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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의 북극비사 - 야말 LNG 프로젝트 직접 가보니 ① 북극의 조선 여인~⑤ 북극의 새로운 불꽃 천연가스
11/10/2019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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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의 북극비사 - 야말 LNG 프로젝트 직접 가보니 ① 북극의 조선 여인~⑤ 북극의 새로운 불꽃 천연가스


구한말, 조선 여인은 왜 북극바다 섬까지 흘러 갔을까

최준호 기자
4월이지만 얼어붙은 야쿠츠크 레나강변에 있는 항구. 폭이 수km에 달해 마치 바다항구처럼 보인다. [사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4월이지만 얼어붙은 야쿠츠크 레나강변에 있는 항구. 폭이 수km에 달해 마치 바다항구처럼 보인다. [사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북극은 비밀의 문이다. 100년도 더 전인 1909년 미국의 군인이자 탐험가 로버트 피어리가 최초로 북극점을 ‘정복’했지만, 북극엔 ‘점’만 있는 게 아니다. 북극해에는 전설 같은 일각고래가 2m가 넘는 엄니를 외뿔 삼아 얼음바다를 가르고, 흰 외투를 덮어쓴 북극곰이 빙붕 위를 지배한다. 영하 30도 이하의 기온과 광풍같은 눈보라 휘몰아치는 그곳엔 우리와 닮은 사람도 살고 있다. 약 1만년 전 유라시아 땅에서 동으로 북으로 이동해 간 이들은 베링해협을 건너고 알래스카를 넘어 지구의 또 다른 끝 그린란드에 정착했다. 우리가 과거 에스키모라 불렀던 사람의 아들 이누이트가 그들이다.  중앙일보에 북극의 숨겨진 이야기를 연재하는 김종덕 박사는 국내 몇 안되는 북극 전문가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서 지난 2010년 이후 관련 연구를 수행하면서 노르딕 국가와 러시아, 그리고 북아메리카와 그린란드로 이어지는 북극권을 총 30여 차례 다녀왔다. 연재를 통해 지난 10년간 그가 목격한 북극의 비밀스런 얘기를 풀어놓는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사하공화국 야쿠츠크. 얼어붙은 레나강과 마치 바다처럼 끝없이 펼쳐진 숲이 보인다. [사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사하공화국 야쿠츠크. 얼어붙은 레나강과 마치 바다처럼 끝없이 펼쳐진 숲이 보인다. [사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① 북극의 조선 여인  

 
한반도에는 봄꽃이 피기 시작하는 지난 4월초. 러시아 사하공화국(야쿠치아)의 수도 야쿠츠크는 지난 겨울 영하 40도까지 떨어졌다. 이제 매서운 한겨울은 뒤로 했지만, 필자가 동토의 짙은 향기를 느끼는 데는 영하 15도의 온도와 꽁꽁 얼어붙은 레나강으로 충분했다.  
 
레나강은 사하공화국의 주인 야쿠트인의 말 에벤크어로 ‘큰 강’이라는 뜻이다. 세계 최대의 담수호인 바이칼호에서 발원, 3000㎞를 달려와 야쿠트인의 땅 야쿠치아에 도달한 레나강은 다시 1000㎞를 더 흘러 북극바다인 랍테프해로 이어진다.
러시아 사하공화국의 수도 야쿠츠크에서 만난 한 여인. 한국에서 보기 드문 두꺼운 털모자를 쓴 것을 빼면 우리나라 여느 할머니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사하공화국은 연중 최저기온이 영하 64.7도에 달할 정도로 추운 지역이다. [신화사=연합]

러시아 사하공화국의 수도 야쿠츠크에서 만난 한 여인. 한국에서 보기 드문 두꺼운 털모자를 쓴 것을 빼면 우리나라 여느 할머니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사하공화국은 연중 최저기온이 영하 64.7도에 달할 정도로 추운 지역이다. [신화사=연합]

우리와 닮은 사하공화국 사람들 

 
사하공화국의 사람들은 우리와 많이 닮았다. 이 곳 사람들은 스스로 바이칼호에서 왔으며 우리 한민족과는 1300여년 전 해동성국이라 불린 ‘발해’를 같이 건국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러시아 북극 원주민이 주축이 된 노던포럼의 안드레이 이사코프씨는 이것이 한반도와 북극권을 처음으로 이어준 인연이라고 설명한다. 이 곳에서 만나는 또 다른 인연, 조선 여인의 이야기가 사하공화국에 남아 있다.
 

‘고기잡이 배들은 섬 이곳저곳에 여자들도 포함된 일꾼들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그들을 다시 데려간다. 하지만 평소보다 여름철이 춥고 겨울추위가 빨리 와서 바다가 얼어버릴 위험이 있으면 돌아가는 항로 상에 있는 일꾼과 정어리만 싣고 바로 떠나버린다. 북극해를 최대한 빨리 벗어나야 했기 때문이다. 그 조선 여인도 그렇게 남겨졌지만, 그녀는 노바야시비리를 좋아했고 그곳에 스스로 남았다’  

 
1932년 간행된 단행본 『황금의 땅 북극에서 산 30년』(얀 벨츨 저, 이수영 역ㆍThirty Years in the Golden North). 책의 저자이자 주인공 얀 벨츨은 체코인이다. 이 책은 황금의 땅을 찾아 북극권 땅 사하공화국의 북쪽 끝 북위 75도의 섬지역인 노바야시비리까지 갔다가 에스키모 족장까지 됐던 벨츨의 30년 삶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이 소설에는 예상치 못한 우리네 여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1932년 간행된 단행본 『황금의 땅 북극에서 산 30년』(얀 벨츨 저, 이수영 역ㆍThirty Years in the Golden North). 책의 저자이자 주인공 얀 벨츨은 체코인이다. 이 책은 황금의 땅을 찾아 북극권 땅 사하공화국의 북쪽 끝 북위 75도의 섬지역인 노바야시비리까지 갔다가 에스키모 족장까지 됐던 벨츨의 30년 삶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이 소설에는 예상치 못한 우리네 여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1932년 저술된 『황금의 땅 북극에서 산 30년』(Thirty Years in the Golden North)에 나오는 내용이다. 책의 저자이자 주인공 얀 벨츨은 체코인이다. 이 책은 황금의 땅을 찾아 북극권 땅 사하공화국의 북쪽 끝 북위 75도의 섬지역인 노바야시비리까지 갔다가 에스키모 족장까지 됐던 벨츨의 30년 삶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이 소설에는 예상치 못한 우리네 여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한글 번역본은 2010년 출간됐다.
 

