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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멋진 은퇴
03/02/2018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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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나의 친구, 고모가 은퇴를 한다.

미국 온 지 몇년 만인가? 

마지막인 이번 세탁소에서 만 22년을 지내고  그 전에 하던 세탁소에서 

7-8년을 하고, 우리 세탁소에서 일 배운다고 2년인가 일하고...

거의 31 년만에 세탁소에서 은퇴를 하는 것이다.


고모는 3월 5일을 마지막 날로 잡고 

창문에 커다란 "클로징"광고문을 달고 

손님들 하나하나에게 인사하고 전화하고 

물건들을 정리하고 청소하고...많이 바쁘다. 


그 와중에 "마음이 거시기해요!!!!"라고 

가족 카톡 난에 사진과 함께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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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정하기 까지 아주 오래 걸렸다.

옛날 세월 좋을 때 같으면 적어도 십만불은 받을 세탁소를 도무지 만불에도 사는 사람이 없고 

거저 주어도 안가져 가니 할수 없이 문을 닫기로 했다. 


포기가 잘 안되기는 하지만 그 넓으나 넓은 샤핑센터에 문을 열고 있는 가게가 

두세개 밖에 없으니 썰렁해서 누가 돈을 주고 살것 같지도 않단다.

몹시 서운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사양길에 접어 들어서 잘 안되는 세탁소라도 

둘이서 열심히 하면 한달에 최소 5천불은 번단다.

요즈음 사람들은 왜 세탁소에서 일하려 하지 않을까 이상하다며

막상 은퇴하여 아무 것도 할일 없이 놀 때가 되면 이것도 아쉽고 후회될까 무서워서 

최대한도 시일을 끌어 보려다가 리스가 만기일이 되니 문을 닫게 된 것이다.



손님들이 "슬프다" 하며 깜짝들 놀라고, 그동안 수고를 치하해 준단다.

어떤 22년 한결같은 고객이었던 사람은 너무나 섭섭하다면서 

"너희처럼 잘하는 사람을 소개 해달라"고 해서 다른 가게 명함을 건네 주었더니

"너처럼 바느질도 잘하냐?"고 묻기도 한단다. 

하하, 이건 코메디다. 

고모의 바느질은 30년을 해도 자신이 도무지 안 생기는, 흉내낸 한문 서예 같은 것이다.


한편 미국 사람이 얼마나 까다롭지 않고 좋은 사람들인지! 

말도 안통하고, 솜씨도 없는 사람들도 살게 해준 미국은 얼마나 고마운 나라였는지!


교회의 은행, 고모

고모는 세탁소로 해서 돈을 벌만큼 벌었다. 

그래서 십오년도 더 앞서 온 우리들보다도 더 여유있게 은퇴를 하는 것이고 

주위 친구들 대부분보다 더 나은 것 같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세 받는 집이 두채나 되는데 

집 셋이랑 자동차 두대가 빚이란 거의 없다.

게다가 은퇴 연금도 따로 들고, 생명보험도 몇개인지 잘 모르겠다. 


그 작은 교회에서는 '교회 은행'으로 불리우는 고모,

돈을 여기저기 빌려주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꼭 돈이 너무 많아서 라기보다 마음이 약해서 돈 두고 매정하게 거절 못하는 성격.

한때는 남편 몰래 만불, 이만불, 오천불씩, 열명도 더 빚을 깔아 놓아서 

그 돈을 어찌 다 받을까 걱정도 되었었다. 


당장 낼 렌트 없다고 빌려 가는 사람도 있었다.

나도 갑자기 이 집을 살 때 모자라는 돈을 4 만불이나 빌려 쓴 적도 있다. 

이자도 안받고 빌려 주었으니 그런 고마운 일이 어디 있을까!


다행히 같은 교회 식구들이니 다들 잘 갚아줘서 완전히 띠인 적은 별로 없단다.

앞으로 자기 없으면 교회 사람들이 누구에게 돈을 빌릴까, 그게 걱정이란다.


멋진 은퇴 기념 잔치

글쎄, 친척들과 목사님과 친한 친구를 불러 은퇴 기념 잔치도 멋지게 한단다.

그리고 이름 붙여 은퇴 기념 고국여행도 가고...

이만하면 멋진 고모의 인생의 마무리가 아닌가!


이제 집이 팔리면 피닉스로 이사와서 

우리 집에서 걸어 오분 거리에 이미 마련해 둔 집에 살기로 했다.

나는 그날이 너무 기다려진다. 

날마다 함께 새벽기도도 가고 운동도 같이 가고..

전도도 가고... 여행도 가고...날마다 밥도 같이 해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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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굳모닝! 밖에 자신있게 말할수 없던 시골 출신 고모 부부 두사람이 

배짱과 억척 두가지로 부족을 메꾸어 나가면서 힘을 합해 버티었던 그 세월들! 

