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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류시인 피춘자-마지막회
08/16/2016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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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류시인 피춘자-마지막회

 

 

 

 

“고마워요. 참고마워요. 잘 할께요.” 

춘자는 두근 거리는 마음을 진정키 어려웠다. 춘자는 속으로 부르짖었다. ‘알렉스! 제발도와줘요. 당신은 내가 원하면 어디에 있든 도와준다고 하였잖아요. 도와줘요.알렉스!’

무대에 올라 앞을 보는 순간 또 다시 가슴이 뛰고 두근거렸다. 조수연이 옷 깃에 달아 준 마이크가 혹 떨어지지나 않았나 만져 보았다. 무대의 조명은 서서히 어두워졌다. 반면에 무대 앞쪽에 앉은 청중들은 잘 보였다. 특석이었다. 장윤수와 박상인이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 둘이서 손을 흔들었다. 다른 주변 사람들도 손을 흔들며 박수를 쳤다. 무릅 아래까지 내려온 부드러운 짙은 자주색 실크스커트가 파르르 떨렸다. 5cm정도 높이의 검정색 구두와 하얀 실크 부라우스위에 검정색 면 점퍼를 입었다. 스포티하였다. 의외였다. 이런 무대위에서 저런 옷을 입었다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고 신선해 보였다. 춘자는 무대 중간쯤에바로 선 후 심호흡을 하였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시낭송한 것이 여러번인데 이번은 좀 달랐다. 더구나 생방송된다고 하였잖은가. 게다가 3개의시를 외워 낭송해야 하는데 어찌 떨리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춘자는 눈을 감았다. ‘잘하자. 침착하게. 알렉스가 듣고 있을거야. 내 첫사랑 알렉스. 잘 할께요. 도와줘요.실수없도록 춘자를 지켜줘요.' 피춘자 시인도 역시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았다. 그녀의 시를 낭송하는 것이니까 당연하다 생각들 하였다. 그것은 맞다. 곧 이어 장내 아나운스의 소개가 있었다. 

 

“여기 독자적인 ‘사랑시’의 장을 창작하여 시의 세계를 사람들 가슴속에 사랑으로 살아있게 하는 여류시인,시집 ‘가슴속에 흐르는 사랑의 강’을 출간하여 독자들에게 뜨거운 감동을 안겨 주었고 오늘 3편의 사랑시를 낭송하여 우리들 가슴에 다시 훈훈한 사랑의 감동을 줄 ‘시인 피춘자’를 소개합니다.”

춘자는 장내에 운집한 사람들을 향하여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였다.그리고 첫번째 시 ‘당신은 내 사랑이였어요’를 낭송하였다. 낭송이 끝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잠시 기다려 박수소리가 가라앉자 다음 시 ‘사랑하는 사람아’를 맑은 목소리로낭송하였다. 



사랑하는 사람아


잠자리 날갯짓에 스친 바위가 
눈꽃처럼 하얀 가루가 될 즈음 
한번 찾아오는 게 인연이래요 

천 년 만에 한번 삼각산에 날아온
새 발에 흙이 닳아 산 자취 사라져야 
한번 찾아오는 게 인연이래요 


그 인연이 그리 소중할진대 
하찮은 다툼에 시간을 낭비하면 
훗날 가슴을 치며 통곡하지 않겠는지요 


사랑하며 살아가는 동안에 
주고 또 주어도 모자라는 사랑에 
서로 은애하며 우리 알콩달콩 살아요

 

그 낭송 모습이 너무도 순수하고 아름다워서 듣는 사람들과 보는 사람들이 숨을 죽여 끝까지 들었다. 피춘자 시인의 시 낭송이 끝나자 박수와 함께 앵콜소리가 터져 나왔다. 춘자는 긴장하여 잘 듣지 못하였다. 춘자는 마지막 시를 낭송하기 전에 심호흡을 하며 밝게 보이는 청중석을 훝어 보았다. 그러다 눈을 의심하였다. 특석 왼쪽 마지막 줄에 앉은 사람이 선희같았다. 그리고 그 옆에 앉은 사람을 선희같이 보이는 그 여성이 어깨를 부축하고 있었다. 어디선가 본듯 하였다. 3번째 낭송시 제목은 “어디 계신가요... 당신은”이었다. 춘자는 다시 숨을 가다듬고 청중석 중간을 보며 낭송해 나갔다.

 

“어디계신가요... 당신은

 

하늘이 열려 쏟아지는 봄비
온종일 속삭이듯 마른 대지를 적시울때 
내 마음 그리움에 사무친 걸 당신 아시나요 


대지를 적시는 봄비따라 
당신은 내 마음을 흠벅 적시네요 
봄비따라 새싹이 파릇 빛날때 
당신은 내 마음에 꽃을 피우는 걸요

 

이렇게 봄비가 오는 날엔 
당신이 내 곁에 있으면 참 좋을텐데... 
온통 당신 생각으로 가득한 지금, 
너무 허전하고 쓸쓸해요 
이 세상에 나 혼자인 것 같아요

 

이렇게 곱게 내리는 비를 
사랑하는 당신의 눈빛을 바라보며 
조용한 카페에 마주 앉아 
함께 듣구 싶은데... 
빗방울 떨어지는 수 만큼 당신을 사랑하는데... 
당신 품에 안기어 
빗소리를 반주로 고운 노래 부르고 싶은데...

