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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greencr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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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이벤트] 가을빛 속의 그랜드캐년 종주기
10/21/2015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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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러하듯이 그랜드캐년 사우스림 트레일의 바위턱에 걸터 앉아

스쳐가는 바람에 내 자신을 맡기고

협곡을 가만히 내려다 볼 때마다 내 가슴은 사정없이 뜁니다.


저 아래 아득한 협곡 사이로 토사를 품은 붉은 콜로라도 강줄기가 보이고

수 억년의 시간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곳.

수 만 년전에 불었던 바람이 지금도 불고

수 천 년전에 흘러가던 강물이 지금도 흘러가고 있는 곳, 그랜드캐년.


불빛 하나 없는 깊은 협곡에서는

초저녁부터 달처럼 커다란 별무리들이 마실 나와 보석처럼 빛나고 있을 것이고

그 한 가운데로 은하수가 흐르는 밤 하늘은 또한 얼마나 아름다울 것인지.

깊은 협곡의 텐트에서 자면서

태고적부터 있었던 그 모든 것들을 내 품에 껴안아 보리라.

그리고 저 협곡 사이로 흘러가는 콜로라도 강물에 내 두 발을 담그고 굳건히 서 보리라.






일 년에 두어번씩 그랜드캐년을 갈때마다

그랜드캐년 림투림에 대한 내 꿈은 점점 더 강하게 자리잡았습니다.

하지만 열심한 하이커도 아니요

등산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걷기를 좋아하고 있는,

그나마 이제 나이가 많아 체력이 딸리는 제 자신을 누구보다 익히 잘 알고 있는 터이라

나의 그 꿈은 도무지 이루어지지 않을것만 같았습니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란 요상해서

그럴수록 내 생애 단 한 번만이라도 해보고 싶다.....하는 강렬한 욕망은 커지기만 하였습니다.

그러던중 절호의 기회를 만났습니다.

성당의 두 자매님이 스페인의 산티아고 길을 약 30일 정도 걷기 위해

거의 1년 동안 하이킹하면서 체력단련을 하여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자기들이 과연 산티아고 길 위에 제대로 설 수 있는가를 실험해보기 위해

그랜드캐년 노스림이 문을 여는 5월 15일에 그랜드캐년 림투림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오호라,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싶어서

제가 먼저 자청해서 그들과 함께 림투림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자기들과 걸음 호흡이 맞는지 한 번 걸어보자고 하였습니다.

당연한 요청이었기에 노스림으로 떠나기 2 주전쯤에

두 자매와 함께 걸음 호흡을 맞추기 위해 처음으로 하이킹을 가기로 하였고

Canyon Lake 에 있는 Boulder Canyon Trail 의 약 7 마일 정도 되는 길을 걷기로 하였습니다.





볼더 캐년 트레일을 어느 정도 걸어 올라와서 본 캐년 레이크 2013. 4. 28



그런데 이 날 저는 완전히 제 체력의 한계를 알게 되었습니다.

올라갈 때는 그들과 호흡을 맞추며 잘 올라 갔는데

내려 올 때쯤 애리조나의 뜨거운 햇살로 인하여 일사병에 근접하여

거의 의식을 잃을 정도가 되었거든요.

두 자매는 놀라서 여차하면 구급차를 불러야겠다고 할 정도였는데 

사정없이 내리쬐는 불타는 태양에 대비하여 산행준비를 제대로 해 가지 못한 나의 불찰과

또 일 년동안 매주 훈련을 하여 왔던 그들과 달리

그 해 처음으로 트레일에 섰던 저의 오만하였던 점,

 결론은 자명하였습니다.





트레일을 따라 산을 올라가던 이때까지만해도 싱싱했었던 느티나무

2013. 4. 28




아, 얼마나 실망감이 컸던지 집에 돌아와 낙담하고 있을때

전화로 산에서 있었던 일의 이모저모의 이야기를 듣던 아찌가 놀라서 제 집으로 달려 왔습니다.

그리고는 내 형상을 보더니 그나마 이렇게라도 안전하게 돌아와서 천만다행이라며

꼭 그렇게 림투림을 하고 싶으면 다른 방법도 있지 않겠냐며 한번 찾아 보라고 권유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인터넷을 통해서 찾아진것이 3박 4일간의 림투림 투어였습니다.


그 기간동안 먹을것은 가이드가 가져가고 가이드가 만들어 줄것이지만

약 30파운드(텐트, 슬리핑백, 내옷과 소지품)의 무게가 되는 배낭은 각자가 직접 짊어지고 걸어야하며

지금부터 6개월간 배낭을 메고 걷기 연습을 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주어졌습니다.

투어비용도 생각보다 비쌌습니다.

그런데 아찌가 마침 5월에 들어 있는 제 생일날이 환갑이니

환갑기념으로 이 투어를 선물해주겠다고 하더군요.

