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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경의 북소리
04/01/201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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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경의 북소리




큰골 못 오두막 대밭집에 살던
짝궁이었던 경아의 숙부(삼촌)
세상을 떠난 45년 뒤, 그가 치는 북소리가 들린다


'내가 치는 북소리는 세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소리로 낸다" 라고 했다


봉사야 봉사야 개구쟁이들의 짖궂은 놀림에
마치 보고 있는 것 같이 "이놈들" 하며 피씩 웃을 뿐이었다


쓸줄 모르는 일자 무식쟁이라도 세상 이치에 밝음은
하늘이 주신 끼에 마음의 눈으로 사람을 읽고 있었다
한 번 들으면 잊지 않는 놀라운 기억력
서당에 훈장님 글 읽는 소리에 기웃거리던 그는
천자문과 사방팔방 육십갑자에
만물을 열손가락 마디 마다 심어 두었는지
그의 끼는 법사란 운명에 북소리로 세상을 쓰고 있었다


가끔, 너털 웃음에 막걸리 한잔을 쭈우윽 마시고
자신의 등치만한 북을 두들기며 시조창(唱)을 읇기도 했다
같은 창(唱)을 두 번 하지 않았다

때론 흥겹고, 때론 슬픈 가락이 명창명인이랄까
때에 따라,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즉흥 시조창


사람들은 천진한 그를 두고 불쌍히 여기거나 좋아해
사주를 보거나 노래를 청하기도 하며 정성껏 음식을 내놓기도
개울을 건너다 넘어지면 뛰어가 부축해 준다


"지팡이가 없어도 내 눈은
귀가 있고
손이 있고
발이 있다
입이 있어도 나는 북소리로 말한다
나의 스승은 모든 사람이다" 하였다


그의 친구가 월남에서 가져온 선물
미제 라디오를 늘 지니고 다니 둣 그에겐 북이 신주였다

북소리 들려온다
얼쑤 조오타! 가락이 몰려온다


내가 살아온 길이 얼마나 어리썩었던가
사지를 멀쩡히 지닌 몸뚱이에 세상소리 듣고 있으나
입이 있어도 말 못 하는 멀뚱멀뚱 눈을 가진 나
세상을 손가락으로 쓰고
세상을 손가락으로 말하려는 나

아직도 나는 그가 가진 것 중
아무것도 내겐 없다.




20180308/東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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