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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종이 땡땡땡
06/04/2018 22:14
조회  1748   |  추천   8   |  스크랩   0
IP 184.xx.xx.174

33 년전 미국에 막 도착해서 오마하에 사시던 외삼촌 댁에 인사하러 간 일이 있었다. 
그 집에 미국에서 태어난 5, 6 살 짜리 사촌들 둘이 있었는데

영어만 하고 우리 말은 전혀 못하는 것이었다.  

 

온 가족이 영어만 쓰니 나만 이방인이 된 듯 묘한 느낌이었다. 
그 당시는 어찌 한국말을 못하는 아이들을 만들 수가 있을까 의아 했었다.

내 얼굴에 뜨악한 기색을 보셨던지 
외숙모님이 하시는 말이 “너도 키워보면 알 것이다” 하셨다.. 

아이들 넷을 연년생으로 키울 때 갑자기 멀쩡한 직장을 버리고 온 남편 덕에

둘이 다 나가서 뛰어야 생계를 유지할 판에 
아이들을 잘 돌보는 것은 희망 사항이요, 사치스런 일이었다.

그 때 제대로 먹이지도 못하고 키웠던 것이 평생 미안한 일.


다행히 아이들 넷이 다 좋은 크리스챤으로 자라났고 
남들 부러워하는 대학을 나와서 사짜가 들어가는 직업들을 갖게 된것은 
정말로 하나님의 은혜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수가 없다.

미국 이민 30 여년에 늘어가는 흰머리와 약해가는 몸이 서글픈 현실이다만

가는 세월을 나만 당하는 것은 아니니까 원망할 수는 없다.

오직 문제라면 남들처럼 돈을 충분히 벌어놓지 못해 맘 놓고 은퇴를 할 수 없다던가 
아이들이 학자금 떼 빚장이가 된 것이라던가 등등이 있지만 
그것보다 더 마음 아픈 것은 아이들에게 한글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것이다.


평생에 부러운 것 하나는 부모 자식간에 한국말로 완전히 통하는 것이다. 
한국 책을 같이 읽거나, 이런 글도 같이 나눌 정도면 얼마나 좋을까?
요즈음 같이 한국의 위상이 올라가고 
이곳에도 한국말만 쓰는 한국 사람들이 시시 각각으로 숫자가 느는 판에 
한국말을 못하는 우리 애들을 불쌍히 보는 사람들도,

경멸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느낀다.
더구나 전도사를 하는 큰 아들에 관해서는 나도 정말 할 말이 없이 괴롭다.

한국말을 한다면 얼마나 더 쓸모가 많으랴!

 

그건 아주 옛날 일이었다.
한국말 못하는 우리 아이들이 한국에 나갔을 때

동네 아이들이 따라 다니며 원숭이라고 놀렸단다.  
어른들도 한국말 안 가르쳤다고 눈쌀을 찌푸렸겠지...
 
부모님을 모시고 살면 저절로 되는 일인데

부모님이 남동생 차지지 우리차지가 안되었던 것이 핑계가 될까?. 
물론 교회에서 하는 한글 학교에 매 주일 보내는 것은 기본적으로 했고
아이들마다 한국에 한 두번씩 방학 동안에 내보내기도 했고… 


그래서 큰아이는 한국말로 선교보조금을 얻는 편지도

도움을 얻어 가며 혼자 쓴 일도 있었다. 
그러나 큰 아이만 그 정도지 밑의 아이들로 내려 갈수록 

한국어 실력이 줄어서 완전히 제로이다. 

"한국말을 못 가르친 이유”라고 변명할 때 써먹는 이야기가 있다.
첫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의 일이다. 
그아이 발음이 나쁘다며 선생이

“집에서 절대로 한국말을 쓰지 말아라”라고 우리를 따로 불러 주의를 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애만 데리고 특수교육을 시켜 발음 교정을 해 주었다. 
그 동네에 한국아이가 거의 없는 곳이어서  선생님들이
한국아이들이 얼마나 우수한지 아직 몰랐기 때문이어서

그런 쓸데 없는 짓거리를 했던 것이다.

그애가 나중에 탁월한 변호사가 될 줄을 미리 알았다면

그렇게 잡아놓고 나머지 공부를 시키지 않았을텐데...ㅎㅎㅎ  

그당시 경험이 없기로 마찬가지였던 우리 부부는 기겁을 했다. 
자존심이 상한 것 보다는 미국 애들에게 뒤질까가 얼마나 겁이 났던지! 
아이의 장래가 달린 문제로 생각하고 한국말 사용을 단번에 그만 둘수 밖에 없었다. 


워낙에  아이들은 힘든 한국말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쌍 받침이며 된 소리들은 우리도 어렵다만
자기들끼리 영어를 사용하는게 훨씬 쉬웠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 부모까지 의도적으로 영어만 하니 한국말은 발 붙일 곳이 없었던 것이었다. 

또 다른 변명이라면 우리가 충분히 무식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유창하지는 않지만 영어로 소통하기에 그렇게 불편하지 않아서

집에서 자꾸 영어로만 쓰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교회 한국학교에서 배워 온 한국말을

쓸일이 너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근본적이 문제였음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란다. 


내가 만약 영어가 전혀 안되거나  집에서 살림만하고 지냈으면

틀림없이 아이들과 한국말을 많이 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부모 자식간에 한국말로 맘 놓고 이야기하는 부러운 가정이 되었을 게다. 
함께 한 찬송가를 부르고 함께 기도하고 예배드리고.. 얼마나 좋았을까? 
가끔 아이들 야단 칠때도 맘 놓고 야단을 칠텐데...

아무래도 남의 나라 말로 잔소리 하는 것은 실감이 안나고 재미없다.


이번에 큰 딸 애가 어린 손주 아들을 데리고 시카고에서 피닉스로 왔다가 돌아갔다. 
오는 길엔 아기가 보채지 않아 아주 쉽게 왔다고 했다.  
가는 날은 그렇지 못했다.

아침 녘에 낮잠을 안 자더니 비행기 안에서 힘들게 굴었다는 것이다. 


"아이구, 그래서 어찌했냐?"했더니

별별 노래를 다해주고 얼러도 안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하다하다 안되어 “학교 종이 땡땡땡”을 불러 주었더니 잠이 들었다는 것이다!


엉? 학교 종이 떙땡땡이라고? 나는 귀가 번쩍 띠어 깜짝 놀랐다.
언제 그 노래를 가르쳐 준 적이 있었을까? 
그걸 또 어떻게 기억해내고 불렀다니 얼마나 딸아이가 장하고 신기한가?

아이들에게 한국말을 제대로 못 가르친 죄인이

그 아이 무의식 속에서 살아나온 노래 때문에 기가 났다.
그래 그래. 언젠가 나도 한국말을 가르치긴 했던거야!
다 잊어버렸어도 언젠가 다시 생각나는 날도 있을거야!

그렇지만 그 노래 한마디 가지고도 이리 기쁜데, 
정말 모든것을 다 나눌수 있게 한국말을 유창히 가르쳤으면 얼마나 더 좋았으랴 
때 늦은 후회. 또 후회.

코리언 비데오라도 보고 한국어를 지금이라도 익히라고 다시 졸라대야겠다.
30 이 넘은 아이들에게 소귀에 경 읽기지만….
(2007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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