 

어디 계신가요. 당신은...”

 

아무래도 본 얼굴. 꿈에도 잊을 수 없는 얼굴. 알렉스였다. 시낭송에 젖어있던 춘자는 다시 청중석 왼쪽을 보았다. 맞았다. 특석 뒷쪽에 앉아있는 알렉스와 딸 선희인 것이 맞다. 시낭송을 멈추고 뚫어져라 보고 있는 동안 장내는 처음에 웅성되며 혼란스러웠으나 다시 춘자가 낭송을 이어가서 마지막까지 마치자 청중들은 박수와 함께 일어나 환호하였다. 그 환호와 박수소리를 뚫고 춘자는 무대 아래로 내려가 왼쪽 끝으로 달려갔다. 정신이 나간 것이다. 사람들이 춘자를 잡으려, 악수라도 할려고 손을 내밀었지만 보이지 않았다. 오직 달리기만 하였다. 왜 그렇게 긴지 마음이 탓다. 꿈속 같았다. 

 

“알렉스. 여보!알렉스. 당신 알렉스 맞아요? 내사랑 알렉스!”

맞다. 알렉스였다. 이게 꿈인가? 유령인가? 춘자는 걱정하지 않았다. 뜨거운 물이 돌진하듯 눈물 가득한 얼굴을 한채 알렉스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얼굴을 가슴에 안고 부르짖었다.

 

“꿈이라도 좋아요. 이렇게 당신을 안고 울 수가 있어서 유령이라도 좋아요. 아아아. 내사랑. 알렉스. 당신 살아있는 것 맞아요?”

춘자는 엄청난 흥분과 감동으로 정신이 없었다. 몸이 본능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의 팔을 만져보고 그의 다리를 만져보고 그의 얼굴을 잡고 손바닥으로 쓰다듬기 시작하였다. 

 

“선희야. 너 선희맞지? 그리고 아빠 알렉스가 맞는거지? 왜 말못해. 말 좀해봐. 선희야!”

선희는 우느라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고개만 끄득였다. 그때 네명의 젊은 청년들이 들것을 가지고 왔다. 두명의 여성과 두명의 남성. 급조되었던 수색대였다. 한 여성은 흴체어를 접어서 들고 있었다. 그때 알렉스가 말했다.

 

“춘자야. 미안해 춘자야.”

“안 미안해도 되요. 이렇게 살아 돌아 온 것으로 저를 살려주셨어요. 이 춘자를 구해주셨어요. 여보! 알렉스. 이제는 절대 어디가지 마요~ 나도 당신 손 안 놓을께요. 제발, 제손 놓지마요.”

춘자는 그의 얼굴을 가슴에 안고 울고 또 울었다. 판깨어서 정말 죄송한데, 이건 각본없는 생방송이었다. 피춘자 시인은 그때까지 마이크를 옷깃에 달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정신을 어디에다 놓았는지 지금 모르고 본능적으로 말하고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춘자는 알렉스의 손을 잡았다. 청년들이 알렉스를 부축하여 들것에 눕게 하였다. 무대에서는 가을의 선율이 잔잔하게 울려 퍼졌다. 무대밖으로 나오자 휠체어를 폈다.그리고 알렉스를 태웠다. 그는 잘 걷지도 못한 상태로 피춘자 앞에 나타난 것이다. 믿기지가 않았다. 혼란스러웠다. 이제 휠체어를 선희에게서 넘겨 받았다. 선희는 뒤에서 천천히 그들을 지켜보며 따라왔다.

"여보. 알렉스. 진짜 당신 맞아요? 이게 꿈은 아니지요?"
알렉스가 왼쪽 팔을 겨우 들어올려 춘자의 휠체어 손잡이를 잡은 손을 감쌌다.

"미안해. 춘자야. 힘들었지? 그래도 낭송은 너무 잘하던데. 듣는 모두가 감동을 느꼈을거야."
"여보. 지금은 아무말도 하지 말아요. 저는 지금 꿈속에 아직 있는 것 같아요. 너무 할말이 많아요. 너무 울고 싶어요. 당신이 정말 살아서 돌아오시다니. 이게 무슨 영화같은 일이에요. 여보! 알렉스.정말 당신 맞아요?"
춘자는 눈물에 젖은 얼굴을 숙여 알렉스의 얼굴에 비벼대고 울며 묻곤 하였다. 있을수 없고 있어도 안되는 일이 일어났다. 춘자는 울며 정신을 차리자고 다짐하였다. 이게 어떻해서 현실이란 말인가? 이런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춘자가 밀고 선희는 천천히 옆에서 따라왔다. 앞에 보이는 엠브런스 옆에는 청년들이 기다리고있었다. 알렉스가 그들과 일일이 인사하는 것을 옆에서 춘자는 지켜보고 있었다. 실감이 조금씩 나는 것 같았다. 그때 조 감독이라는 사람이 급히 달려왔다 

"여보. 알렉스. 먼저 가세요. 저는 공연 정리를 하고 바로 병실로 갈께요."
춘자는 알렉스의 이마에 뺨에 얼굴을 대고 눈물을 다 옮겨 주었다. 

