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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걱정하는 판사
03/24/201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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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걱정하는 판사

 

MBC PD수첩은 작년 513일 사랑의교회를 둘러싼 문제를 종합해 보도한 바 있다. 오 목사의 재정 유용 의혹과 논문 표절, 새 예배당 건축비, 정관 개정 등을 망라했다. 사랑의교회는 방송이 나간 후 곧바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고 작년 81MBC PD수첩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액은 15억 원. 사랑의교회 명예훼손으로 10억 원을, 오정현 목사 개인 명예훼손으로 5억 원을 요구했다.

 

지난 313일은 이 소송의 세 번째 변론 기일이었다. 이날은 특히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갱신위) 김 아무개 집사가 증인으로 출석하는 날이어서 갱신위측과 오목사측이 방청석을 메웠고 서로의 기 싸움이 팽팽히 맞서는 분위기였다.

 

이날 재판에 임한 판사는 증인 신문이 시작되기 전 인상적인 말들을 남겼고 이에 전적으로 동감하는 필자가 이를 여기에 옮기는 바이다.

 

소송을 제기하셨는데, 한편으로 판사 입장에서 보면 무슨 실익이 있을까 싶어요. 지면 타격이 클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이긴다고 해서 과연 명예가 회복될 것인지 의문스러운 부분이 있거든요. 굳이 소송을 제기해서 끝까지 가려고 한다면 재판부로서는 시시비비를 가리는 수밖에 없지만. 재판이 한계가 있거든요. 진실을 다 밝힐 수는 없어요. 증거 법칙에 의해 증거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여기서 나오는 결론이 일반 세상에서는 통용될 수도 있겠지만, 과연 여러분과 같이 신의 영역과 관련한 일을 하시는 분들에게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서 주제넘지만 말씀을 드렸습니다."

 

소송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원수 같은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여러분들은 다 같은 교회에서 열심히 했던 사람들이잖아요. 서로 하나님의 일을 위해서 한다고 하고 있을 거예요. 근데 '내 뜻이 꼭 하나님의 뜻이다' 이런 확신을 인간이 할 수는 없잖아요. 상대방이 하는 게 하나님의 뜻일 수도 있는 것이고. 나를 깨우쳐 주기 위해서일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 서로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내 뜻에 반한다고 해도 서로 존중하고 좋은 방향을 찾아가는 재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원고의 소장을 보면 방송 내용 중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허위라는 건지 모르겠다. 또 방송 내용이 원고 교회의 명예를 훼손한 것과 원고 오정현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 다를 텐데, 청구 취지를 보면 두 개를 뭉뚱그려 놨다"고 말했다. 교회 측 변호사가 오 목사는 교회의 대표자이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답하자, 판사는 "그렇다고 해도 둘은 엄연히 다르다. 이렇게 적는 건 부적절하다. 목사라는 것도 교회를 위해 있는 것이지, 교회가 목사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판사는 변호사들의 증인신문이 끝난 후, 자신도 한 가지 물어보자며 김 집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판사는 장로교회에서 당회의 장이 누구냐고 물었고, 김 집사는 담임목사가 당연직으로 당회장이 된다고 답했다. 판사는 우리나라 장로교회가 다들 비슷하냐고 물었고, 김 집사는 그렇다고 답했다. 판사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는 입법·사법·행정 3권이 분립돼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우리나라 장로교회는 권력 분립이 되어 있지 않은 시스템인 것 같네요. 제가 보니, 권력 분립이 안 돼 있는 구조가 오랫동안 지속돼 왔기 때문에 이렇게 진행해도 괜찮다는 입장과, 이 구조가 잘못됐다는 입장이 대립하는 것 같습니다. 안타깝네요."

 

소위 불신자인 판사가 교회 문제에 대해 걱정해주며 정확히 지적해주는 이 발언을 통해 이제는 사회가 교회를 걱정해주는 시대라는 것이 확연히 드러나는 사태를 바라보며 필자는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교회의 삼권을 쥐어 잡고 교회를 흔드는 목회자들에 대해 지적하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목회자들 스스로가 현행 장로교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역설한 글들이 틀린 것은 아니라고 다시금 깨달아지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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