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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몽 풍년
05/25/2011 14:06
조회  4024   |  추천   6   |  스크랩   1
IP 71.xx.xx.58

 

30년도 훨씬 전...한국에서 이민 갓 왔을 때 미국의 풍성한 광경에 얼마나 감동을 했었던지요!

특히 사과나무 가득 아무도 따가지 않은 그 빨간 사과들 때문에 공연히 혼자 좋아했던 기억!

그런 추억을 가진 사람이 또 있을까 몰라요.

6.25 전쟁과 온갖 가난을 경험하셨던 시어머님이 따먹지도 못할 사과나무들의 그 풍요로움에 

어린애처럼 신이 나서 좋아 하셨던 광경이 지금도 선합니다.

가난한 나라에서 온 우리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죠. 왜들 안 따가는지...

 

이곳 피닉스는 사과나무 대신에 오렌지와 자몽나무에 따먹지 않고 내버려 두고

해를 넘기는 광경을 많이 볼 수가 있습니다.

지난 2월 말에 한국에서 오신 이모와 친척들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게 좋아했습니다.

우리 교회 자몽나무들을 보고 말이지요.

자몽을 따서 담으며 연방 " 아이구야, 이렇게나 많다니!" 하시던 모습!

이모님도 가난한 때를 겪으신 분이어서 더욱 이런 풍성함을 즐기신 것이에요.

지금은 한국에도 밤나무가 주렁주렁 열린 채 안 따가고 있다는 신기한 이야기도 들리지만요.

우리 교회 뜰에는 40 그루의 자몽나무가 있는데 해마다 가지가 휘어지게 많이 열립니다.

철이 되면 누구든지 마음껏 따 가도록 여러번 광고를 합니다.

자몽의 계절은 12월부터 시작하는데 제철은 2월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마침 제철에 오셨던 이모는 특유의 욕심을 마음껏 부렸습니다.

세상에, 라스베가스 자기 아들 집에 갈 때 그렇게나 많이 가져간다고 하시길래 놀래버렸습니다.

비행기 요금을 안내도 된다면 아마도 한국까지 몽땅 따가지고 가셨을꺼예요.

사촌 집 리빙룸에 봉다리 가득가득 열 댓 꾸러미도 더 되었나..를 풀어 늘어놓는 광경은 대단하였지요.

욕심은 재산이라더니 저래서 이모가 재산가가 되었나 새삼 느끼고...ㅎ

 

 

 

그동안 우리도 스무번도 더 따서 실컷 먹었어요. 올해처럼 실컷 먹어본 적은 처음이에요.

자몽은 약간 쌉쌀한 맛이 돌아서 처음 이민 온 사람들은 오렌지가 썩었나 보다 하면서 버렸다고 하지요.

그러나 그 맛에 길이 들으면 또 그 맛대로 맛있어서 달콤한 오렌지보다 더 좋아하게 됩니다.

하루에 반개씩만 먹어도 비타민 씨 하루 섭취량이 충분해서 피부에 좋다네요.

다이어트에도 좋다고 하는 소리도 있는데, 그건 아닌것 같은 게..저는 여전히 허리살이 퉁퉁 ...ㅎㅎ

 

또한 자몽을 바구니에 가득 채워 쌓아 놓는 푸짐한 데코레이션도 겨우내, 봄내 즐겼답니다.

쌓아놓고 바라 보는 과일이 그냥 흐뭇해요! 거실 가득 과일향기도 물론 좋구요. 

남편은 아침마다 바나나 한개, 홍당무 한개와 자몽을 서너개를 넣고 블렌더에 갈아서

글래스 잔에 가득 담아서 내게 가져 옵니다.

그게 새 일과가 되어버렸어요.

 

블란서 친구네도 그동안 열 봉다리는 가져다 준 것 같은데 그때마다 입이 벌어집니다.

옆집도 가져다 주었고 앞집도 가져다 주었어요. 그외 한두번 친구네도 가져다 주었고요.

이렇게 나눠줄 것이 있는 것은 언제나 얼마나 기쁜 일인지요!

또 이런 것은 주는 것도 받는 것도 하나도 부담스럽지 않지요. 안 그래요?

 

엊그제 이번 자몽 철의 마지막으로 일곱 봉다리를 따왔습니다.

손이 안 닿는데만 놔두고 다 따왔어요.

남은 것은 높은데 있기도 하지만 날도 뜨거워지니 더 이상은 따지 않으려고요.

벌써 다음해 몫으로 초록색 자몽이 주렁주렁 한켠에서 맺고 있더라구요.

 

그러나 교회가 팔려서 내년은 기약할 수가 없어요.

교회당 내 두 벽면 가득한 스테인드 글래스의 아름다움을 잊을 수가 없지만

암만해도 이 자몽나무들을 더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아요.

대신에 우리집 뒷뜰에 5년전에 심은 오렌지나무, 자몽나무들이 이제는 제구실을 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저 멀리 우리 교회당이 보이죠?

지난 육년 반동안 드나들며 즐거워했던 우리 교회당!

절대로 잊지 못할꺼예요. 내 삶 속에 허락하신 풍요롭고 평화로운 날들과

교회 마당의 자몽나무들을.(2011년 5월)

음악은 둥지님의 선물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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