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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insunr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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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와 나의 건망증
06/02/2018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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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만난 사람, 

핸드폰에 기록된 그녀의 이름과 메세지 내용을 들여다 보며 

얼굴이 생각이 나지 않음에 이상해서 

곰곰히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본다.

분명 만났는데, 분명 한시간 이상 시간을 보냈는데...

 

막연히 그녀가 남편과 함께 왔었다는 것과 어떤 심한 병에 걸렸다가 나았다는 것,  

그정도만 생각나고 더 이상은 오리무중.

어디서 만나면 보나마나 몰라볼텐데 

그러면 섭섭할텐데 이걸 어쩌나....


실은 나의 이 잊음새로 말하면 역사가 유구하다.

이번에 한국에 나가서 친구 앞에서 내 잊음새를 걱정하는 말을 어쩌다 했더니

그 친구 왈,


얘, 너 옛날에 연탄가스 중독이 되었었잖아 그래서 그래..


내가 잘 써 먹는 이유를 그녀가 대신 대 주는 것이 아닌가!

어찌 그녀가 내가 두번이나 연탄중독 되었던 것을 기억할 수가 있는지? 

벌써 50년 저 넘어의 일을?


누구는 남의 것까지 기억해 주는데, 나는 최근의 일조차 생각이 안 나다니..

암 때문에 받은 화학요법 까지 들먹이면서, 

또 나이까지 들먹이면서 변명을 해보지만 

영 찜찜할 뿐이다.

..............................................


서울고등학교를 일등인가로 졸업했다던 

내 의사 후배 하나가 진짜로 괴물같이 기억력 하나는 끝내주는 사람이 있다.

삼십년만에 만났을 때 우리 동기 친구들의 가족 사항까지 모조리 잘 기억하며 

일일이 물어보는 것이었다.


미국와서 30년도 더 지나서 만났는데 

내 동생들이 어느 학교를 다녔느니 하기도 하고

내 친구 은희의 동생 누구가 어쩌구 저쩌구... 하는 것이었다.

본적도 없을 그 동생들 이야기를 기억한다고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내 친구 은희는 화를 내었다. ㅎㅎ


특별히 관심을 가진 사람일꺼라고들 생각하는데 전혀 아니었다.

그는 스쳐 지나간 사람의 모든 신상을 다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나 쓰잘데 없는 일들을 기억하다니, 할일도 없다고 웃었다만

은근 부럽기가...


내 남편도 한번 읽은 소설, 드라마의 내용들을 자세히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다.

결혼 막 해서 였는데 삼류 소설, 얄개전이나 쌍무지개 뜨는 언덕이나 그런 책의 내용을 

내가 기억 못한다니까 줄레줄레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다. 얼마나 귀찮던지! ㅎㅎㅎ


또한 사람 내 고교동창, 

그녀는 미술방면이라면 많은 화가의 이름과 그림 제목, 

음악이라면 클래식과 모든 장르의 음악의 곡명과 지휘자 가수등등 

영화라면 스토리와 명장면, 국내외 배우 이름들과 영화 음악과 등등

소설이라면 또한 국내외 이름있는 저자와 책 제목 등등 

모든 문화적인 정보를 잘 알고 또 기억한다. 

그녀 앞에선 진짜 열등감이 생길수 밖에....


나로 말하면, 기억력 젬병! 그녀가 아는 것의 백분지 일도 내 머리엔 안 남아 있다.

한두번 중요 클래식 음악 이름들을 외울까도 생각했지만 일찌감치 포기했다. 

그냥 즐기면 되지 뭐. 작곡가 이름? 피아니스트 이름? 엿 먹으시라고! 

조성진 한사람만 기억하면 된다구! ㅎㅎ


제대로 된 대학을 나온 것이 기적일 테다.

책을 덮자마자 주인공, 작가 이름도 영 생각이 안날뿐 아니라 줄거리도 전혀 생각이 안나니

다시 읽으면 또 새로운 책이렷다.

