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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어머니날
05/11/2020 09:53
조회  1024   |  추천   17   |  스크랩   0
IP 97.xx.xx.252

오늘같이 힘든 어머니 날은 세상 나서 처음,

아니 엄마 된 후 처음이다.

아이들 네 놈 중에 세놈에게서 

있는대로 꾸중을 들었기 때문이다.


꾸중을?

"해피 마더스 데이!"는 1초, 

간신히 전화 한통 인사하는 놈들이 엄마를 야단쳐?


문제의 발단은 고모 아들이 고모에게 안부 전화를 해서

무엇하느냐, 어디갔느냐 물을 때

고모가 대답을 고분고분 해주다가

우리가 교회 갔다가 오는 길인 것을 들켰다.


경찰인 조카는 교회에 가면 안 되는데 왜 교회 갔냐고 

교회에 10명 이상 있으면 안되는데 

20 명이나 있었다니 잘못이라는 것이었다.(30명을 줄여 말했는데도)

우리 교회당은 너무나 넓고 커서 거리두기가 잘 되었고 

우리는 마스크도 쓰고 장갑도 썼다고 말해도 소용이 없었다.

소독과 청소를 누군가 부지런히 했냐고도 따지는 것이었다.


한참을 다구치더니 

매튜에게 일러주겠다고 하며 끝내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후에 막둥이가 전화를 해서 

야단을 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마치 우리때문에 사람들이 코로나로 죽어가는 것처럼.


집에 가만히 있으랬는데 왜 교회 갔냐는 것이다.

자기는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중이라면서 전화를 금방 끊었지만 

그 아이가 힘들어 하는 것이 영 속상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누나에게 바톤을 넘겨 닥달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잠깐 후에 온 전화로 두째 딸은 일장 연설을 한시간이나 늘어 놓는 것이었다.

아리조나는 아직 검사가 충분히 진행이 안되어서 

마치 확진자가 적은 것 같아도 

실제적으로는 훨씬 더 많을 꺼라나.


80 가까운 아빠와 암 생존자 엄마는 

교회가 문을 정식으로 열어도 당분간 집에서 예배드리고  

안 나가야 하는데 무슨 일이냐고 

난리를 치면서

막둥이 편을 드는 것이었다.


아마도 우리 아이들 눈에는 우리는 노약자요, 벌써 죽음 문턱에 들어선 

반송장에 가까운 모양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리면 사흘안에 딸깍 죽어 넘어갈.


우리 교회당은 1200석이나 되게 너무나 넓고 커서 띄엄 띄엄 앉았다해도, 

우리는 나름대로 지킬 것을 다 잘 지킨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시장에도 아침 일찍 사람 별로 없을 때 가고

손도 부지런히 씻고 그런다고 해도, 

조카처럼 얘도 소독과 청소를 누군가 부지런히 했냐고도 따지는 것이었다.


20 명이라고 줄여 말하지 않고 3-40 명이 왔다고,

어제 새벽 예배에도 15명쯤 나왔는데  어제 새벽도 갔었다고 이실직고 했다면 어땠을까?

그동안 식품점도 일주일 두세번 다녀오고, 

오늘 어머니 날이라고 80세 이상 어른들 선물 사러 어제 시장에 가고

오늘 다섯 집에 딜리버리 한 것 까지 다 알게 된다면?

더구나 최근에 친구네 정원에 가서 점심 식사 한번, 

커피 두번 마시고 온 것 등등을 다 들으면?


딸은 절대로 시장에도 가지 말아야 한다면서 

처음부터 자기가 딜리버리를 시키면 돈을 내줄 테니 

딜리버리를 시키라고 몇번이나 말했는데 왜 말 안듣느냐고 또 난리.

나는 그까짖 몇푼어치 산다고 딜리버린가 싶어 사양을 해도

이번엔 더 이상 못 봐준다고 

당장 시작하라고 야단.


영어로 꾸중듣는 것 열마디면 족하는데 한시간을 떠드니 

골치가 아파서 혼이 났다.

얼마 후 큰 딸이 전화와서  두 아이에게 당한 이야기를 했더니

위로를 기대한 내가 멍청이지, 

이건 한 수를 더 떠서 왜 매튜에게 스트레스를 더 보태어 주었느냐고 하며

손주들까지 동원, 온 가족이 난리 굿을 치는 것이었다.


코로나 사태의 최전방에서 싸우는 의료진들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다룬 이야기를 보내주며 

현재 2500 명의 미국내 의료진이 코로나로 몸이 아프고 

일리노이에서만 의사가 8명이 죽었다는 이야기... 가슴철렁하는 기사를 보내며

자성할 것을 촉구하는 것이었다.


하기는 코로나에 걸렸다가 다 나아서 병원으로 복귀했던 

어떤 의사가 스트레스에 못이겨 자살을 하고 말았다는 기사를 읽은 것도 기억난다.

그러니 할말이 없다 못해 아연실색.

다른 변명은 더이상 벙끗 하지 못했다.


교회에 가서 정식 예배를 드리고,  

선물배달로 오랜만에 만난 어르신들이 하도 좋아하셔서                                                             

덩달아 기분이 한참 올라갔다가 땅에 갑자기 내려쳐진 것 같이 상해 버렸다.


이놈들이 어머니날 좋게 이야기 할 것이지

이렇게나 옴팡지게 엄마를 말로 패긴가?

늙으면 애들한테 야단 맞는다고 친구가 그러더니 나도 이제 시작?


참 나... 앞으로는 지혜로운 거짓말을 하는 수 밖에 없다.

걔들 말하는 대로야 어찌 갑갑해서 살 수 있느냐 말이다.

아무리 코로나에 백프로 걸린다 해도 

나는 교회가 열리면 안 갈수 없는 사람인데....


요즈음 집집마다 손주들도 집에 와도 안 들어 오고 

멀리서 보여 주고 간다나 그런 희극이 없다.

죽으면 죽지, 무얼 그리 무서울까?

우린 살만큼 살았는데 말이다.


그래도 세월이 갈수록 자꾸 느슨해 지는 경계를 

따끔하게 정신차리게 해줘서 고마워 해야 하나?

자식이 하나도 없는 친구는 걱정해 주는 사람이 있는 게 부럽다고 한다.


그렇지만 예민한 아빠에게 조심하라 날마다 볶이는데 

어련히 알아서 할까 믿지 못하고

멀리서까지 난리치는 아이들 때문에 반나절 정신이 나간 

이상한 어머니날 풍경.


아, 언제나 옛날처럼 교회에 정식으로 마음놓고 다닐 수가 있을까?

다시 옛날의 평온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면 

차라리 더 나쁜 세상이 오기 전에 죽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 아닐까?

아무도 못 보고 가더라도... 

우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기가 막히기도 하고

별별 생각이 다 드는 2020년 어머니날이었다.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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