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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청춘 만세!
11/21/2014 19:32
조회  4760   |  추천   30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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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내 인생의 가을이 다가와서

며칠전 명실공히 65세, 노인으로 등록이 되었다.

그렇게나 기다리던 메디케어 카드가 나온 것이다.


머리 염색하고 조금 화장하면 아직도 4-50대로 봐주는

친절한 눈먼 미국 사람들도 더러 있지만

나는 안다. 내 두뇌가 퇴화를 시작한 것이 어제 오늘이 아니라는 것을.

일년 투병 만에 갑자기 십년을 더 살아버린 것 같이 보인다는 것도.


65세부터 75세는 청년 노인이고,

75세부터 85세는 중 늙은이이고,

85세부터 끝까지는 명실공히 훈장 받아 마땅한 어르신들이다.


어느샌가 인생을 60마일 이상으로 달리니

이런 속도로는 막차탄 노인이 되는 것도 잠깐이리라.

하지만 아직 나는 새로운 청년! 새로운 청춘! ㅋ

.................................


65년 내 인생 돌아보니 "내 놓을 만하게 자랑할 것 하나도 없다."하는

진부한 이야기를 나도 늘어 놓을 수 밖에 없으니 딱하다.

눈썰미도 없고 손재주도 없는 사람이면 변명이 있으련만 

하나님이 주신 은사는 남달리 많았으니 그게 오히려 더 감점을 받게 한다.


머리도 남들보다 좋았고, 눈썰미도 내 남편의 열배나 좋고, 성실한 부모님을 만났고,

재주라면 빼놓을 수 없이 많이 받고 태어난 내가 아무것도 제대로 키운 것이 없다.


노래 솜씨도 겨우 성가대에 간신히 설수 있을 뿐, 독창은 시켜줘도 도망갈 정도요,

미술대학을 갈 정도로 좋아했던 그림도 겨우 서너 작품만 근근히 건졌을 뿐이요,

글쓰기 열심이 생겨 블로그에 써대기 시작하여 그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 글도

책 한권 내기 힘든 정도일 뿐.


그렇다고 장사를 잘해 돈을 벌었나? 간신히 아이들 배고픈 것만 면했고, 몇번이나 들어 엎었고..

그외에 드럼 배우다가 만것, 크로마 하프 배우다 만것, 스테인드 글래스도 배우다 만것,

등등 몇달 하다가 만것을 나열하자면 부끄럼만 쌓인다.

 

아, 이 몸으로 낳은 자식 넷은 크레딧이 조금 된다구?

그 아이들 통해 얻은 여섯명의 손주들까지?

요즈음은 그것도 마음대로 안되는 세상이니 조금은 크레딧이 될지도 모른다는 웃기는 위안.


하지만 새로운 청춘노인의 현실은 병든 몸둥아리 뿐이다. 그것도 암 병이 든.

하루하루 건강 증진 내지 유지만을 위해 살다보면 허망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앞으로 이삼년을 더 살지, 십년을 더 살지, 삼십년을 더 살지, 나는 모른다.


그 날을 더 늘이기 위해

이렇게 사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렇다고 이제와서 내가 의미를 찾아서 무슨 일을 벌일 것인가?

또 하나의 중도하차만 만들 것이 뻔한데...하는 자조 섞인 생각이 절로 떠오른다.

..................................


엊그제 그 예쁘던 김자옥씨의 장례식이 있었다.

그녀는 나보다 두살이나 더 어린 나이에 벌써 가버렸다.

그녀의 인생이 궁금해서 읽어보니 나랑 비슷한 대장암으로 시작된 투병생활 6년만에 간 것이란다.


(암 투병을 하면서도 열심히 밝고 환한 얼굴로 자기 일을 한 것은 참 보기도 좋고 부러운 일이다.

그녀가 예수를 믿고 간증한 이야기로 미루어 볼 때 

그녀의 밝음과 웃음 가득한 얼굴은 연기만이 아니라 진실이었다.

천국을 이땅에서 누린 자만이 아는 기쁨과 자유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남편은 그녀의 애달픈이야기를 못듣게 하려고 TV를 자꾸 꺼버렸다.

처음에 나도 실은 그녀의 이야기를 들을 때 약간 움찔하기는 했다.

나도 금방 어찌 될수도 있으려니...얼마 남지 않았구나...자연스럽게 불쑥 올라오는 생각들.


그러나 또 다시 나는 스스로 다짐을 하게 되었다.

나는 살만큼 충분히 산 것이다.

그러므로 아무때나 내 삶이 끝이 나도 괜찮다.