북극섬 조선여인과 같이 생활한 체코인

 
웰츨은 자신이 입양한 에스키모(이누이트) 여자아이를 기르는 7년 동안 ‘한국(Korean)’ 여인과 같이 생활을 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고, 그 여인은 태평양에서 여름철에 북극해로 넘어오는 정어리를 잡기 위해 일본ㆍ중국ㆍ한국에서 온 배를 타고 와서 그곳에 정착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녀가 흰 비단띠로 머리를 단정히 묶어 주었고 웰츨은 그것으로 인해 섬의 원주민들에게 더욱 존경을 받게 되었다고 적고 있다.  
 
그의 책 속에는 일본과 중국을 분명히 ‘코리아(Korea)’와 분리하여 설명하고 있고  ‘흰 머리띠’를 강조해서 설명한 것으로 보아 우리의 모습이 분명해 보인다. 그가 조선 여인에 대한 설명 바로 뒤에 1909년의 이야기를 서술한 것으로 보아 조선 여인을 만난 것은 그 이전이 아닌가 생각된다.  
 
북극바다 북위 75도에 떠 있는 노바야시비리는 러시아 사하공화국에 속한다. [구글지도 캡처]

북극바다 북위 75도에 떠 있는 노바야시비리는 러시아 사하공화국에 속한다. [구글지도 캡처]

80년 이상 길어지는 한국과 북극해의 역사 공유 

 
만약 웰츨의 기억이 사실이라면 우리나라와 북극해 간의 역사는 거의 80년 이상 길어지고, 북극해의 수산업에 대한 이해도 상당히 달라지게 된다. 정어리가 태평양과 북극해 사이를 이동한다는 것도 지금의 과학적인 증거와 맞지 않는 내용이지만, 그의 설명은 너무나 명확하고 확신적이다.  
 
약 120년 전, 이름도 없이 북극해를 품었던 구한말의 여인. 청결하고 책임감이 강했으며 웰츨 자신의 품격을 높여주었다고까지 했던 그 여인은 누구였을까. 그녀는 왜 고향 땅으로 돌아가지 않고 극한의 동토, 노바야시비리에 남았을까. 마침내 그녀는 고향으로 돌아갔을까. 그녀가 당시 제국주의의 위협 속에 풍전등화였던 고향땅을 좋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그리워했을 터. 그녀의 마음은 북극 원주민의 생각처럼 초록빛 오로라로 남아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야쿠트 박물관에 전시된 야쿠트 전통 장승. 한국의 마을어귀 장승과 흡사하다. [사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야쿠트 박물관에 전시된 야쿠트 전통 장승. 한국의 마을어귀 장승과 흡사하다. [사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21세기 북극항로가 살려낼 노바야시비리섬

 
20세기 들어 긴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노바야시비리는 금단의 땅이 되었고, 군사적 활동만 간간이 있는 머나먼 땅이 되었다고 한다. 이제 북극항로가 이 곳을 다시 지나면서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인의 북극 인연을 러시아 땅 끝까지 가져간 여인의 흔적이 언젠가 다시 우리의 손에 꼭 들어오길 바란다.
 
북위 77도까지 이어져 북극해를 마주하고 있는 사하공화국은 한반도 면적의 15배에 이르는 면적을 가지고 있으며, 겨울철 최고 영하 71도까지 떨어진 기록이 있는 지구상에서 사람이 사는 곳 중 가장 추운 곳이다. 이곳에는 우리와 얼굴은 물론, 풍습까지 닮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이곳이 러시아의 다이아몬드 생산의 90%, 세계 부존량의 25%가 묻혀 있다고 알려져 있고, 북극해와 시베리아 내륙을 연결하는 물류거점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시베리아의 전설에 따르면 신이 지구의 보물이 든 가방을 가지고 사하공화국 위를 날아가다 극심한 추위에 그만 손이 얼어버려 가방에 든 보물을 다 떨어뜨려 버렸다고 한다.
 
②회에서 계속 




4000년 전 멸종 매머드 찾는 사냥꾼만 500명이 넘는 나라

러시아 사하공화국의 수도 야쿠츠크 시내의 한 호텔 로비에 전시된 매머드 모형. [사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러시아 사하공화국의 수도 야쿠츠크 시내의 한 호텔 로비에 전시된 매머드 모형. [사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② 매머드 사냥꾼

 
나는 지금 시베리아 한가운데 위치한 사하공화국(야쿠치아)에서 이 글을 쓴다. 이곳은 과거와 현재가 뒤엉킨 곳이기도 하다. 사하공화국은 ‘매머드 왕국’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다. 호텔과 대학ㆍ박물관에서 4000년 전 멸종했다는 매머드의 모형이나 잔해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원인은 지구 온난화다. 최근 들어 이곳 지역 기온이 급격히 오르면서 동토층이 빠르게 녹고있다. 그간 얼어붙어 있던 바다도 마찬가지다. 녹은 얼음 때문에 하천이나 해안이 침식되고 있다. 이 와중에 동토층 아래 얼어붙어 있던 매머드의 무덤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매머드는 수천년 전에 죽었지만, 그간 얼음 속에 갇혀있었던 탓에 마치 얼마전 죽은 것처럼 생생한 모습으로 발견되기도 한다. 매머드의 유해가 이곳 박물관 등 시내 곳곳에 전시물로 등장하는 이유다.  
러시아 사하공화국 동토층에서 매머드의 상아를 캐는 매머드 사냥꾼들. [유튜브 화면 캡처]

