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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조나의 오월이 이렇게 시원하다니!
05/08/201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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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enix, AZ 10-Day Weather Forecast

피닉스 날씨 2015년 5월 7일부터 열흘간의 예보.

..............................

                                               아침마다 산책하는 집 앞 공터

                                               그곳에 들어가면 잡초로 우거져 있지만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

어쩐 일인지 요즈음 아리조나 날씨가 보통 좋은게 아니다.

해마다 이맘 때면 낮 100도를 웃돌기 시작하여 밤에도 에어컨 없이 살기 힘들어 진땀 빼면서 살텐데

요새는 아침저녁으로 70도도 안 되어 이게 웬 일이냐 싶어 신나하면서 살고 있다. 

에어컨 없이도 시원한 밤들! 아침에 살갗이 크리습하게 느껴지는 선선함이란!


심지어 오월들어서 두번이나 비가 왔다.

오늘도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면서 춥게 느껴질 정도 이다.

아직도 삼월인 것만 같고, 아리조나 같지가 않다.

이것은 우기가 12월 1월인 아리조나 생활 십년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제일 중요한 일을 먼저 마치고 쪽 문을 열고 나가면

빨간자주 빛 꽃이 잔뜩 매달린 작은 유도화 나무가 우리를 반긴다.

심은 후  이삼년동안 전혀 자라지도 않고 꽃도 안 피워서 공연히 땅만 축내었냐고 후회 하던 것인데

올 봄부터 날마다 꽃이 가득 피어 있으니 그 문을 열 때마다 그 작은 나무가 주는 행복이 보통이 아니다.


유도화는 몹시 잘 자라는 나무인데 전에 살던 집에서 하도 잘 자라라서 걷잡을 수 없기에

일부러 잘 안 자라는 종자를 골라 심은 것이었다.

꽃을 못피우는 바보인줄 알았더니 드디어 제구실 하는 것을 보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그 바로 앞에도 죽어가던 화분의 꽃을 옮겨 심은지 얼마 안되어 건강해질 뿐 아니라

색갈도 약간 다른 꽃을 함께 피어주니 곱절로 기분이 좋다.

시드는 꽃을 보면 괴롭고, 죽다가 살아나는 꽃을 보면 힘이난다.

내 안의 세포들도 덩달아 살아날 듯.


집 앞 공터로 산보하러 나갔더니 각종 새들의 세상이다. 새 소리가 천지에 가득하다.

메추리 두세마리가 모자를 머리에 이고 부지런히 종종대며 우리 앞장을 선다.

참새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중에

그 중에 몸집이 큰, 한 새가 담장에 올라 앉아 꼼짝도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무슨 깍아논 장식인줄 알았는데 가만히 보니 새끼 부엉이었다.

그렇게 가까이 부엉이를 자세히 보게 되어서 공연히 웃음이 났다.

사진을 찍으려고 사진기를 가지고 나갔더니 보이지 않는다. 


공기를 깊숙히 들여 마시고 내쉬면서 걷는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아침의 산책로는 얼마나 심신을 새롭게 해주는지!

오늘 아침에는 아들 집에 놀러간 친구네 빈집을 목표 삼아 걸어가 보기로 했다. 

시원한 오월 아침 덕분에 엄두를 내본 것이다.

 

친구가 비운 동안 화분들에 물을 주러 일주일에 두번쯤은 간다.

자동차로 5분 거리인데 한 삼십분 걸으면 되겠지..하며 걷기 시작했다.

자동차 길로만 걸어서 도착해보니 43분이 걸렸다. 그래도 걸을만한 거리다.

 

오늘 아침에 보니 그 집앞에 아주까리인지 피마자 나무인지, 새꽃 두송이를 피웠다.

연한 분홍색인데 무궁화 꽃보다 더 큰 것이 독특하게 예뻣다.

친구가 집에 돌아오면 이 꽃으로 얼마나 행복할까 싶었다.

작은 화단에는 깻잎 나무도 아주 여럿 다투어 자라고 있어 이파리 몇개를 따가지고 왔다.


물을 부지런히 주고는 냉장고를 뒤져 빵을 구워 잼을 발라 먹었다.

