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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낚시] 낚시왕 삼식이.. 제7부 산골짜기 강가에서
11/13/2017 16:50
조회  299   |  추천   6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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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공기가 차갑지만 기분나쁘지 않아 상쾌하다.

"흐~ㅂ 후~아~"

가슴 깊은 곳까지 들이마신 후 내뱉는 느낌이 행복하다.


뒷 뜰을 내려다보는 산은 아직도 안개를 덮고 주무시는 중이지만

먼 곳에서 들려오는 경운기 소리는 이미 시골의 부지런한 아침이 시작 되었음을 알린다.


오늘은 모처럼 맞은 공휴일이라 동네 앞 강에 나갈 준비에 분주하다.

작년에 마지막으로 광우형과 낚시를 가고나서 처음으로 가는 거라서 더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경운기의 엔진 소리에 맞춰 비트를 타며 알지도 못하고, 들어본 적도 없는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창고 한 구석에서는 아버지께 받은 낚싯대를 챙기고

부엌에 들어가 식은 밥 한 숫가락을 종이에 싸서 주머니에 찔러 넣는다.


오늘 대상어는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피래미

사실 까놓고 말하면 삼식이가 아는 물고기 종류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

피래미, 송사리, 붕어, 잉어, 각시붕어, 꺽지, 미꾸라지, 메기, 모래무지, 기름쟁이, 빠가사리, 멍청이(다들 그렇게 불렀슴)..

그 중 국민학교 5학년인 삼식이가 낚시로 잡아본 기억이 있는 어종은 피래미, 송사리, 붕어가 전부여서

대상어종이라고 해 봐야 답이 뻔했지만 삼식이에겐 그저 낚시를 가는 것이 즐거웠다.

아마 10대 초반의 인생에게 이보다 더한 낙이 있을까?


삼식이에겐 섬진강 줄기가 굽이치는 시골이 고향이었지만

자란 환경이 읍 소재지여서 이렇게 새벽부터 움직이는 농촌살이에 익숙하지 않은 터였다.

아버지의 근무지를 따라 모든것이 낯설은 이곳으로 이사 온 것은 지난해 겨울.

눈이 엄청 내렸던 것 외엔 별다른 기억이 없다.

눈이 내린 들판, 눈이 내린 지붕, 나뭇가지, 장독대...

조그만 면 소재지를 가파른 산들이 사방으로 둘러싸고 있는 이 산골에는

눈이 참 많이도 내렸다. 

하루에 두번 들어오는 버스도 눈 때문에 못들어 오는 경우가 많았다.

참 재미없고 답답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삼식이에게 

봄은 낱낱한 산골마을의 이모저모를 보여주었다.


천성이 나돌아다니기 좋아하는 삼식이는 이곳이 좋다.

마을 이쪽 저쪽으로 흐르는 작은 도랑도 좋고

옆 마을과 그 옆 마을을 흘러서 지나가는 수초가 많은 수로도 좋고

노란 산수유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아랫자락을 뒤덮은 뒷산도 좋고

보리밭 위로 날아오르는 종달새의 소리도 좋고

아지랭이 피어오르는 들판도 좋고

모두가 새롭지만 어느하나 싫은 것이 없어서 좋다.

새로운 마을에서 즐기는 첫 낚시에 마음은 설레고 더 좋다. 





여느 꾼들과 마찬가지로 강둑위에 서서 포인트를 둘러본다.

상류에는 마치 뚝이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물이 고여있고

거기서 흘러 나오는 물들이 자갈과 바위들로 뒤덮힌 강바닥을 쓰다듬듯 넓게 흘러 내려오고

하류쪽은 여기저기 버드나무와 수생식물들이 자라는 허리쯤 닿는 수심으로 바뀐다.


오늘 삼식이의 마음속엔 이미 포인트와 한 가지 낚시방법이 정해져 있었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쌀밥을 한 숟가락 가져오긴 했지만

작년 여름에 광우형에게서 배운 자연산 미끼가 하나 있었고

그런 미끼가 이곳 산골마을 섬진강 상류의 바위에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기 때문이다.

광우와 삼식이에게 그 벌레는 그냥 바위벌레였지만

나중에 알게된 이름은 하루살이 유충, 그리고 그것이 플라이 낚시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유명한 미끼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바지를 무릎 위로 걷어 올리고 돌아다니며 마땅한 자리를 물색한다.

자갈, 호박돌, 바위가 뒤엉킨 강에서 물은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듯 보이지만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보면 조금씩 그 흐르는 모양새가 말을 걸어오기 시작한다.

마치 숨바꼭질 하는 동무들 사이에서 귀띔해주는 첩자 친구처럼...

여긴 물고기들이 오지 않는 곳이고

저긴 물고기들이 그냥 빠르게 지나치는 곳이고

저기 큰 바위 뒷쪽으로 물고기들이 잠시 쉬어가는 곳이고

저기 물속에는 큼지막한 바위가 숨어있는데 그 뒤로 물이 살짝 돌아 나가는 것 보이니? 등등


물 속에서 손바닥만한 돌맹이를 들어올려 뒤집어 본다.