"선희야."
"네. 선생님"
부르는 춘자나 대답하는 선희 둘 다 울음이었다.

"내가 곧 병실로 찾아갈테니 움직이지 못하게 꼭 지키고 있어. 알았지?"
"네. 제가 선생님에게 넘겨 드릴 때까지 꼭 팔을 잡고 있을겁니다. 어서 다들 기다릴테니 가보세요."

춘자는 어떻게 예술제 마무리를 했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몸만 그곳에 있었고 마음은 알렉스에게 두고 온 것이다.
피춘자 시인이 공연 출연자들과 인사하고 난 다음, 식사등 쭁파티는 참석할 수 없다고 이연 교수에게 말하고는 바로 달려나가 출구에서 기다리는 나준석과 조수연을 만나 얼싸안고 또 한참 울다가 헤어져 병원으로 갔다. 병실에는 경찰과 보험사고 조사반에서 직원들이 와서 알렉스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마도 밤새조사할 것 같다고 문밖에서 기다리던 선희가 말했다. 이미 캐나다 대사관에서도 사람이 왔다 갔다 하였다.선희가 낮에 간이 여권을 요청하자 발급을 위하여 확인차 왔다 간 것이다.

 



 

 

 

 

 

****************
알렉스와 선희는 한국을 떠났다. 알렉스는 토론토와 보스톤의 모든 것들을 정리하고 더운 날씨의 호주 브리스벤으로 갈 것이라 하였다. 춘자는 알렉스를 잡지 않았다. 그가 그곳에서 어떻게 생활 할 수 있을지 걱정되었지만 그것도 묻지 않았다. 알렉스는 가끔 춘자에게 말했다. '노후생활의 건전을 위해서는 적당한 자기 돈이 있어야 돼. 자식들도 돈이 있을 때 찾고 즐거워 할 수 있는거야. 돈이 첫째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둘째도 아니야. 나는 문학을 위한 소설을 쓰는게 아니야. 나는 노후를 위하여 돈을 벌려고 독자들이 나를 싫어해도 돈주고 내 책은 사서 읽도록 하는 글을 쓰는 사람이야. 나는 소설가가 아니야. 프로 글 생산자야. 슬프지만 그게 삶이야. 그렇게 생각하면 안 슬퍼. 그게 삶이니까' 춘자는 그래서 돈을 모았냐고도 물어보지 않았다. 알렉스. 그는 야위어 앙상하였다. 어금니도 거의 빠져 버렸다. 왼쪽 무릅은 가끔 통증을 동반하여 부었다. 나이도 60이 넘었다. 처음 여보라고 불렀던 그 알렉스가 이제는 아니었다. 

"알렉스. 브리스벤에 도착하면 이 메일은 보내주실거죠?"
떠나는 공항에서 춘자가 처음으로 '여보'라고 불렀던 알렉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이었다. 그러나 오래동안 그에게서 소식이 없었다.

그들을 통곡으로 보내고 춘자는 집에 돌아와 침대에 쓰러졌다. 그렇게 울었는데 또눈물이 나왔다.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이렇게 오랫동안 울어보기도 처음이었다. 



 

 

 

 