내 생명은 처음부터 내것이 아니었던 것,

내가 오고 싶어 온 것이 아니듯, 가고 싶다고 가지는 것도 아니다.

주인이 도로 취하면 나는 오케이 밖에 무슨 할말이 있는가.


언제가도 가는 인생인데 길게 더 산다고 무에 그리 훌륭하게 살아진다고 서글퍼 하랴?

무엇이 더 좋은지 누가 아는가?

언젠가 누가 내게 물었다. "옛날 언젠가로 되돌아 갈수있다면 언제쯤으로 돌아가고 싶은가?"

나는 생각 끝에 "안 돌아 가고 싶다."고 했다.

힘든 세상 다 지나 겨우 겨우 여기까지 왔는데 또 뭣하러 돌아가서 힘들게 살꼬?

지금이 이제까지 중에서 제일 좋은데!


.....................................


아주 어릴때 우리 할머니께서 내 손금을 들여다 보시면서 말씀하셨다.

"네 명줄은 정말 길구나. 아주 길어. 100살은 살겠다."

손 바닥을 빙글 돌아서 연결된 금을 보면서 할머니가 부러워 하시면서 해 주신 그 말씀이

한편으로는 좋고, 한편으로는 그리 좋게 생각되지 않았었다.

너무 오래살면 뭘한담. 늙어 꼬부라져서 남 귀찮게 하는 것이 무에 좋담.


명줄이 길다는 것이 부담스러워  

나보다 나이가 8살이나 많은 남편과의 혼담이 들어왔을 때 

혼자 오래 살게 될까봐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은 절대 싫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암덕분에 그 염려는 안해도 되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ㅎㅎㅎ

웃기는 게 그 명줄이 지금은 실제로 짧아졌다.

엄지를 감고 둘러가는 선이 없어진 것이다. 거 참 이상하다.


8살이나 많은 남편은 행여나 자기보다 내가 먼저 죽을까봐

자주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내가 운동을 게을리 할까, 고기를 안 좋아하니 혹 영양실조에 걸릴까..늘 전전긍긍이다.


각사람은 자기의 명을 다해야 간다는 말이 있다.

할일이 있는 사람은 죽지 않는다는 말과도 통하는 말이다.

이 땅에 아직 내가 필요한, 내가 아니면 안되는 일이 꼭 있어야 할텐데, 그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내 남편을 위한 아내의 일은 내가 아니면 안되지 않을까..는 내 희망사항 정도인지 모른다.

남편들은 아내가 죽으면 화장실 가서 몰래 웃는다는 이야기가 있으니까. ㅎㅎㅎ

하지만 팍팍 늙어가는 빈털털이 남편은 결국 아무도 원치않을 내 몫의 십자가임이 분명할 터.

그가 가기 전에 내가 먼저 죽는 일은 없으리라...기도한다.


그러니 무언가 중도하차를 한대도 다시 시작해야 할까보다.

어떤이는 80세에 피아노 레슨을 시작해서 93세에 독주회를 했다는 말을 들었다.

인생 이모작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도 들었다.

버켓리스트를 작성해서 죽기전에 하나씩 이루어야 한다는 말도 있다.


새로운 청춘의 65세의 나는 다시 무언가 시작할 충분한 시간이 있다.

아무리 암에 걸렸더라도 하는데까지는 해봐야 하는 것이다. 

김자옥씨 말대로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병, 암에 걸린 것도 감사한 것이다.

암은 새로이 허락된, 가능성이 열린 은사가 아닐까?

주어지는 나날의 내용을 어찌 채우는 가는 내 몫의 사명이므로..


내 얼굴은 그녀 만큼 화려하거나 예쁘지는 않지만

다행히 그녀 못지 않은 환한 미소가 내게도 있다.


내가 매주 보게 되는 백혈병 환자...그녀가 잘 견디고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 참 기쁘다.

마찬가지로 남이 볼때 내 존재 자체는 어떤 이에게는 힘이 될수도 있다.

내가 암환자 이기에 더욱 그것이 은사가 되어, 별 것을 안해도 웃는 환한 웃음만으로도

어떤 이에게는 삶의 용기가 될수있다는 깨달음.


그래, 시작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내용을 채울 것,

열심히 웃는 것, 내 미소의 완성...그 것은 내 사명이려니.

고통이나 짜증에게 지지말자.

 

그러므로 건강 유지 내지 건강 정진을 위한 무의미해 보이는 노력도

결국은 내 절대적인 사명이라는 것을 받아들인다.

내 남은 인생 중 가장 젊은 오늘,

새 청춘에 만세를 외쳐 본다.(2014년 11월) 



65세, 청년노인, 새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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