러시아 사하공화국 동토층에서 매머드의 상아를 캐는 매머드 사냥꾼들. [유튜브 화면 캡처]

시베리아의 신종 직업 매머드 사냥꾼 

 
최근 들어 사하공화국에 ‘매머드 헌터’라는 신종직업이 뜨고 있다.  매머드 유해 발굴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지역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허가를 받은 채굴자가 이미 500명이 넘었고, 관련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사람의 숫자는 2500여명에 이른다. ‘매머드 사냥’이 산업화 수준으로 변화하고 있는 셈이다.  
 
수천년 전 멸종했다는 매머드를 왜 ‘사냥’할까. 이유는 유난히도 긴 송곳니, 즉 상아에 있다. 최근 들어 매머드 상아 수요가 갑작스레 늘고 있다. 그간 상아의 최대 수요처인 유럽과 중국이 각각 2017년과 2018년부터 코끼리 상아 거래를 불법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10년 전 연간 20 t 정도였던 이곳 매머드 상아의 발굴량이 지난해 123 t으로 크게 증가했다. 가히 ‘아이보리 러쉬(ivory rush)’라고 할 만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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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象牙)를 뜻하는 아이보리(ivory)의 어원은 고대 이집트어로 ‘코끼리’라는 뜻을 가진 ‘abu’에서 나온 것이다. 코끼리 상아는 하얀 색깔과 보존성, 그리고 조각예술로 만들었을 때의 높은 상품가치로 인해 수천 년 동안 상업ㆍ예술ㆍ신앙 등의 목적으로 거래돼 왔다. 우리 민족도 예외가 아니었다. 중국의 영향을 받아 도장을 만들거나 반지 또는 장식품으로 코끼리 상아를 사용했었다.
1806년 발굴된 매머드의 유골을 마치 공룡뼈처럼 원모습대로 재현해놓았다. [사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1806년 발굴된 매머드의 유골을 마치 공룡뼈처럼 원모습대로 재현해놓았다. [사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코끼리 상아의 대체품 된 매머드 상아 

   
상아는 코끼리라는 동물의 상징과 같은 신체부위다. 오랜 진화를 거쳐 생존을 위한 가장 큰 무기가 되었지만, 인간이 좋아하게 되면서 오히려 코끼리라는 생물종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고 말았다. 상아를 얻기 위해 살아있는 코끼리에 대한 무분별한 사냥과 밀렵이 현재까지 수백 년간 이어지고 있다. 아프리카 서해안에는 슬프게도 ‘상아해변’이라는 뜻의 ‘아이보리 코스트’라는 나라도 있다. 1975년 ‘워싱턴협약’이라고 불리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ㆍ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이 체결되고 무역금지대상인 부속서1에 1975년, 1990년에 각각 아시아와 아프리카 코끼리가 등록되어 국제적인 보호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밀렵은 그치지 않고 있으며 매년 2만 마리에 가까운 코끼리가 상아 때문에 잔혹하게 사냥되고 있다.  
 
그런데 지구에서 가장 뜨거운 열대지역의 코끼리 상아 문제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차가운 동토인 북극권과 연결되어 있다. 코끼리 상아를 대체할 가능성이 큰 소재가 바로 북극권에 있기 때문이다. 코끼리의 먼 친척인 매머드는 수백 만년 간 북극 시베리아에서 생존하다 약 4000년 전에 멸종했다. 이들은 시베리아를 중심으로 두꺼운 얼음 속이나 얼어있는 토양, 즉 동토층 속에 묻혀 있다. 추정에 따르면 약 1000만마리 이상의 매머드가 동토층에 묻혀있는데 이들 중 약 80% 가까이가 러시아의 사하공화국에 있다고 한다. 사실 매머드 상아가 유럽에 등장한 것은 이미 400년 전의 일이지만 그간 발굴이 어려워 보편화되지는 못했다.  
 
매머드 박물관 내에 전시된 유골. [사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매머드 박물관 내에 전시된 유골. [사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매머드 상아 100㎏에 최고 5000만원

 
현재 매머드 상아의 시장가격은 공급이 크게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최상품의 경우 100㎏에 5000만원에 달하기도 한다. 그리드 아렌달 재단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사하공화국 땅에 묻혀 있는 매머드 상아 매장량은 최대 10억t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매머드 상아 채굴은 긍정과 부정의 측면을 모두 가진 논란의 이슈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멸종위기종인 코끼리와는 달리 이미 멸종된 동물의 잔해로부터 상아를 얻는다는 것과, 자원개발 이외에는 다른 산업의 발전이 쉽지 않은 북극권에서 지역민의 경제활동을 직접 도울 수 있다. 때때로 매머드 연구를 통해 과학적인 발전에도 기여한다.  
매머드 상아로 만든 체스 말들. [사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매머드 상아로 만든 체스 말들. [사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매머드 발굴

 
야쿠츠크 북동연방대학의 세묜 그리고리에프 매머드 박물관장은 사하 북부의 ‘매머드 수도’로 불리는 카자츠에 마을에서 태어나 러시아 매모드 연구의 최고 권위자에 오른 인물이다. 그는 "4년 전에 발굴된 매머드의 잔해에서 이제껏 알려진 바가 없는 박테리아가 발견되기도 했지만, 유해하다는 증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며 "특별한 직업이 없는 북극권 마을 주민들에게는 매머드 채굴이 중요한 생계수단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부정적 시각도 존재한다. 무분별한 발굴로 동토층 훼손이 가속화된다. 예상치 못한 병원균이나 지반 함몰과 같은 재해유발도 있다. CITES 협약에도 불구하고 상아류에 대한 비정상적인 수요가 근절되지 못하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지역 사람들에겐 경제가치로 환산해 수천억 달러라는 엄청난 매장 자원을 그냥 지나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 사하공화국 원주민들이 만든 매머드 상아 공예품. [사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러시아 사하공화국 원주민들이 만든 매머드 상아 공예품. [사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죽음과 시간으로도 해결하지 못하는 일