***************
차가 막 절벽으로 굴러 떨어져 내려갈 때 아마도 창가에 앉았던 알렉스는 창밖으로 튕겨져 계곡으로 떨어졌는지는 것만 기억하고눈을 뜨니 움막집 흙바닥이었다 하였다. 70이 넘은 부부가 땔감을 하러갔다 오는 숲길에서 살이 찢기고 머리가터지고 다리가 부러진 알렉스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끌다싶이 하여 집에 데려다 놓고 상처를 씻기고 미음을 먹이며 간호라고 하고 있었다. 알렉스는 계속 정신을 잃고 있었고 며칠후 깨어났지만 걷지도 못하였다. 더구나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였다 하였다. 그렇게 날을 보낸 어느날부터 먹기 시작하였고 말하고 듣기 시작하였다. 몸이 쇠약해진 알렉스는 제대로 기억을 못하였다.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나이든 부부가 황지로 장보러 떠나는 날 알렉스가 준 메모한 쪽지를 저녁에 한 청년에게 전해 주었는데 그 청년이 늦게서야 그 쪽지의 메일 주소로 '선희야 아빠다. 두문동 용수골'이라고 쓰여진 대로 메일을 보냈었다. 그때 선희가 대학생들의 컴퓨터를 빌려 메일을 열어보기 1간 전이었다. 아빠를 찾은 선희는 대학생들의 도움으로 아빠를 원하는 대전의 병원으로 이송하여 응급조치를 한 다음날 피춘자 시인이 시를 낭송하는 문화예술제가 열린다는 것을 기억한 선희는 아빠에게 물었다.그래서 조수연이 준 특석 초대권으로 들어가 앉게 되었다 하였다. 춘자는 이런 것이 바로 소설이고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그럼 그 다음은? 답을 찾기에는... 피춘자 시인은 너무 바뻣다. 년말과 연시에는 젊지 않았기에 더욱 바빳다. 시낭송의 초대는 많은 곳들이 장윤수에 의하여 만들어 졌으며 만든 자리가 피춘자 시인이 참석해야 하는 곳이었다. 시집 '가슴속에 흐르는 사랑의 강’과 ‘영혼사랑'도 인쇄가 계속되었고 싸인회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장윤수를 비롯하여 카페의 회원까지 유혹이 너무도 많았다. 그러나 유혹은 대부분이 성적유희를 위한 것이었음을 춘자는 언제나 느꼈다. 이런 상황의 여성은 마침내 그들 유희에 말려 들 수 밖에 없다는 구조적 씨스텀을 알게도 되었다. 사랑이 정말 뭔가?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잊어버렸다. 춘자도 이제는 사랑시를 더는 쓸 수 없음을 느꼈고 사랑시에 대한 애착을 버려야 할 때 임을 느꼈다. 장윤수와의 관계가 필요에 의해 점점 깊어가고 있었다. 춘자의 시야도 업 그레이드 되었음을 스스로는알 수 없었지만 장윤수의 간청으로 전직 외교관 모임에도 참석해 봤다. 나이든 그들에게 나이든 피춘자가 단연 돋보이고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점차 그런 생활로 물들기 시작하였다. 생각이 다양해졌다. 그건 삶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 생활을 바쁘게 하였다. 피춘자 시인은 내재해 있던 무엇인가에 의한 무엇인가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다.그리고 지금에서야 그 피해를 보상받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녀는 나이가 들더니 배운것 없는 산수로도 그나마 정확한 계산을 하는 것마져 잊어버렸는지 모른다. 아니 어쩌면 삶에서 스스로의 생활산수를 만들어 내공으로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저건 이 전의 피춘자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춘자는 이제 마음 속에 남자가 있어야 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랑의 남자가 아니었다. 남자가 있어야 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하고 그 사이 주변을 맴돌고 있던 남자들을 떠 올렸다. 춘자의 생각은, 그녀가 손짖만 하면 그는 올 것이고 무릅을 꿇을 것이고 하라는 뭐든 할 것이다. 오 마이 갓! 이게 무슨 햇병아리 콩튀겨 먹는 소린가? 이게 내공인가? 피춘자! 과거의 페이지는 오래 전에 이미 넘겼다. 이제 과거는 없다. 새로운 춘자가 있을 뿐이다.그래서 너는 이제 죽었다. 무림의 뻘과 진흙탕의 진실을 모른단 말인가?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멀어지고 안보이면 점점 소원해진다. 과거 생활이 단순했던 시절에는목메어 불러도 보곤하였지만, 지금은 치열한 경쟁시대이다. 선의든 악의든 중도를 유지하기 위하여서든 경쟁을 피할 수 없다. 다만 그것을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존재는 경쟁의 꽃이다. 경쟁없은 조직이나 개인은 도태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남여의 관계도 경쟁이다. 현재 당장 정복하려고 덤벼드는 것들이 많은데...사랑타령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함께 살고 있지 않는한. 춘자는 그런 경쟁자들의 승자에게 주는 상이 되어 있었다. 한물간 늙은 사자들의 싸움. 상상되는가? 그것도 삶이다. 그들에게는 목표가 생겼으니까. 삶의 의욕을 고취시키고 잊었던 욕망을 살아나게 하여 쌓아 묵혀 두었던 내공으로 버무려 발악의 술수를 펼치고 있었다. 그 중간에 여류시인 피춘자가 있었다. 정작 그것을 피춘자 시인은 모르고 있었다. 다만, 많은 멋진 중년들이 눈을 가리게하고 폼나는 것들만 보여주니 그 현실에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피춘자. 그도 결국은 여자아닌가? 그녀도 결국은 황금노을로 감싸진 중년여성 아닌가? 그녀도 머잖아 죽을 것 아닌가? 죽으면 끝이라메? 