돌 바닥은 마른쑥 같은 색을 띄는 이끼가 옅게 덮여있고 그 위로 유충들이 보인다.

생긴거나 움직이는 모양새가 생소해서 첫 인상은 좀 징그러운 느낌이긴 했지만

이게 그렇게 좋은 미끼라니 오늘은 왠지 만나서 반갑기도하고 사랑스럽기도 하고..


잽싸게 움직이는 유충들 중에 제법 큼지막한 녀석으로 한 마리를 잡아 끼웠다.

간곡한 부탁의 말도 잊지 않고 속삭인다.

"가서 큼지막한 녀석으로 하나만 부탁한다~"

찌도 없고, 추도 없고, 오로지 바늘과 라인뿐인 채비를 흘려보낸다.

물 위로 라인을 띄우고

조금 전 강물이 속삭여준 물 속 바위 뒤 물이 살짝 돌아나가는 곳으로 방향을 잡았다.





물은 마치 물 속에 무슨 모양의 돌이 있는지 보여주는 듯 굴곡을 만들어 흐르고

라인은 그 위로 미끄러지며 춤을 추듯 리듬을 탄다.

채비가 바위 근처를 지날 즈음..

갑자기 긴장한듯 일자로 펴지며 물 속으로 곤두박질 쳐 들어가는 라인

본능적으로 대를 치켜올리는 삼식이의 손을 통해 느낌이 전해진다.

물 속에서 보내오는 신호가 라인의 끝에 제법 실한 피래미가 있다는 싸인을 보내고 있다.

물고기가 몸을 옆으로 틀어 째려는 움직임도

입에 걸린 바늘을 털기위해 머리를 흔드는 움직임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리고 이내 물 위로 튀어올라 파도타기를 하듯 미끄러져 온다.

제법 큰 녀석이다.

아니 많이 큰 녀석이다.

이사오기 전 동네에서 잡았던 꽃가리보다 좀 더 큰 느낌이다.

피래미 같기는 한데 왠지 생소한 이녀석.. 대단하다.

가슴이 벅차오르고, 감격스러운 순간이다.

더구나 내가 생각했던 그 자리에서 정확히 나왔다는 것이 더 흥분되게한다.


흥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다시한번 라인을 물에 태워 보낸다.

이번엔 쉽게 물에 가라앉는 라인을 살짝 들어올려 그 흐름을 조절해본다.

물 속 바위를 지나가는 즈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집중하는데...

어~? 입질이 없다.

채비 들어올려 보지만 미끼가 그대로 달려 올라온다.


다시 한번 시도.

이번엔 바위를 타고 넘어갈 수 있도록 방향을 바꿔본다.

미끼가 포인트에 도착하고도 남았을 즈음인데 여전히 반응이 없다.

'어? 아무것도 없나?'

채비를 살짝 들어 올리는 순간 전해지는 입질.

채비가 포인트를 좀 더 지나간 상황이었다.

은빛 몸부림의 손맛을 느끼며 만난 녀석은 보통 사이즈의 피래미였다.





'하긴 큰 녀석들이 많지는 않지..' 생각하는 동안에 오른쪽에서 몸을 반쯤 내놓은 바위가 손짓을 한다.

몸집이 큼지막한데다가 뒷쪽으로 수심이 허벅지는 되어보이고 바닥은 계단형으로 떨어지는 형태다.

'오케이, 잠시만 기다려~ 하하'

이번엔 욕심내어 유충 중에서 제일 큰 사이즈를 사용하기로 한다.

그리고 낚싯대를 휘둘러 라인의 물기를 최대한 제거해본다.


'저 바위 뒤로 물살이 약해지는 곳을 노려봐야지..'


비장한 각오로 포인트를 정하고 라인의 방향을 맞춰 흘려보낸다.

라인은 바위 바로 옆으로 스치듯이 흘러가며 물살을 따라 돌았다.

마치 짝사랑 아가씨가 골목을 돌아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는 듯

안녕이라는 인사를 건네기도 전에 라인이 급하게 끌려 들어가고 

동시에 삼식이도 낚싯대를 들어 세운다.

알록달록한 치장을 한 대나무 낚싯대의 멋진 각선미와 전해지는 움직임이 좋다.

마치 짝사랑 그녀의 전화번호라도 얻어낸 듯 기세등등 기분 최고다.


"좋았스~~"


절로 감탄사를 내뱉으며 만난 녀석도 첫번째와 비슷한 크기다.


물결과 라인의 댄스파티가 한참이나 계속 되고

시간 가는 줄 모르던 하루살이 유충과의 첫 데이트는

팬티가 물에 젖어 불편함을 느끼게 되어서야 끝이났다.


퇴근해서 삼식이의 전리품을 본 아버지께서 한 말씀 하신다.

"은어는 어디서 잡은거냐?"





은어라니...

듣도 보도 못한 고기를 잡은 것이었지만

삼식이는 그저

처음 사용한 미끼, 처음 만난 물고기와

산골짜기 강가에서 즐거운 하루를 보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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