 
타잔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주인공 타잔이 ‘아아아 아아아아~’라는 특유의 고함소리로 정글에 사는 동물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동물들은 주저없이 친구 타잔을 도우러 온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친구는 커다란 몸집에 단단하고 날카로운 상아를 가진 코끼리였다. 코끼리가 등장하면 타잔은 위기를 쉽게 넘기고 정의가 승리하는 결말을 맞는다.  
 
이제 열대지역에 70만 마리밖에 남지 않은 타잔의 친구인 정의로운 코끼리가, 북극에서 이미 멸종돼 차가운 동토층에 묻혀있는 1000만 마리의 매머드 덕분에 멸종의 위기에 벗어난다면 최선은 아니라 할지라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를 살고 있는 인간의 욕심으로 4000년 전에 멸종되어 이미 동토층에 묻혀버렸던 매머드가 다시 파헤쳐지는 현실은 참혹하다. 죽음과 시간으로도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이곳 차가운 동토의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에 뒷머리가 서늘해진다. 
 
③회에서 계속




세계 최강 원자력 쇄빙선에 올라 북극해를 달렸다

지난 3월 러시아의 핵추진 쇄빙선 승리50주년기념호가 북극바다를 항해하고 있다. [TASS=연합]

지난 3월 러시아의 핵추진 쇄빙선 승리50주년기념호가 북극바다를 항해하고 있다. [TASS=연합]

 ③ 세계 최대 원자력 쇄빙선의 기억

 
3년 전 8월 말, 나는 베링해 위쪽 북극바다추크치해를 떠도는 길이 159.6m의 거대한 원자력 쇄빙선 선상에 발을 디뎠다.‘승리50주년기념호’란 이름의 이 원자력쇄빙선은 온통 붉은색 페인트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짙푸른 파도가 몰아치는 북극바다 속 맹수의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다. 계절은 한여름이지만 강풍이 부는 영상 5도의 바다는 매섭게 추웠다. 흥분과 두려움이 동시에 몰려왔다. 북극바다에서 그것도 원자력 쇄빙선이라니…. 승리59주년기념호의첫 인상은 거대한 상어처럼 느껴졌다,  
 
그해 초여름 나는 러시아 정부로부터 북극해를 항행하는 원자력 쇄빙선‘승리50주년기념호’위에서 열리는 국제회의 초청장을 받았다. 정부 대표단의 일원으로 북극해 항해를 경험하고 북극의 항구에 발을 디딜 수 있는 기회였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 이 회의에 초청을 받았을 때는 러시아 조선소에서 파란만장하고 아슬아슬한(?) 탄생과정을 거쳐 건조된 원자력추진선이 과연 안전할지에 대한 걱정도 잠시 들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권력층 인사들과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도 같이 탑승한다는 안도감과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냉큼 초청에 응했다.  
 
승리50주년기념호 선상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승리50주년기념호 선상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멀고도 먼 원자력 쇄빙선 타는 길 

 
북극해를 다니는 선박 중에서 가장 강력하다는 원자력쇄빙선을 타기 위한 여정은 간단치 않았다. 그 배는 시베리아 동쪽 북극바다에서 대기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바로 갈 수 없는 곳이라 모스크바를 경유해야 했다. 부산을 떠나 인천공항에서 서쪽으로 10시간을 날아서 모스크바에 저녁쯤 도착한 후, 다음날 아침 러시아 정부가 제공하는 전세기를 타고 우리나라가 있는 동쪽으로 다시 11시간을 이동하여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끝 도시인 추코트카의 ‘아나디르’라는 곳에 도착한 것은 8월 마지막날이었다.  
 
아나디르공항에 내려 추코트카 원주민들의 무사안전을 기원하는 의식을 뒤로하고 새롭게 설립된 북극해 구조구난센터에 대한 홍보관을 지나 바다로 가기 위해 아나디르항구로 향했다. 항구에서 다목적구조선(MSV)인 카레프호를 타고 베링해를 또 다시 3시간여 항해한 끝에 마침내 선상회의가 열리는 ‘승리50주년기념호’로 옮겨 탈 수 있었다. 단지 회의장에 도착하기 위해 비행기와 배로 이동하는 데만 꼬박 24시간을 소비했고 날짜로는 이틀이 걸린 것이다.  
 
승리50주년기념호가 지난 4월 얼음을 깨면서 북극바다를 항행하고 있다. [TASS=연합]

승리50주년기념호가 지난 4월 얼음을 깨면서 북극바다를 항행하고 있다. [TASS=연합]

'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 핵추진 쇄빙선

 
세계 최대의  ‘쇄빙기계’라 할 수 있는  ‘승리50주년기념호(50 Let Pobedy, 50th Anniversary of Victory)’는 원자력 쇄빙선으로 매우 특별한 선박이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89년 당초 ‘우랄’이라는 이름으로 건조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곧 구소련의 붕괴로 건조가 중단되었다가 1995년 세계2차대전 승리 50주년을 기념한다는 의미가 추가되어 다시 건조를 시작했다. 이후에도 난관은 계속됐다. 화재 등 우여곡절 끝에 무려 ‘승리 60주년’이 지나서야 또 다시 건조를 시작했다. 
 