피춘자는 많은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한발을 넘느냐? 돌아서느냐? 기로를 자꾸 만들고 그 기로의 선은 한발 넘는 쪽으로 자꾸 가까워졌다. 아직은 자신이 없다. 사랑하는 알렉스와의 쎅스는 최고였다. 아마도 이 세상에서는 다시 그런 쎅스를 가질 수 없을 것이었다. 그것이 사랑이었다. 그러나 사랑없는 쎅스를 할 자신이 없음이 아직은 유혹을 이기게 하고 있었다. 춘자가 그렇게 깊은 생각에 빠진 그때에도 유혹은 계속되었다. 카카오톡과 멧세지가 여러 사람들로 부터 와 있었다. 이런 날, 술이라도 마셔 취하고 싶었다. 그때 다시 멧세지가 왔단 신호음이 들렸다. 장윤수로 부터였다. 그라면 이 복잡다난한 심정을 털어 놓을 수 있으려나 생각하였다. '10분후에 나갈께요.' 드디어 남자와 술에 한발 들여 놓았다. 누가 피춘자를 탓할 수 있을까? 뭐라고 탓할까? 과거에서 새롭게 업그레이된 여류시인 피춘자에게 누가 돌을 던질 것인가?
장윤수는 기다리던 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기다리게 한 것도 사실 부담이 될 것이다. 

 

춘자는 입은 그대로 위에 붉은색 오리털 점퍼만 걸치고 나갔다. 면티셔츠에 집에서 입던 편한 고무줄로 허리를 두른 면 치마였다. 발목만 덮는 짧은양말에 다크브라운색의 첼시부츠를 신었다. 춘자가 장윤수의 차를 보고 빠른 걸음으로 가자 장윤수는 이미 차에서 나와 운전석 옆 자리의 문을 열고 기다렸다.  세상에 공짜가 어딧는가? 그건 맞다. 얻은 것에 대하여는 조만간 혹은 머잖아 댓가를 치루게 된다. 그 댓가의 크기는 다르겠지만 그 지불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장윤수는 전직 외교관에 박사이다. 그가 차 문을 열어두고 춘자를 맞는다는 것은 내가 이렇게 써비스하니 너도 나에게 뭔가 해 주어야 한다 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저 맥주 마시고 싶어요. 노래도 좀 크게 부르고 싶어요.”

이게 왠 떡이냐? 이유 묻지않고 바로간다. 장윤수는 그렇게 생각했다. 표정 관리도했다. 같이 심각한 것 같이. 이런게 분위기이다. 스스로 많은 내공을 포기한 분위기. 내공을 갖춘 전사가 내공을 포기하면 포로가 되겠다는 의미아닌가?

춘자는 맥주를 빈속에 마시고 나니 아랫배가 뜨거웠다. 장윤수는 그런 춘자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화면에 나타나는 노래마다 춘자가 일어나 따라 불렀다. 장윤수도 드디어 취기가 돌자 춘자 앞에서 그녀를 보며 함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노래는 경괘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발라드 그리고 부르스. 장윤수는 춘자의 뒤에서 춘자를 안고 같이 돌며 춤추며 노래를 불렀다. 춘자는 그의 가슴에 안겼다.자동차 안에서 느꼈던 그의 손놀림이 생각났다가는 사라졌다. 정신이 아득해지기 시작하였다. 춘자는 브레지어를 하지 않은 그녀의 젖가슴을 애무하는 그의 손바닥이 느껴졌다. 숨이가퍼기 시작하였다. 그의 혀가 입안으로 들어와 희롱하기 시작하였다. 자포자기가 되었다. 

“아앙~ 어떻게해줘요. 날 망가뜨려줘요.”

춘자는 스스로는 무엇을 말한지 모를 지경이었다. 지금 본능대로 말하고 움직이는 것이다. 장윤수는 노련하였다. 급하게 행동하지 않았다. 그는 춘자의 허리와 가슴과 히프를 천천히 부드럽게 애무하기 시작하였다. 춘자는 옴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춘자는 화면에 나타난 노래를 따라 불렀다. 발악하듯. 그에따라 장윤수의 손바닥 놀림도 빨라졌다. 

“춘자씨. 사랑합니다.”
그의 속삭임이 귓속을 간지럽히며 흥분을 더 하게 하였다. 춘자의 허리가 움직이고 다리에 힘이 풀리기 시작하였다. 장윤수는 그의 손을 부드럽게 천천히 리드미칼하게 젖가슴에서 허리 그리고 히프를 애무하였다. 피춘자 스스로 벌리길 유도하는 것이다.춘자는 미칠 것 같았다. 온 몸이 달아올라 터질 것같고 숨이 막힐 것 같았다. 막 소리치고 싶었다.

“아아아~ 나 좀 나 좀 어떻게 해주세요. 제발. 나 터질 것 같아요.”
“아앙. 이제 그만요. 나 미치겠어요. 키스해 주세요.”