아니, 두사람이 진짜 마음을 합했다면 그건 얼마나 쉬웠고 축복이었을까?


정말 아닌 때가 더 많았다. 지금은 나이 칠십 줄에 들어서 조금 철이 나고 있지만 

고모 남편은 일하기가 자주 싫어지면 스팟팅이 필요한 옷도 몰래 포장해 버리는 강심장.

더러운 옷을 가져 오는 손님들에게나 

바지 한개, 셔츠 한개만 달랑 들고 오는 손님들에게는 

눈을 부라리고 한국말로 욕도 해대었다. 

아이구 맙소사! 고마운 사람들에게 무슨!

 

공연히 성질을 내고 일찍 집에 가버린 날도 수없이 많았는데 

텅 빈 큰 샤핑센터에 무섬증 많은 고모가 혼자 남겨지면

평생 괴롭힌 아픈 어깨죽지를 부둥켜 안고

울다시피 부르짖는 전화로 내게 하소연 한 적이 그 얼마랴!


누가봐도 고모의 끈기와 인내 아니면 고모부는 알거지가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마누라 하나 잘두어서 횡재를 한 많은 한국 남자들! 그중에 첫째가 고모부. 

그리고 내 남편! ㅎㅎ


억지로 이해하자면 우리 고모부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세탁소에서 일하던 한국 남자들은 열명 중에 일곱 여덟명은 마누라에게 일을 팽개치고 

골프치러 도망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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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들의 페이스 북

자랑스런 경찰간부가 된 작은 아들은 엄마의 은퇴를 앞두고

페이스 북에 감격 어린 글로 써 올려 

30년의 수고를 치하해 주었다. 


God is good, thankful for mom.

Grateful to live in USA. 이란 제목과 함께 

소파에 쓰러져 낮잠자는 우스운 부모사진까지 올린 페이스 북 글엔 

많은 답글이 달렸다. 


1987년 결혼 십주년 되던 해 미국에 도착한 날로 부터 하루도 쉬지않고 

날마다 기본이 12시간씩, 주 71시간 열던 세탁소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 치던 세월들은 아들들의 기억에 어떻게 남아 있을까?

미국에 올 때 6살, 9살이던 두 아들은 많이 헤맸지만 엄마의 고마움을 모르지 않았다.


아들들은 싫어도 토요일엔 세탁소에 가서 통역도 해드리기도 하며 

그 밑바닥 삶을 함께 배우고 이제 사회에서 제구실을 하며 살고 있으니 

미국 온 보람은 한 것 아닌가! 

이 아들이 그 고마움을 말로만 하지 않고 

거금들여 두 사람 한국가는 비행기표를 사드린단다!


힘든 삶을 지탱해 준 교회

아들 이야기에 부모님이 주일날 교회가는 것을 우선적으로 치지 않았으면 

아마 하루도 세탁소를 면치 못하고 날마다 죽도록 일만 했을 것이라고 했는데 

그말이 맞을 것이다. 

세탁소는 주일날 쉴수 있던 참 좋은 비지네스였다.


그러나 실은 교회 가서도, 주일날도 쉬는 것은 아니었다.

늦잠 한번 안자고 새벽기도회 부터 사람을 픽업해서 데려가고 

거의 어두워야 돌아오는 식으로 살았으니까.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에 피곤하다는 말은 커녕 

교우들과 어울리는 삶을 제일 큰 행복으로 여겼던 그녀. 


주일 뿐이랴? 토요일은 늦은 밤까지 주일을 위한 전교인 식사 준비가 빼놀수 없는 그녀의 몫!

아무도 안하는 여선교 회장을 20년은 독차지 할 때  

음식 솜씨 좋다는 말 외에 그녀에게 돌아오는 것은 어깨죽지 아픈 것 밖에 없었다.


그러나 불평도 별로 할줄 모르는 그녀는 지금까지도 기분좋게 

항상 교회 일이라면 모든 것을 다 해오고 있는 것이다.

온갖 땀과 정성이 든 교회를 은퇴와 함께 떠난다는 것이 제일 마음에 걸리는 내 친구, 고모, 

이만하면 이민 성공, 인간 승리의 이야기요, 

그녀의 귀한 삶은 주님께 영광돌릴 만한 것이 아닐까, 


사랑하는 내 친구, 고모에게 은퇴 선물로 이 글을  보낸다.

피닉스에서 그녀에게 인생 최고의 날들이 기다린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녀와 홀가분하게 한국서 만나 

동남아 여행으로 30년의 피곤을 한꺼번에 날려 보낼 생각만해도 참으로 기쁘다.

주님께서 함께 해 주셔서 전쟁만 안 나면 좋겠는데. ㅎㅎㅎ(2018년 3월)




 

은퇴, 세탁소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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