결국 건조를 시작한 지 무려 18년 만인 2007년 5월에야 완성된 선박이다. 그래서 이 배의 나이를 30살이라고 해야할지 12살이라고 해야할지 애매하다. 이 쇄빙선은 완성되자마자 2007년 8월2일 러시아가 북극점 해저에 1미터짜리 티타늄으로 만든 러시아 깃발을 꽂고 해저토양을채취하는데 기여했고 그 후 100회가 넘게 북극점을 다녀옴으로서 러시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북극인프라로서 자리를 잡아갔다.
원자력 쇄빙선 승리50주년기념호 선상 곳곳에 방사선 지역 표시를 해두고 있다.

원자력 쇄빙선 승리50주년기념호 선상 곳곳에 방사선 지역 표시를 해두고 있다.

원자로 2기 싣고 시속 40㎞로 북극 바다 항해 

 
승리50주년기념호는 현존하는 지구 최강의 비군사 목적 원자력선이다.  길이 159.6m, 폭 30m, 배수량 2만5840t의 이 배는 171MW 원자로 2기로 50t짜리 프로펠러 3기를 돌려 최대 속도 시속 21.4노트(약 40㎞)의 속도를 낸다. 게다가 최대 2.8m 두께의 얼음을 깰 수 있다. 우리나라 첨단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최대 시속 16노트(약 30㎞), 쇄빙능력 1m인 것과 비교하면 승리50주년기념호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원자력쇄빙선이라 해서 연료 교체없이 다닌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승리50주년기념호는 5-7년에 한 번 우라늄 연료를 교체(250㎏)한다. 외부승객은 최대 128명까지 수용이 가능하고 승무원은 140명이 탑승하고 있다. 식수는 해수담수화장비를 이용하여 하루 최대 100t 생산이 가능하게 설계되어 있다. 모든 쓰레기는 소각처리 된다.  
 
승리50주년기념호의 미션은 북극바다의 에스코트다. 북동항로를 이용하는 상선 앞에서 바다에 결빙된 얼음을 깨어 줌으로써 안전한 운항조건을 제공하고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다. 물론 공짜가 아니다. 그 밖에 과학조사활동, 관광 등 다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매년 1인당 4만 달러에 가까운 승선료를 받고 100여명의 관광객(대부분 중국인)을 태우고 북극점까지 왕복하는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14년에 개최된 러시아 소치올림픽 때는 성화를 북극점까지 봉송하는데 이용되기도 했다. 모항지인 무르만스크에서 북극점까지 2300여㎞ 거리를 쇄빙하면서 도달하는데 80시간 정도 걸린다.  
지난 8월 러시아 학생들이 원자력 쇄빙선 승리50주년기념호를 타고 북극해를 항해하는 모험 프로그램을 경험한 후 돌아왔다. [TASS=연합}

지난 8월 러시아 학생들이 원자력 쇄빙선 승리50주년기념호를 타고 북극해를 항해하는 모험 프로그램을 경험한 후 돌아왔다. [TASS=연합}

얼음 덮힌 북극바다에선 원자력 쇄빙선이 탁월 

 
그런데 왜 지구상에서 가장 춥고 위험한 얼음바다인 북극해에 원자력선박이 다니는 것일까. 그것은 북극바다가 가진 특성 때문이다. 얼음이 덮혀 있는 바다에서 배를 운항하기 위해서는 얼음을 부수고 지나갈 수 있는 쇄빙능력이 필요하다. 이 쇄빙능력은 배의 무게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데 배가 무거워지면 많은 연료가 필요하다. 이 연료를 자주 공급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지만, 북극해의 연안에는 최근 개선이 되고는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미흡하다. 그래서 장기간 연료공급이 필요 없는 원자력추진 선박들이 북극해를 다니고 있는 것이다. 원자력쇄빙선은 다른 연료를 사용하는 쇄빙선에 비해 배 이상의 쇄빙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이 최근 원자력 쇄빙선 건조를 공언한 바 있다. 우리나라도 국가 연구개발(R&D) 과제로 선박용 원자로 개발을 위한 기초연구에 들어갔다는 뉴스를 읽은 적이 있다. 일체형 소형원자로라 연료를 한 번 주입하면 배가 수명이 다할 때까지 연료 교체를 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앞으로 북극바다가 원자력 쇄빙선의 각축장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④회에서 '원자력 쇄빙선의 기억'  이어갑니다.




농구장ㆍ병원ㆍ사우나…작은 마을 같은 북극 원자력쇄빙선

북극바다를 달리는 러시아 원자력 쇄빙선 승리50주년기념호. 북위 70도의 북극바다 여름은 해가 지지 않는다. 낮동안 하늘 위로 제법 올라갔던 해는 저녁이 되면 수평선 가까이 걸렸다가 다시 올라온다.[ TASS=연합]

북극바다를 달리는 러시아 원자력 쇄빙선 승리50주년기념호. 북위 70도의 북극바다 여름은 해가 지지 않는다. 낮동안 하늘 위로 제법 올라갔던 해는 저녁이 되면 수평선 가까이 걸렸다가 다시 올라온다.[ TASS=연합]

 ④세계 최대 원자력쇄빙선의 기억, 두번째 편  

 
 
강렬한 추억이었다. 북위 70도를 넘는 검푸른 북극바다를 가르는 붉은 원자력쇄빙선. 약 20노트(36㎞)에 가까운 속도로 바다를 가르고 있었지만, 진동도 소음도 거의 없이 고요했다. 들리는 건 매섭게 귓전을 때리는 북극의 바람소리와, 거대한 쇄빙선의 날카로운 선체가 파도를 가르는 내는 파열음 뿐. 해는 24시간 지지않고 오르락 내리락하며 원반같은 수평선을 따라 돌기만 했다. 마치 태양이 북극을 우주의 중심에 세워두고 빙빙도는 듯한 느낌이었다. 3년전 8월 러시아 초청으로 참석한 국제북극회의의 기억이다.