 

기억력 참사중 가장 끔찍한 것은 30 년전쯤 이야기인데 

내가 함께 석달을 같이 일했던 사람을 

일년이 못되어 어디서 만났는데 

전혀 알아보지 못했던 크나큰 실수를 하고야 말았던 것이다.


그 분은 지독히도 자존심이 강한 시인이었는데

사색이 되다시피 하는 것이었다.

그에게 그렇게나 모욕적인 일은 일생 처음이었던 모양이었다.


나도 한참을 헤매다가 나중에 생각나서 아아 ... 하며 얼마나 미안하던지

사과를 하고 재삼 용서를 빌었지만 기차는 떠났고

결코 용서 받을수 없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아마 평생 나라는 인간의 교만함을 두고두고 흉을 보던지 욕을 하고 다닐 것이다.

욕먹어 싸다. 

그러나 일부러 잊어버리려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을 어찌 하랴?

그래도 그 일 덕분에 그이 이름은 지금까지 생각나고 얼굴도 생각난다.ㅎㅎㅎ


또 한번은 내가 인상이 너무 좋아서 기억하는 분이 

나에게 오셔서 메디케어에 대한 이야기를 묻는 것이었다.

그런데 엥? 이분이 언제 나에게 메디케어를 들으셨던가? 

전혀 기억이 안나서 얼버무리고는 

집에 와서 뒤져보고 그녀의 파일을 찾아 내었다.


그 파일 전면에 인상이 지성적이고 좋은 분, 남편과 함께 왔음..으로 기록이 되어있었다.

어쩌다 처음 만난 분도 아니고, 앙상불 대원으로 노래도 몇달 같이 했는데..

그런데 언제 그분을 도와드린 일이 있었다니? 앙상불에서 만난 것은 기억하고 있으니... 

한 이틀을 고민하다가 기억의 끄트머리를 억지로 이었으니 기가찰 노릇. 


지금은 많은 새사람을 만나는 일을 하는데 

잊을까 무서워 될수있으면 자세히 써놓기도 한다.

그분에 대해 기억에 도움이 되는 사항들, 

예를들면 누구 남편, 누구 동생, 그분이 자랑하던 학교, 성격 인상 등을 써놓는다.


그래도 나중에 생각 안나면? 

배째라 해야겠지?

미리 용서를 구해볼까나..하고 내 기억력 핑게를 귀띰하기도 하지만 

그건 또 무슨 코메디인가? 

....................................


그런데 기억에 문제가 많은 나도 어떤 일은 취사선택적으로 기억을 잘 하는데 

그 선택기준은 어디에 있는지 자신도 모르겠다..

예를 들어 이 나이에 직업상 공부해서 자격을 유지해야 하는데 

내가 생각해도 단기간 기억은 아주 잘해서

남들이 어렵게 생각하는 시험을 단번에 넘어갈 때가 많다. 얼마나 고마운지!


그리고 사람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글로 옮길 때 기억을 순서적으로 잘 해내서 

써서 보여 주면 재미있어 할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쓴다. 

훗날까지 기억하려면 이 수 밖에 없다.

................................

이 글을 올려 놓고 

잠을 자다가 한밤 중에 일어났는데...


갑자기 저녁 7시경 왔던 전화의 답을 하지 않은 것이 생각이 났다.

월요일날 점심 약속을 다른 약속 없나 체크해 보고 

곧 다시 전화 해드리기로 한 것.


장로님이 얼마나 황당해 하셨을까? 

곧 전화해 드리기로 했었는데 아마 다른 전화가 왔던지 글쓰는데 정신 팔렸던지..

얼마나 기다리셨을까? 아이구 미안해라.


문제는 이것이다.

이것은 그래도 몇시간 만에 다행히 기억이 났지만, 

혹시 영 생각 안나고 파묻힌 일은?

갑자기 공포심이 올라온다.

오! 나와 나의 불쌍한 건망증이여!!!!!


(2018년 6월)



건망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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