장윤수는 실수한 것이다. 숨막히게 화려한 계약서를 받았으면 살피고 읽고 재고 겨누고 전 후 생각하고 해서는 안된다. 일단은 즉시 도장을 찍어야 한다. 그는 그의 손바닥 놀림에 철옹성같이 도도한 피춘자가 흐느적거리는것을 즐기며 음미하고 있었다. 시간도 좋고 장소도 분위기도 다 좋다고 생각하였다. 춘자는 흐느적거리며 더 크게 온 몸에서 불타는 욕정의 흥분을 노래로 발산하려는듯 더욱 악을 쓰며 노래를 불렀다. 노래에 섞여 땀에 섞여 술기운이 몸밖으로 나가자 맑은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하였다. 그 순간 장윤수의 크고 거친 손바닥이 이미 젖은 춘자의 팬티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끼자 춘자는 온 몸을 떨었다. 

“잠깐만요. 나 이제 가야겠어요. 잘못되었어요. 미안합니다. 박사님.” 

춘자는 정신이 번쩍들자 미친듯 급히 문을 열고 노래방을 나와 택시를 타고 집으로왔다. 장윤수도 취한 상태라 손도 쓰지 못하고 어리둥절한채 달려나가는 춘자를 보고만 있었다. ‘바나나는 익기 전에 껍질을 벗기고, 벗기자 곧 한 입 베어 먹어야 한다. 제대로 먹자면...’ 악을 쓰며 부른 노래가 춘자를 깨운 것이고 자신감에 방심했던 장윤수는 때를 놓친 것이다. 

 

집에 돌아 온 춘자는 차거운 물을 냉장고에서 꺼내 벌컥 마셨다. 안정이 되자 눈물이 나왔다.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 한참이나 울었을까 더 울 힘이 없어서 멈췄다. 춘자는 창가의 탁자에 앉아 멍하니 어두운 창밖을 내다 보았다. 아무런 생각없이 멍한 채. 그러다 춘자는 불현듯 스리랑카에서의 알렉스를 떠 올렸다. 그리고 스리랑카에서의 며칠 동안은 참 재미있었다는 생각에 미소가 입가에 돌았다. 그렇게 신나서 팔짝 팔짝 뛰며 알렉스와 다니는 장면들이 지나갔다. 참 사람이 사는것 같았다. 칭얼거려도 좋았고 짜증내어도 좋았고 천방지축 휘저으며 다녀도 좋았다. 죽는다는 것은 별거 아니다. 숨을 쉬지 않으면 죽은 것이다. 죽고나면 끝이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냥 없는것이다. 지금까지 수 백 억의 사람들이 살다 죽었다. 그 중 누구 하나라도 다시 살아나 죽은 후의 무엇에 대하여 이야기한 사람은 없다. 나도 머잖아 죽는다. 알렉스도 머잖아 죽는다. 그의 수의는 누가 입혀줄까? 내 수의는 누가 입혀줄까? 그는 혼자 쓸쓸하게 죽을 것이다. 아무도 울어주는 사람없는 곳에서. 그리고 썩을 것이고.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내 몸을 닦고 수의를 입혀주길 희망한다. 혹 너무 흥분되어 다시 일어날지도 모르니까.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 혼자 바쁘게 지내고 있는걸까? 환호와 인기 돈 칭송하는 사람들 만나는 사람들. 아~ 사람들. 이건 내 중년의 모습이 아니야. 나는 이런걸 꿈꾸지 않았어. 나는 모태미인도 아니야. 나는 아름답지도 않아. 그런것들은 내 삶을 위하여 아무짝에도 소용없어. 나는 원래 조용히 살고 싶었어. 이건 아니였어. 이런 중년에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하는 쎅스는 불쌍한거야. 슬픈거야. 그냥 안고만 있어도 좋은 사람이 내게도 있었어. 나는 허영에 취해 잊고 있었어. 내 진정한 가치의 삶을. 춘자의 머리속에는 온갖 장면들이 영상같이 나타났다간 사라지곤 하였다. 그러다 그 생각의 환영에도 지친 춘자는 밤 깊어서 어두운 바깥을 그냥 보고 있었다. 그러다 탁자 옆에 놓여진 책을 팔굽으로 쳐 바닥으로 떨어 뜨렸다. 무의식적으로. 바닥에서 나는 소리에 놀라 정신을 차린 춘자는 허리를 굽혀 책을 줏었다. 소설책이었다. 춘자는 머리가 쮸뼛해지는 것을 느꼈다. 며칠 전 조수연 작가가 준 소설책이었다. 알렉스의 소설 책이라고 하였지만 시간나면 읽어 보려고 테이블위에 그냥 올려 놓았었다. 춘자는 알렉스 리의 소설책 3권을 다시 보았다. ‘신들의 전쟁’ ‘실버나인’ 그리고 ‘운명’. 그 소설들을 너무도 잘 알고있었다. 그것들은 알렉스에게서 이미 듣고 이야기한 것이다. 춘자는 깊고 장엄한 신음을 토했다. 

“아아아!!! 알렉스.”