 
24시간의 우여곡절 끝에 올라탄 러시아의 원자력쇄빙선 승리50주년기념호는 27시간 만에 미국과 러시아의 가장 가까운 경계인 베링해협을 통과해 북극바다로 들어섰다. 그곳에서 원유운반 쇄빙선인 슈투르만 알바노프호와 북극항로를 나란히 항행하는 순간도 맞았다. 우리나라 삼성중공업에서 건조된 배였다. 러시아측에서 회의를 보다 극적으로 연출하려는 의도였을까. 한국인인 필자는 북극바다를 더욱 가까이 느끼는 순간이었다. 약 66시간 동안 약 2000㎞의 북극항로를 항행하면서 개최되었던 선상회의는 원자력쇄빙선이 북극항로 상의 동쪽 끝 항만인 추코트카의 페벡항에 도착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북극항로 상의 동쪽 끝 항만인 추코트카의 페벡항에서 추코트카 원주민의 환영을 받았다. 쇄빙선이 무사히 항행을 마친 것을 축하하는 전통무용을 보여줬다. [사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북극항로 상의 동쪽 끝 항만인 추코트카의 페벡항에서 추코트카 원주민의 환영을 받았다. 쇄빙선이 무사히 항행을 마친 것을 축하하는 전통무용을 보여줬다. [사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몸은 시베리아 동쪽 바다, 시계는 모스크바

 
페벡항에서는 추코트카 원주민의 환영을 다시 받았다. 그들은 외국 손님들을 태운 쇄빙선이 무사히 항행을 마친 것을 축하하고 우리에게 나머지 여정이 안전하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초라해 보이는 항구 하역장에서 환대를 받았지만, 항행이 끝난 후라서 그런지 환영의식이 내심 무척 반가웠다. 항행하는 동안 대부분은 해가 지지않는 백야가 계속됐다. 날씨는 시시각각으로 변화무쌍했다. 매서운 북극바람이 괴롭히기는 했고 짙은 안개로 방향조차 알 수 없었던 경우도 있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일까. 북극바다라 기대했던 해빙(海氷)은 전혀 볼 수가 없었다. 대신 때때로 평화로이 헤엄치는 혹등고래 무리와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바다새가 8월의 북극바다 여행을 외롭지 않게 했줬다.  
 
선상에서 제일 힘들었던 점은 해가 지지 않는 일조환경과 배의 위치가 시베리아 동쪽해역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 위의 시계는 모스크바 시간에 맞춰져 있었다는 것이다. 마치 몸은 한국에 있지만 시간은 모스크바에 맞춰 사는 생활과 같아서 정상적인 신체리듬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마도 선상에서 오래 지나다 보면 익숙해질 일이겠지만, 짧은 기간에 적응하는 것은 회의를 위해 탑승한 사람들에게는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다.  
 
러시아 원자력쇄빙선 안에는 농구장도 갖춰져 있다. [사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러시아 원자력쇄빙선 안에는 농구장도 갖춰져 있다. [사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방사능 농도 알 수 없는 원자력 쇄빙선 내부

 
필자가 당시 배 위에서 묵었던 방은 외부인을 위해 만든 64개 객실 중의 하나였다. 크기는 면적은 12㎡(3.6평) 정도였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개별 화장실과 샤워시설도 설치되어 있었다. 선내에는 병원과 체육시설도 있어 작은 마을과 같은 기반이 조성되어 있었다.  아날로그 감성이 잔뜩 묻어나는 열쇠는 무척 인상적이었고 이 배의 진짜 나이를 추정하게 만들었다. 시간 흐름이 신체리듬과 맞지 않아 지내는 동안 잠을 제대로 잘 수는 없었지만 덕분에 배의 이곳저곳을 시도 때도 없이 다닐 수 있었다. 원자로가 설치된 선박이었지만, 놀라울 정도로 내부를 제한없이 공개했다. 브리지는 물론이고 기관실과 추진설비, 담수처리시설, 심지어는 선원숙소도 자유롭게 갈 수 있도록 허용했다.  
 
방사능구역 표시는 여기저기 있었지만 선내의 방사능농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계기판이 없어 솔직히 안전도를 확인할 수가 없었지만 말이다. 장난스러운 마음이 생겨 러시아 원자력쇄빙선에 탑승한 최초의 한국대표단의 일원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러시아 쇄빙선의 농구코트에서 최초의 득점을 올린 한국인이 되어 보기로 하고 야심한 밤에 같이 간 동료에게 부탁하여 어설픈 슛으로 작은 욕심을 채웠다.  
 
.러시아 원자력쇄빙선의 레스토랑에서 나온 생선요리. [사진 해양수산개발원]

.러시아 원자력쇄빙선의 레스토랑에서 나온 생선요리. [사진 해양수산개발원]

겉모습은 무시무시하지만,  내부는 화기애애

  
붉은 상체에 검은 하체를 가진 듯, 무시무시하게 느꼈던 원자력쇄빙선의 겉모습과는 달리 선상회의는 순조로웠다. 회의를 주최한 러시아는 북극에서의 평화유지를 위한 협력을 강조하면서 북동항로(베링해협에서 노바야젬랴)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 추진의사를 명확히 하였다. 항행안전에 필요한 수색구조체계 조기 마련, 쇄빙선단 확대, 통신 및 예보시스템 강화, 기존 에너지자원개발 사업의 중단없는 추진 의지와 크루즈 등 북극관광시장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표명하면서 비북극권 국가들의 항로이용자들도 동등한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장기적으로는 아시아에서 러시아를 포함한 유럽 간의 해운 물동량의 6% 정도를 북동항로가 수용하는 것을 목표로 정하고 있으며, 원유의 해상운송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환경 위험요소들은 바렌디와 프리라쯔롬노에 유전에서 확보한 700회가 넘는 성공적인 운항경험을 바탕으로 자신감을 피력했다. 대부분의 국가와 참석자들은 이러한 러시아 계획에 참여 또는 협조의사를 밝혔다. 원자력쇄빙선에서 조리된 특별한 음식 덕분일까. 회의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혹등고래는 차가운 북극바다에서도 종종 출몰한다. [AP=연합]

혹등고래는 차가운 북극바다에서도 종종 출몰한다. [AP=연합]

열강들의 쇄빙선 주도권 경쟁

 
3년이 지난 지금, 이러한 러시아의 의지는 중국과의 협력으로 차츰 현실화되고는 있으나, 세일가스 혁명으로 세계 에너지시장의 패권을 손에 넣은 미국으로부터 새로운 견제를 받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로써 북극문제가 세계안보와 엮어지고, 더워지고 있지만 여전히 차가운 북극을 둘러싸고 또 다시 강대국 간에 날카로운 경쟁의 불꽃을 튀기 시작한 것이다.  
 
