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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소중한 선물 - 사스카츄완에서 돌아오는 길에
05/31/2018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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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전, 서울을 방문하였을 때 만났던 친구를

캐나다의 농촌 사스카츄완에서 다시 만났다.

마치 엊그제 만나 실컷 수다를 떨다 헤어진 후에 다시 만난 것처럼

친구를 만나자마자

친구와 나 사이에 놓여 있던 십년이 넘는 세월의 무게는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47년지기 친구와

 친구처럼 오랜 친구였던 친구 남편과

친구 딸래미 가족과

그리고 나보다 하루 먼저 한국에서 온 친구 막내 동서와 함께

열흘 동안 떠들석하게 지낸 후에

어제 아침 8시 30분경에 캐나다 사스카츄완의 친구집을 떠났다.




- 친구의 손자 이안과 손녀 이솔과 함께 -



친구부부도 사스카츄완에 살고 있는 딸을 보러 잠시 방문한것이라

열흘후에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다.

내년 봄에는 친구가 한국에서 애리조나로 와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친구네 집에서 있었던 일들은 나중에 '5대호 일주여행기'를 쓸 때 다시 자세히 쓸려고한다)







친구는 내가 미국으로 돌아가서도

약 15일 동안 미국 5대호 연안을 돌다가 시카고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고는

김치와 오이소백이까지 새로 담그었다.


그리곤 내가 떠나는 날 아침.

마치 시집간 딸이 친정집에 놀러와서 떠날 때 바리바리 이것저것 싸주듯이

음식물들을 아이스박스 가득 담아주고

거기에다가 기름값에 보태쓰라고 봉투까지 내 손에 꼬옥 쥐어 주었다.

안받으려고 손사래치는 나에게 자기 남편이 주는 것이라고,

자기도 서울에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아 현금이 없어 조금이라고 미안하다면서....^^

거기에다가 친구딸까지 ' 이모, 나도 조금...' 하면서 하얀 봉투를 내게 내밀었다.







끝없이 펼쳐진 캐나다의 농촌지역을 달리는 동안 12시경부터 굵은 빗줄기가 내리기 시작하였고,

오후 3시 30분경 캐나다와 노스 다코다주의 경계선에 있는 보더를 통과하였다.

보더를 통과한 후에 노스 다코다를 달릴때도 한 동안 빗줄기가 그치지 않았었지만,

노스 다코다의 사방좌우로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은

캐나다의 끝없이 펼쳐진 농촌의 삭막한 풍경과는 사뭇 대조가 되었고

아, 이제부터는 미국이구나, 하면서 마치 내 집으로 가는 길처럼 마음이 평온해졌다.


네비게이션이 가르켜주는대로 노스 다코다의 52번 길을 달리다가 2번 길로 접어 들었다.

2번 길....로버트 킨케이드가 아이오와주로 갈 때 달렸던 길이구나.

워싱턴주에 있는 자기집에서부터 빨리 갈 수 있는 하이웨이를 택하지 않고 일부러 시골길을 달렸었으니까.

오후 9시가 다 되어

그 2번 길 어느 길 가에 있는 낯선 도시에서 하룻밤 잘 곳을 정했다.








점심을 거르고 계속 12 시간정도 운전을 하였기에 허기가 많이 진 나는

친구가 아이스박스에 담아 주었던 음식으로 밤 10시경에 늦은 저녁을 먹고

카톡전화로 친구와 미국에 잘 도착하였다고 통화를 한 후에

 샤워도 하지 못하고 양치질만 한 후에 이내 침대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 하루 더 연장하기 위해 모텔 프론트에 가서 본 사진 -



새벽에 일어나보니 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어떡할까 생각해보다가 이곳에서 하루 더 쉬는것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커피를 마시며 비 내리는 창 밖을 내다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벌써 내 집을 떠난 지  두 달 하고도 20여일이 지났다.

그리고 지금 이곳은 노스 다코다주.


여행기간동안에도 가끔 내 집이 그리웠었다.

내 평생의 꿈이 담겨 있는 나의 집!

아늑한 내 방, 편하게 잘 수 있었던 내 침대,

내 부엌은

두 개의 냉장고도 부족하여 김치냉장고까지 갖추어져 있는 나 만의 쉼터.

또 리빙룸에 있는 편안한 가죽 소파와 안락의자,

지난 크리스마스때 구입하였던 마사지의자에 30여분 앉아 편하게 온 몸에 맛자지를 받던 시간들.

내 뜰 안의 나무와 꽃들.....^^







그러나 '언젠가는 하게 되겠지' 하면서 모아 두었던 자료를 가지고

갑자기 쫓기듯이 떠나게 되었던 긴 대륙횡단 여행길.

그 여행 길에서 나는 얼마나 많이 울었었던가.

장거리 운전을 하다가도,

홀로 산을 올라가는 트레킹에서도,

낯선 여행지에서 밤에 잠을 자려고 잠자리에 누어서도,

하다못해 어떤 때는 밥 한 숫갈을 입에 넣다가도,

끊임없이 시도때도 없이 욱 하며 솟아 오르는 눈물을 닦아내지도 못하고,

울고 또 울었었다.

살아내기 위해 떠난 여행길이었기에 나는 흐르는 눈물을 억제하지 않았다.

이러다가 언젠가는 이 눈물도 마르겠지...하면서.


 캐나다까지 가서 오랜 친구를 만날 수 있었음에도 나는 내 속내를 친구에게 털어내지 못하였다.

나의 이야기를 들으면 친구가 나보다 더 아파할 것이라서.

하지만 오랫만에 만난 친구와 친구 남편을 통해서

나는 예전의 나를 되돌아보면서 나름대로 힐링의 시간을 가졌고

더욱 풍성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어 미국으로 돌아왔다.


누군가 말했다.

'여행이란 단지 멋진 풍경을 보고 색다른 체험을 하는 것만이 아닌,

다른 삶, 다른 문화, 다른 역사에 대해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나는 거기에 하나 덧붙이고 싶다.

"여행이란,

여행중에 만나는 사람들의 삶을 바라보며 자신의 자아가 튼튼해지며 곧게 성장하는 것이라고."







유튜브에서 예전에 친구와 같이 불렀었던 노래를 찾아 들어 보면서 따라 불러 본다.

내 인생의 한 페이지로 살그머니 다시 찾아 든 내 친구야,

너는 이제 며칠 있으면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니

너는 한국에서,

나는 이곳에서,

서로 열심히 살다가

내년 꽃피는 봄에 애리조나에 있는 내 집에서 다시 만나자~~~

그 때 만나면 나는 웃으면서 내 속내를 털어 놓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그러면 너는 나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리면서 나를 꼬옥 안아주겠지.

그 동안 수고했다고,

참 잘 버티며 살아왔다고.


 




2018. 5. 30. (수)

노스 다코다주의

Devils Lake에 있는 작은 모텔에서

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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