책갈피에서 떨어진 하얀 메모지에 조수연이 쓴 글이 있었다.‘알렉스 선생님은 피춘자 선생님을 영원히 사랑한다 하였어요.’ 그리고 호주 브리스벤의 주소와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춘자는 그제서야 알렉스가 궁금하고 걱정되었다. 먹는 것은 제대로 먹고 있는지?  입는 것은?  뭘하며 지내는지?  지치고 아퍼 쓰러지지나 않았는지 모든 것들이 걱정으로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잊었었다. 약속들과 만남들과 시낭송들과 장윤수로 인하여... 

제임스에 대한 생각이 가슴 가득해지자 모성같은 보호본능이 힘을 내게 하였다.'가자. 가야지. 내가 그를 다시 살려야지. 아직 우린 할 수 있는데 여기서 멈출 수는 없어. 그가 나를 위해 죽었듯이 이제는 이 피춘자가 알렉스 리를 위해 죽을거야. 그의 소설이 잘 팔리게 내가 만들거야. 그가 호탕하게 웃게 내가 만들거야. 그가 또 나를 죽이게 내가 만들거야. 나는 할 수 있어. 알렉스! 나에게 더 힘을 줘요. 춘자에게 힘을 줘요. 나의 바부 수호영혼아!!!' 

춘자는 전화번호부를 찾아 정신나간듯 뒤졌다.‘찾았다’ 춘자는 심호흡을 하였다. 그리고 쇼파에 바로 앉아 두 손을 아랫배에 대고 깍지를 꼈다. 다시 심호흡을 하고 착한 머리 굴리기를 하였다.‘맑은 마음과 정신이어야 해. 냉정하게... 결정되면 죽음으로 지킬 각오가 되어야 해’ 스스로 마음을 가다듬었다. ‘이것은 절대 실수로 해서는 안되는거야.’ 춘자는 전화번호부에서 24시간 예약을 받는 항공사의 번호를 찾아 전화버턴을 천천히 눌렀다.

“대한항공이지요? 호주 브리스벤 도착 비행기 좌석을 예약하려는데요.”
“예. 원웨이. 뭐라고요?  내일 오후 출발?  이커노믹? 예. 좋아요. 그것으로 해주세요.” “끝”

 

사랑아. 사람들 속에 들어가 있어라.

이 말을 발견해 내고 나는 얼마나 속으로 흥분했는지. 이 말은 피춘자 시인의 사랑시와 사랑글을 함축한 가장 적당한 말이라 감히 확언한다. 확언이란 이미 다양한 방향에서 내 나름대로의 검토를 해본 결과이기 때문이다. 참으로 많은 시간이었다. 이 글도 역시 지하철을 타고 (거의 97%는자리에 앉는다) 가고 오며 조금씩 썻다. 지하철을 타기 전에 먼저 약20분 정도 뻐스를 탄다. 그때도 내 시간이었다. 이렇게 휴대폰으로 쓰노라 이제는 눈도 나쁘졌다. 오타도 많이 생겼고 때로는 연결이 되지 않아 애도 많이 먹었다. 휴대폰에 쓰고 나면 혹 없어질까 바로 이메일로 보냈다. 퇴근후 이메일에서 복사하여 노트패드에 있는 문서작성 페이지에 옮겨 다시 수정하여 날짜와 번호를 붙혀 저장하기를 반복하여 소설 한권을 마치게 되었다.

 

그런데, 붙인 제목이 너무 거창하여 한낱 미물밖에 되지 못하는 가는넘의 몽매한 잡이야기에 의하여 아름답고 멋진 한 여류시인이 개차반되었으며 덩달아 여류시인이라는 사람들로 부터 숫한비난과 야유를 듣게되었다 생각한다. 좋다. 달게받는다. 그러나, 그러면서 피춘자에 대하여 이야기 좀 하여야 겠다.

사실, 피춘자는 이 시대의 마지막 막장이 되어야할 그러한 삶을 살아 온 여자이었다. 그녀는 부모가 누군지 모른다. 그녀는 존재하기 위하여 발버둥쳤다. 존재를 왜 해야 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가방끈도 없었다. 밀고 당겨주는 끄나풀 하나 없었다. 그녀가 결정하면 그것은 확정이었고 그녀는 실행하였다. 그러나 춘자는 정말 개같은 운명(개가 들으면 화내겠지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태어났으면, 목소리라도 보통이던가, 웃음소리라도 간드러지던가, 입이라도 삐뚤어지던가... 그녀는 흙속의 다이아몬드였다. 주인을 제대로 만나지 못한 진흙탕속에 딩구는 다이아몬드였다. 게다가 총명하기까지 하였다. 심성은 특별났다. 내 능력의 한계이겠지만, 내가 만들 수 있는 최상의 여자였다. 