쇄빙선 주도권은 북극진출의 핵심 북위 66.5도를 북극권 기준으로 한다면, 북극권은 70% 이상이 바다이며, 이 중 약 20%는 인류의 공동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공해(公海)이다. 달리 말하면 북극바다를 항행할 수 있는 배를 갖지 않고서는 북극에 대한 도전은 ‘탁상에 펼쳐진 지도 위에서의 도전’에 머물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러시아와 각을 세우는 미국과 캐나다뿐만 아니라, 노르웨이ㆍ중국ㆍ일본 등이 최근 북극해를 운항할 쇄빙선 건조 경쟁에 나서는 이유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북극해에서의 새로운 갈등요인이 될지도 모르지만, 과학연구와 안전하고 투명한 북극 경제활동을 위해서는 쇄빙선 갈증이 더 강해질 것이다. 3일간의 짧은 항행이었지만 러시아의 원자력쇄빙선에 대한 기억은 강렬했고 여전히 그 기억은 유효하다.  
 
 ⑤회에서 계속




영하 50도에 레고같은 건물···'지구최대 가스왕국' 시베리아

 액화천연가스(LNG) 기지가 들어선 러시아 야말반도 사베타항에 LNG 수송선이 정박해있다. [TASS=연합]

액화천연가스(LNG) 기지가 들어선 러시아 야말반도 사베타항에 LNG 수송선이 정박해있다. [TASS=연합]

김종덕의 북극비사 ⑤ 북극의 새로운 불꽃 천연가스

 
모스크바에서 출발한 투폴레프-214 여객기가 시베리아 영구 동토층 지대를 가로질렀다. 구릉지는 물론, 나무조차 찾아볼 수 없는 삭막한 툰드라 지역을 끝없이 날던 비행기는 3시간여 만에 북극해를 마주한 야말반도에 들어섰다. 멀리서 샛노란 불꽃이 타오르는 인공 구조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각종 파이프와 시추장비가 가득한 액화천연가스(LNG) 기지였다.  ‘세상의 끝’이란 뜻을 가진 야말은 가을ㆍ겨울ㆍ봄, 세 계절은 최저 영하 50도까지 얼어붙은 눈 세상이었다가, 여름 한철 지표면이 녹아 습지로 변하는 곳이다. 네네츠족 등 유목 원주민이 순록을 키우고 물고기를 잡아 근근이 살아가던 곳이었지만, 21세기 들어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세계 최대 천연가스 매장지 겸 생산지로 탈바꿈한 곳이다.  
 
여객기는 ‘사베타’라는 이름의 낯선 공항에 착륙했다. 200인승 여객기가 활주로를 미끄러져 내리는 느낌이 매끄럽지 못했다. 아뿔싸…. 창밖으로 보이는 활주로가 마치 지하철 복공판처럼 콘크리트 패널을 이어붙인 형태였다. 사베타는 시베리아 야말반도의 동쪽, 북위 71도에 위치한 항구 마을이다. 8월 말 한낮이었지만 수은주는 영상 10도를 가리켰다. 싸늘한 북극바람이 목덜미 옷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야말반도 사베타 공항의 활주로. 고립된 지역이라 현지에서 활주로 공사를 하기어렵다. 대신 외부에서 만들어온 콘크리트 패널을 이어붙여 활주로를 깔았다. [사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야말반도 사베타 공항의 활주로. 고립된 지역이라 현지에서 활주로 공사를 하기어렵다. 대신 외부에서 만들어온 콘크리트 패널을 이어붙여 활주로를 깔았다. [사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30조원 투자, 야말 LNG 프로젝트  

 
2017년 7월, 나는 러시아 정부로부터 초청장을 받았다. 사베타항에서 첫 LNG 선적을 앞두고 러시아 정부가 북극이사회와 옵서버 국가들에 그 시설과 운영계획을 알리는 차원에서 국제회의를 열었다. LNG 생산시설이 가득한 야말단지 내 삭막한 체육관에서 회의를 했다. 백야가 막 끝난 8월 말이라 오후 11시가 되어야 어스름 밤이 찾아왔다. 호텔 창 너머로 보이는 가스전 여기저기서 축제처럼 불꽃이 환하게 타올랐다.  
 
야말은 인류가 석유경제를 넘어 본격적인 가스경제의 시대로 들어섰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야말반도가 위치한 야말네네츠 자치구는 서시베리아 북쪽 끝에 위치해 있으며, 한반도의 약 3.8배 면적에 달한다. 전세계 천연가스 생산의 약 20%, 러시아 천연가스의 85%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 생산지역 중의 하나이다. 이제껏 총매장량 15조㎥의 12% 정도만이 생산되었다고 하니 그 잠재규모가 놀라울 뿐이다. 이름 그대로  ‘지구 북쪽 땅끝의 가스왕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말LNG 개발사업은 2009년부터 공사가 시작되어 2017년에 1차 완성되어 생산에 들어갔으며, 총 투자비는 무려 미화 270억 달러, 한화로 약 30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북극에너지개발 프로젝트이다. 이미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 매장량을 가진 러시아를 북극 가스왕국으로 이끌어갈 선도사업인 셈이다.  
 
