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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 공백기의 남편
08/06/2018 19:06
조회  2264   |  추천   17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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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마다 연례 행사처럼 아이들 집에 가서 일을 거들고 온다.

이번에도 작은 아들 집에 가서 열흘, 큰 딸 집에 가서 일주일을 지내고 왔다.

두째 딸 집에도 가서 몇주간 지내고 올 예정이다.


폭염으로 고문 당하는 아리조나의 긴 여름을 다소 줄일 수 있으니 감사하면서 다녀온다.

하지만 잠자리 까탈이 심한 남편을 데리고 다니기는 무척 신경이 씌여서

동부와 시카고는 혼자 다녀 왔다.


반달 더 넘게 다녀 오니 오랜만에 마누라 대접을 잘해줘서 일거 삼득이 아닐 수 없다.

멀리 다녀 오면 마누라의 가치를 새롭게 알게 되는지, 급 고분고분 해 지니까

피서, 손주들 구경과 함께 남편 길들이기 삼득이다. ㅎㅎ


나로서는 방학을 맞이 한 기분으로 남편을 떼 놓고 다녀 오면 

사람들이 핀잔을 준다.

왜 그리 오래동안 남편을 방치 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나만 득을 보았느냐? 그건 모르는 말이다. 

남편은 마누라 공백기를 꼭 싫어만 하지 않는다는 것을 내가 잘 안다.

당신도 휴가 얻은 기분으로 마누라 공백기를 

'멋대로 사 먹기'로 스스로를 보상 하는 것이다.

물론 맘대로 드라마 공부도 하는 것도 기본이고. 

잔소리 마누라 눈치 안보고 고삐풀린 망아지 마냥 며칠은 신이 난 것이다.


집에 돌아와서 냉장고를 열어보니 내가 있으면 절대로 안 샀을 

미국 식품점에서 산, 양념해서 얼려 놓은 닭고기도 있고

한국 식품점에서 사온 맵고 짠 어리 굴젖도 눈에 띄였다. 


나중에 알고보니 직접 담근 것이란다.

굴이 여름에 먹으면 안좋다, 아니, 안 좋은 음식 1호라고 생각하는 내가 잘 안 사주니까 

자기가 직접 사서 두 봉이나 굴젖을 담가 놓은 것이란다.


내가 집을 비울 때마다 남편은 이렇게 짜고 비싸다고 질색하고 안사주는 

젖갈을 맘대로 여러가지 쟁여놓고 많이 사서 자시는 것인데 

불쌍하기도 해서 눈감아 주곤했다.


이번엔 나만 떠나면 생선을 여러마리 사서 소금으로 절여서 

말린 후에 얼려 놓으리라 별렀는데 

와일드 퍼치 7마리를 사서 그리 했다든가.  


아마 계란을 수도 없이 사서 구운계란을 만들어 몇사람에게 나누어 주었을 것이다. 

그건 내가 있어도 과히 막지 않으니까 크게 잘못 되었다 할수는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계란과 함께 불루베리가 쎄일에 싸다고 수도 없이 사서 

얼리고 또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젊었을 때는 나누어 주는 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사람이  

이렇게 변한 것을 좋게 생각하기는 하지만 

약간 도를 넘으려고 해서 걱정이다.


그런데 어제 아침 잘 안쓰는 작은 방에 들어 갔다가 기가막혀 혼이 났다.

엄청난 분량의 이상한 과자를 꿍쳐 놓은 것이 아닌가! 

멕시칸들이 먹는, 기름에 튀긴 스낵이라니, 

아주 영양가 없이 살만 찌게 만들 그런 정크 후드! 

도대체 왜 그런게 먹고 싶었을까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


다시 살펴보니 설탕 많이든 씨어리얼도 사 놓고 야금야금 먹고 있었고. 

게다가 우리 부부는 돈주고 통 사먹어 본적이 없는 설탕범벅 펌킨 케잌까지 

두 가지나 사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먹고 있는 중이었다. 


젊을 때는 주전부리, 특히 단 것을 절대로 안 좋아 하더니 

세상도 변하고 입맛도 변한 모양이다.


세때 밥, 밥, 밥만 주장하고 떡이나 국수나 별식을 좋아 안 하더니 

지금은 떡도 국수도 라면도 안해 줘서 못 먹는다.

옛날 가난한 고향에서 끌고 온, 배 속에 거지 몇이 아직도 살고 있나 보다.

주장하는 바는 늙은 사람이 너무 살이 안 붙어도 문제라면서.


아직 당뇨는 없으니까 이런 것을 먹어도 크게 문제 될 일은 없겠지만

조금만 부주의 하면 건강을 망치기 쉬운 우리나이에 

함부로 살게 하지 않게 하기위해서라도 

집을 오래 비워서는 안되겠다고 다짐을 해 보는 것이다.

아니, 이제부터는 아예 바늘과 실처럼 항상 붙어 다닐까?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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