하시는 것을.

간혹 오해도 받고 공연히 홀대도 받을 때도 있는 것을.

그 교회는 얼마나 복이 터진 일인가! 했더니

은퇴하였어도 심심할 틈이 없다며, 오히려 할일이 많이 있어 좋다하시는 우리 친구, 그 부인, 똑같다.

그 교회의 복만 아니라, 우리들의 복이다.


친구부부가 언제까지나 늙지 않고 건강해서 가끔 우리집에 들러주기를!

우리 가전제품들이 내 친구 무서워서 제대로 잘 돌아갈 것이니.

정신차린 냉장고도 앞으로 이십년만 더 살아 주었으면!ㅎㅎㅎ(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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