러시아 최대 천연가스 지역인 야말반도의 액화천연가스(LNG) 기지가 구축된 사베타항에서 러시아 정부 초청 국제회의가 열렸다. [사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러시아 최대 천연가스 지역인 야말반도의 액화천연가스(LNG) 기지가 구축된 사베타항에서 러시아 정부 초청 국제회의가 열렸다. [사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야말은 세계 열강의 가스 프로젝트 현장 

 
내가 방문했던 당시, 야말지역에서 확인된 총 234개의 가스전 중에서 73개소는 상업생산 중이고 19개소는 생산준비를 마쳤고, 142개소는 지질탐사 중에 있다고 한다. 이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업이 야말LNG 개발사업이다. 총 매장량이 약 1조㎥로 추정되는 현재까지 러시아 최대의 LNG 프로젝트이다. 3개의 LNG생산설비에서 연간 1650만t의 LNG를 생산하게 된다. 이 양은 한국이 연간 소비하는 4200만t의 약 40%에 이르는 것이다.  
 
야말은 러시아 영토이지만, 세계 주요국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든 현장이기도 하다. 야말프로젝트 운영사인 JSC 야말 LNG의 지분구조는 러시아 노바텍이 50.1%, 프랑스 토탈이 20%를 가지고 있다. 중국도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가 20%, 실크로드기금이 9.9%를 가지고 있다. 특히 일대일로(一帶一路) 투자를 위해 설립된 실크로드 기금이 이 사업에 약 14억 달러를 투자한 것은 중국의 북극 확장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중국은 2018년 발표한 북극백서에서 ‘빙상 실크로드’라는 이름으로 북극항로를 일대일로에 편입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올 3월 동시 명명한 '쇄빙LNG 운반선 4척. 쇄빙 능력을 갖춘 LNG선은 대우조선이 세계 최초로 건조한 선박이다. 대우조선은 지난 2014년 러시아 야말지역에서 생산한 LNG를 수출하기 위해 계획된 '야말 LNG 프로젝트'를 위해 발주된 쇄빙LNG선 15척(48억 달러, 한화 약 5조원)을 모두 수주했다. [사진 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이 올 3월 동시 명명한 '쇄빙LNG 운반선 4척. 쇄빙 능력을 갖춘 LNG선은 대우조선이 세계 최초로 건조한 선박이다. 대우조선은 지난 2014년 러시아 야말지역에서 생산한 LNG를 수출하기 위해 계획된 '야말 LNG 프로젝트'를 위해 발주된 쇄빙LNG선 15척(48억 달러, 한화 약 5조원)을 모두 수주했다. [사진 대우조선해양]

난관을 극복한 개발과 새로운 위협

 
이밖에도 사베타 항만을 포함한 가스설비는 프랑스 테크닙과 일본 JGC와 치요다, 발전설비는 러시아 테크노프롬엑스포트와 독일 지멘스, 선박은 우리나라의 대우조선해양, 장비운송은 중국 ZPMC와 네덜란드에서 맡아 참여했다. 현지 설명에 따르면 미국을 포함한 15개국 260여 기업이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고, 상주 근로자만 최대 3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미국과 EU의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조금 의아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야말은 습지에 가까운 지형적 특성 때문에 지반 안정화 작업이 필수적이다. 전체 부지에 박혀 있는 파일만 54000개에 이른다고 한다. 또 고립된 지역이라 건설에 필요한 자재는 현지에서 조달이 불가능하다. 모두 외부에서 모듈형태로 제작해 선박으로 공급하고 현지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예를 들어 도로와 공항 활주로는 콘크리트 패널을 이어 붙여 활용하고 있고, 항만이나 LNG설비가 집중된 곳은 중량화물의 무게를 견디기 위해 강철패널을 이용하고 있다. 건물도 예외가 아니어서 표준화된 조립식 자재로 거의 같은 모양으로 레고세트처럼 건설되어 있다.  
 러시아 북극권 야말반도 사베타에는 액화천연가스(LNG) 기지만 있는 게 아니다. 거주 시설과 호텔ㆍ교회 등이 들어서 있어 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TASS=연합]

러시아 북극권 야말반도 사베타에는 액화천연가스(LNG) 기지만 있는 게 아니다. 거주 시설과 호텔ㆍ교회 등이 들어서 있어 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TASS=연합]

러시아 가스 패권, 미국과 경쟁 불가피  

 
러시아는 새로운 가스 패권국으로 자리잡은 미국과 가스와 북극이 섞여있는 이슈에서 대결과 경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야말LNG사업은 러시아에는 북극개발에 대한 자신감과 경험을, 이 사업에 참여한 많은 다국적 기업들에게는 북극개발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내가 사베타항을 방문했던 2017년은 옛 소련의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1987년 무르만스크 선언을 통해 당시 연중 얼음에 덮인 북극항로의 개방을 선언하고 북극에 묻혀 있는 에너지 자원의 개발을 위한 협력을 주장한 지 30년이 되는 해였다. 그리고 이제 야말LNG사업보다 더 규모가 큰 북극의 두 번째 LNG개발사업인 아크틱LNG2(Arctic LNG2) 사업이 내년부터 본격화된다.  
 
야말은 그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에게는 에너지 자원 확보라는 측면과 개발된 자원의 운송, 그리고 운송에 필요한 선박과 장비시장까지 염두에 둔 해운-조선-자원이 세트로 구성되어 있는 절호의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야말LNG 불꽃이 밝힌 북극의 신호를 이해하는 노력과 용기가 필요하다. 미래는 꿈꾸고 만들어가는 국민과 국가의 것이다.  
 
⑥회에서 계속 

야말 프로젝트



[출처: 중앙일보] 영하 50도에 레고같은 건물···'지구최대 가스왕국' 시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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