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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손때 묻은 것들의 소중함
01/17/2015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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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1박 2일로 훌쩍 서울을 다녀오셨다는 일본인 YG 교수님께서 저에게 몇 장의 사진을 보내 주셨습니다. 저는 그 사진들을 바라보다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YG 교수님은 서울에서 하늘 높이 치솟은 멋진 건물들이 아니라 역사를 품고 묵묵히 서 있는 건물들에 매력을 느끼고, 또 그것을 아름답다 하시는구나 싶었기 때문입니다.


일본인의 美의식은 '모노노아와레(もののあわれ), 와비(侘び), 사비(寂び)라는 단어로 대표된다고 하지요. YG 교수님이 찍은 서울 풍경들 속에서 일본인이 좋아하는 세계를 살짝 엿볼 수 있었습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을 쓰신 유홍준 교수님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으십니다.

“나는 한국 문화의 아이덴티티를 갖고 싶어서 미학을 공부하고 미술사를 공부했다. 한국미의 특징이 무엇인지 굉장히 궁금했다. 많은 전문가가 그 특징을 정의했는데 우리 미술을 설명하고는 있지만, 그것은 극히 일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일본 책을 보면 일본 미에 대한 저서들이 상당히 많았다. 근대사회 이후로 일본사람들도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찾고 싶어 했던 것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일본 사람들이 일본 미학의 진수라고 말하는 ‘모노노아와레’와 ‘와비’와 ‘사비’의 미학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일본 미의 본질이다. ‘모노노아와레’는 상실을 이야기하고 ‘와비’와 ‘사비’는 쓸쓸함으로 번역이 되는데 특히 ‘와비’와 ‘사비’는 영어로 번역하면 ’Incompletion f the completion’이라고 번역된다. 더 높은 완전성을 위한 불완전성이라는 것이다. 완벽한 형태의 도자기보다 어느 한 부분이 일그러지거나 유약에 미묘한 변형이 있는 것이 더 큰 미감이 온다는 것이다. 이러한 미감을 찾기까지 굉장히 오랜 역사가 있었다." 

요즘 서울에 가면, 외관은 참 많이 좋아졌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서울 도심에 중국인과 일본인 관광객들을 모으기 위한 화장품과 옷 가게, 한국 음식점, 호텔 등이 많아지는 반면, 예전에 도심 뒷골목에 있었던 오래된 음식점들이 모습을 감추고 그 자리에 새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는 사실에 크게 허전함을 느끼곤 합니다. 특히 한국 문화를 전하는 장소라고 생각해온 인사동이 너무 대중화되어가고 있다는 점도 왠지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그렇게 서울의 옛 모습이 하나 둘 사라져갈 때마다 제 안에 서울도 하나 둘 사라져 갑니다. 제 안에는 추억 속의 서울만 남게 되지요. 그것이 얼마나 쓸쓸한 일인지...눈물이 핑 돌 정도로 허전함을 느끼곤 합니다. 

식민지시대에 조선에 건너와 조선의 백자와 소반 등 조선의 美를 사랑했던 아사가와 다쿠미(?川巧; 1891?1931)는 조선인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생활용품들을 소중히 생각했고, 무엇보다도 조선인이 이사갈 때마다 짊어지고 간 손때 묻은 밥상을 사랑했습니다. 그래서 조선인의 생활용품을 모으고 소반에 관한 책도 쓰셨지요. 그렇게 일본인 아사가와 다쿠미가 사랑했던 조선의 美는 소박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한국에서 손때 묻은 밥상을 쓰고 있는 가정이 얼마나 될지 궁금합니다. 

사람도, 물건도, 추억도 모두 쓰고 버리는 시대...
손때 묻은 것들의 소중함을 잃어가는 것은 아닌지...

이렇게 YG 교수님의 사진을 바라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말았습니다. (1/15/2015 야마가타에서 아나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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