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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여자 의사입니까?
04/01/2020 21:40
조회  865   |  추천   11   |  스크랩   0
IP 97.xx.xx.194

생각만 하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만년소녀 내 친구 은희,

그녀가 4 박 5일 일정으로 왔다가 갔다. 

7 년만인가, 아주 오랜만의 해후이다.


내 인생길에서 만난, 가장 오래되고 좋은 인연인 그녀는 

나와는 양곡초등학교 동기 동창이요,

대학도 동기 동창이다.


시골 동네 소꼽 친구이니 

우리들이 만약 다섯살쯤에 처음 만났다면 60년지기라는 말.

나만 이런 특별한 보물단지 친구를 가졌나 싶게 

큰 기쁨이요, 자랑이 되는 친구이다.


친구는 남매를 최고로 잘 키워서 

DC 근처에서 같이 살며 재미있게 손자 손녀를 가끔씩 돌봐 주고 있는데

어쩌다 너무 혹사를 하여 손목이 아프다고 하길래 

"무조건 그 동네를 도망 나오라"고 내가

성화를 대어서 잠깐 나오게 된 것이다.


내가 암에 걸렸다가 다 나은 것도 돌아볼 겸,

따뜻한 날씨도 맛볼 겸, 쉴 겸, 

못 이기는 체 하고 와 준 것이었다.


친구는 오랜만이지만 별로 나이가 더 들어 보이지도 않고 여전한데

염색이나 파마를 절대로 안하는 머리가 항상 까맣더니 

이제는 흰머리가 한 두개씩 눈에 뜨인다.

전에 못보던 주름살 몇개도 눈 주위와 목에 생겨 

나의 예리한 눈을 피할 수는 없어졌다. 

하지만 엉성한 미국 사람들 눈에는 여전히 사십줄로 볼거라고 의기 양양! ㅎㅎㅎ


손자 손녀 사진들도 같이 보며 감탄하고 또 하고,

풍경 구경도 가고, 피아노를 치면서 같이 노래도 하고, 샤핑도 가고

삼십년도 전에 필리핀에서 살때 만났던 자기 친구 부부도 같이 만나고,

또 내가 여기서 만든 친구도 같이 만나면서 시간을 보내는 가운데

정한 날이 눈 깜박할 새에 다 가고 말았다.


조금 더 내 친구 자랑을 할라치면 그녀는 누구를 만나던지

항상 친절하고 자상하고 남을 행복하게 해주려고 한다.

일례로 이탤리안 음식점에 들어가 점심을 먹는데, 

일 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칭찬을 아끼지 않고 

또 팁을 두둑히 주는지

아주 인상이 깊이 남는 손님으로 기억될 것 같다.


날랜 몸으로 무슨 일이든지 척척 뺏아서 하는 것은 나보다 부지런해서고

같은 이야기라도 좋은 유머를 써가며 재미나게 하는 것은 

나보다 머리가 좋아서 그런것 같다.


그녀는 평생토록 살이 한번도 쪄보지 않은 가늘한 몸매에 

독특하고 섬세한 옷차림을 하고 사는데

사람들이 자기를 '아주 지성적으로 보인다'고 한다고 자랑도 한다. 

내가 봐도 나는 그녀의 품위를 따라 갈 수가 없다.


다음은 그녀의 유머 중 하나다. 어떤 사람이 그녀에게 물었다.

"당신은 여자 의사입니까?"

그래서 그녀는 대답했다. 

"아녜요. 그런데 여자 의사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을 하지요."


"와~ 그것이 무엇입니까?" 

호기심에 가득해서 상대방이 다시 묻는다.

그래서 대답해 주기를 "홈 메이커(Homemaker)요!"


"음식을 해서 식구들 먹이고요, 

집안을 꾸미는 실내 장식가 이기도 하고요,, 

무언가 고장이 나면 엔지니어도 되고요.

아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되는 사람이지요!" 해서 웃겼단다.


의사 부인이라 의사보다 더 중요한 일을 한다고 하였는가 하는 생각으로 

귀 기울이던 나도

너무 귀여워서 한참을 같이 웃었다.


나이가 들수록 더 성숙해지고 내면이 아름다워지는 친구를 만나서

마음 통하는 이야기들을 나눌수 있었던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도 행복한 일이었는지!

더 자주 만나고 싶어져서 아예 이쪽으로 이사 오라고 좀 꼬여 보았다.


그랬더니 겨울에 한두달씩 살다가 갈 작은 집을 살까나..해서 

함께 십오만불짜리 집도 보았다.

시원한 아침녁에는 집을 사고 싶고, 더운 낮에는 그 마음이 없어진다나..

남편과 진중한 의논을 한 다음에 결정한다고 하니 그냥 보냈지만

정말 집 하나 근처에 사서 매년 자주 보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마지막 밤에는 둘이 앉아서 어떤 선교사님의 말씀을 같이 들으며 감명을 나누었다.

영적으로도 거의 같은 코드인 그녀는 

지금은 손녀 손자에게 온통 마음을 빼앗긴 채로 살지만

조금 더 기다리면 조금 더 많이 내 차지가 되는 날이 혹 올지도 모른다고

마음 속으로 계산해 보며 떠나 보내었다. 

사랑하는 친구야, 또 만나자! 하며.(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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