나는, 내가 존재하기 위하여 힘들게 살아가던 사춘기시절에 많은 힘들게 살고있는 여자 또는 누나들을 많이 만나고 봤다.  결혼을 약속한 육군장교가 어느날 월남전에서 전사하였다는 통지만 가지고 나타나자 미친듯 울부짖던 대학원생 누나도 생각났다. 다방에서 힘들게 견디며 지내는 아주 아름다운 레지 누나도 생각났다. 일찍 과부가 되어 그 당시 30살에 따로국밥을 만들어 팔며 술집을 하는, 나에게는고학생이라 잊지말고 대학생이 되어 값으라고 밥값을 받지않던 아줌마같은 누나도 생각났으며 읽는 사람들이 알지 못하고 짐작조차 할수없는 삶을 살고있던 그 당시 10대 후반 20대 30대 여성들의 삶과도 만났었다. 그외 더 비참하거나 더 힘든 삶을 살아가던 여자들의 하소연을 들었다. 나는 그들을 위하여 뭔가는 할 것이다 생각했다. 지금,  그리고 이제 나는 아무것도 할수없는 무능력자가 되었다.그래서 돈 안드는 이러한 글로 뭔가를 알리려 했는데... 쓰고나니 그것들과는 별 관계없는 사랑스토리가 되어버렸다. 지금은 발달된 인터넷으로 내가 알고 듣고 경험했던 그러한 이야기보다 덜한 이야기들이 소설과 허풍을 뒤집어쓰고 돌아다닌다. 그래서 언젠가는 그녀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리라 생각하지만, 나도 내가 너무 늦었다는 것을 안다. 그리하여 우선은 이 조잡한 글로 대신한다.


내 삶이란, 만나고 헤어지고 스치고 지나가고... 그리고 그 페이지를 넘기고 한다. 한 페이지에 집착하여 머물지 못하도록 내 운명과 열정은 다음책을 찾기에 바뻣다. 만남과 만남과 만남과 이별. 이별 그리고 이별,또 이별, 그것들은 한 페이지였다. 혹은 두페이지였고... 나는 다시 그 페이지를 넘겨야 했다. 세상은 넓었고하고싶은 일들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지금... 그 모든 책들을 덮고 없어질 날을 위하여 가고있으며 가끔 옛것들을 찾아 되새김질 하고있다. 여류시인 피춘자를 피눈물속에 죽지못해 살다 마침내 피밖으로 솟구쳐 오르는 정말 멋지고 아름다운 여자,  심성도 맑고 고운 여자의 그러한 삶을 그리고 싶었다.이제 나는 이것이 내 한계임을 느낀다. 진작에 글쓰는 공부를 좀 할껄. 진작에 문학이 뭔지 들여다나 볼껄. 그래서 마지막 부분에 추리적 반전을 넣었다. 순전히 문학을 모른다는 이유로. 나는 살면서 많은 경험들을 하고 경우들을 보고 이야기들을 들었다. 험한생활도 금수저같이 했다. 물론 세상에 공짜는 없었다. 내가 그러는 동안 내 가족은 제대로 생활하지 못했을 수도 많았을 것이다. 내 아내와 아이들은 나의 이런 젊은과거를 짐작할 수도 없다. 알 필요도 없다. 보수적이어고 바르게 자란 명석한 머리의 아내는 모른다. 진흙탕속에서 살아왔지만 나는 내가 있었던 나라의 그 법의 테두리밖에서는 놀길 싫어했다. 이게 내 운명인데... 어쩌라고.

 

그래서 더욱 피춘자에 애착이 같지만 여러 사정상 내 생각들을 다 쓸 수는 없었다.

이제 또 다른 몰상식한 글들을 쓰야겠다.아쉽지만 여기서 춘자와 헤어져야 한다. 내가 그녀에게 몰입했던 모든 것은 페이지를 넘기며 잊는다. 또 쓰야하니까. 내가 아직은 살아야 하니까. 아직 사느라 바뻐서 제대로 만들지 못했음에 아쉬움이 든다. 정말 제대로 쓸 수 있었는데...아쉽다. 돈도없고 시간도없고... 

 

이제 춘자의 시대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더 애착이가고 아쉽다. 사실, 이런글이 읽히자면 더 구체적이고 사실적이고 적나라한 오웊이야기가 들어가야 한다. 사회 통념에 구애받지 않든가 혹은 교묘하게 헤쳐나가며 찐득하여 꼴리게 쓸수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래서 다음에는 검은 태양을 향해 쏴라(검태쏴)와 검은 태양을 씹어라  (검태씹) 두 편을쓸려고 준비하고 있다.  남자와 여자는 같은 의도하지 않은 검은태양을 목표했지만, 남자는 향해 쏘는 것이고, 여자는 검은태양을 씹는 것을 목표하였다. 가능하면 19금 되지 않은 글을 쓰려하겠지만, 하여튼 두, 년 놈을주인공으로 하여 쓸 것이다. 아마도 피춘자의 과거 일부도 드러날 것이다. 이제부터 다시 뭔가를 시작해야 겠다. 

아! 나는 시를 모른다. 배운적이 없었으니까. 그러나 가끔 넋두리는 글로 옮겨 놓는다.

 

어쨌든 졸 글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님들에게 절실히 감사드립니다.글쓴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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