또 한참 걸어서 집에 가려면 에너지가 필요할 것 같아서였다.


집에 오는 길은 오던 대로 말고 다른 길로 가는 것이 재미있을 것 같아

차가 안 다니는 길을 가로 질러서 와 보았다.

바로 조만큼 보이는 우리 집인데 이번에는 35분이 걸렸다.


궁둥이가 하얀 작은 토끼가 절절매면서 숨는다.

오늘 아침에만 댓마리를 본 것 같다.

다운타운에서 십오분 거리 밖에 안되는 우리동네에 수목원도 있고

짐승을 키우는 집들도 두세집이나 되는게 숨쉴만하다.

  


집까지 가는 길엔 갓 움돋은 목화밭도 지나고 수로도 건너야 했다.

작년에 목화밭이던 이 밭은 보리를 심어 거의 수확하게 되었다. 

대학시절에 많이도 부르던 노래 보리밭!...유난히 그 노래를 잘 부르던 사람도 생각난다.

다 익어 추수를 기다리는 누런 보리밭의 운치는 목화밭과 또 다르다.


보리밭 사잇길로 길을 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발을 멈춘다...

해를 맞보고 가는 길은 점점 덥고 지친다.

그러나 마지막 10여분 걷는 길은 덕수궁 돌담길 같은 우리 담벼락 길을 가게 된다.

그늘로만 걸을수 있으니 얼마나 시원한지 땀이 다 식어버린다.


이렇게 기분좋은 35분을 가는 길이라면 친구 오는대로

아침에 운동삼아 친구네 집에 가서 차 한잔 얻어마시고

우리 집에 같이 왔다가, 우리 집에서 간식을 먹이고 보내면

서로 운동도 되고 재미나겠다고, 둘이서 궁리하며 좋아하면서 다녀 왔다.


이렇게 좋은 날씨인데 어떤 사람은 얼마나 좋은지조차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밸리에서 왔다고 하는데 아마 샌프란에서 온 사람인지?

사흘전에 UPS 에서 만났는데 진심으로 화를 내고 있었다.

"왜 이동네는 이렇게 덥냐?"는 것이었다. 

이 동네서 오래 산 우리들은 아직 안 더운데 무슨 소리? 하면서

120도 가 되는 날도 올것이라고 말해 주니 기절을 하면서

"제발 농담이라고 말해 주오" 라고 아우성이었다.


120 도는 몰라도 115 도 쯤은 자주 올라갈텐데

그 사람이 어떻게 아리조나 여름을 지날 것인지 걱정이 제대로 된다.

너무 편하고 좋은데만 살면 사람은 스포일이 되는가 보다.

 

우리는 광야에서 단련을 받아 뜨거운 여름도 잘 견디고

이렇게 평소보다 훨씬 시원한 오월의 날씨로 이렇게나 만족하고 

마음껏 감사한 마음을 가질수 있으니

거친 환경도 감사하고 사막도 감사하고 모든 것이 다 감사할 뿐이 아닌가!


조금만 불편하면 견딜수가 없고, 작은 일에 짜증 내면서 불평하는 까다로운 사람이 되기보다

항상 모든 것에 감사하는, 자족하도록 연단된 인생이 복됨을 새삼스레 느껴본다.

그런 사람들은 조금만 좋아도 몇배로 행복을 누릴 수가 있으니까.


아리조나 기후가 점점 좋아져서 비도 충분히 오고

격렬하는 여름도 더 견딜만 해졌으면..하는 마음이다.

(2015년 5월) 

보리밭이 주는 정취가 보통이 아니다. 풍요와 한가로움....

사람 기척이 있으니까 다가오는 말...우리 동네에는 아직도 말 키우는 집이 적지 않다.

                                             이것이 바로 그 많은 기쁨을 주는 유도화. 시시하다고요? 그렇지만 아침 이슬 머금을때는 얼마나 이쁜지 몰라요.


새로심은 목화밭

당나귀가 나를 보더니 부지런히 뛰어 온다. 누구처럼 사람이 그리운 모양


                 

 

 



아리조나 기후, 오월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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