오호....고마워 아찌....^^


그렇게해서 약 6개월간의 나의 그랜드캐년 림투림을 위한 연습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찌는 평생에 그랜드캐년을 걸으리라고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는데 제 덕분에 걷게 되었다면서

도전해보겠다고 의지를 불태우며 함께 연습을 하였습니다.

 5월 중순부터 걷기 연습을 시작했는데

벌써부터 애리조나 날씨는 무덥기 시작해서 주중에는 두 번,

아침 4시 30분부터 약 1시간정도를 제 집 옆 공원 트레일을 걷고 출근을 하였고

토요일에는 Usery Mountain Trail 의 길이가 약 7.5 마일이기에 그 산을 하이킹하였습니다.

때로는 이곳에서 남산이라고 불리우는 South Mountain 을 하이킹하면서 연습을 했는데

물론 걸을때마다 배낭 무게는

약 30 파운드로 만들어 매고 다녔습니다.





걷기 연습을 시작한지 3 개월만에 기록을 남기기 위해 처음으로 디카를 들고 갔던

Usery Mountain 에서의 해뜨기전의 아침.  2013. 8. 10




약 6 개월동안 걷는 연습을 하는 동안 연습에만 올인하였습니다.

애리조나의 뜨거운 날씨 때문에 힘이 들어도 견딜 수 있었던것은

 첫째로 내가 원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었고

두 번째로는 림투림을 할 때에는

하루 6~7 마일 정도 걸으면서 그랜드캐년 협곡안에 있는

 세 곳의 캠핑장에서 텐트를 치고 자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고 걸으면서 주위의 모든 풍광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것,

그래서 나름 자연을 즐기고 자연과 하나 되어 즐기면서 걸을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마음에 들어 기대와 희망이 컸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 내 그랜드캐년의 속살을 맘껏 아낌없이 보고 오리라.....^^


이렇게해서 나의 오랜 꿈이었던 그랜드캐년 림투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저의 환갑기념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좋았던것은 연습이 끝나는 6 개월 후인 10월 31일부터 11 월 3일까지의 3박 4일이라

 가을빛속의 그랜드캐년을 걸을 수 있었고

 팬톰랜치의 가을 풍광을 꼭 보고 싶었었는데

원하던대로 노오란 단풍잎이 가을 햇살에 반짝이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토록 생애 단 한 번만이라도 해 보았으면 하는 림투림을

아찌와 같이 할 수 있었고

아찌와 같이 연습한 시간들은 보석처럼 제 가슴속에 그대로 박혀 있습니다.

아, 꿈을 꾸고
그 꿈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면 정말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얼마나 멋진가요?


Day 1  


그랜드캐년 노스림에 있는 North Kaibab Trail 에서 시작하였습니다. 









 


Cottonwood Campground.

이 날이 마침 할로윈이었는데

이곳에서도 "Trick or treat" 하면서 찾아온 하이커들이었습니다. ㅎㅎ


 이 날은 새벽 2시부터 일어나 준비를 하고 7 시간정도 자동차를 타고 노스림까지 왔거니와

 North Kaibab Trail 을 약 7 마일 정도 걸어 내려왔기때문에

저녁을 먹고는 걍 세수하고 발 닦고 초저녁의 밤 하늘을 몇 번 올려다본 후에

이내 피로에 지쳐 곧바로 잠이 들었습니다.

 




Day 2 


 

 



Cottonwood Campground 바로 뒤편으로는 Bright Angel Creek 이 흐르고 있어서

물 흐르는 소리가 주위의 공기를 가른 상쾌한 아침입니다.

 어제 밤에는 밤 하늘을 보고 눈이 호강했는데,

아침에는 물 흐르는 소리에 귀가 호강합니다.

 게다가 이른 아침 캐년의 숲과 나무 향이 코를 상큼하게 해주니

이런 완벽한 날이 어디 있을까요?

금상첨화로 참으로 하이킹하기 딱 좋은 날씨입니다.











광활한 그랜드캐년에서 그나마 조금 초록색을 볼 수 있는 곳은

캐년 협곡속에 있는 세 군데의 캠핑장과

그랜드캐년의 오아시스라고 제가 이름을 붙인 팬톰랜치 주변입니다.


 이렇게 깊숙한 협곡에서도 잘 자라고 있는

Cottonwood Trees 와 Sycamore Trees 입니다.

11월 초인데도 초가을의 향기를 내고 있는 나무 아래에서

쉬고 있는 하이커들입니다.

아직 절정의 노란색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그런대로 가을 운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Phantom Ranch 에서 시원한 레모네이드를 마셨습니다.

사진을 찍고 들어갔더니

캐나다 토론토에서 온 Ron이 벌써 레모네이드값을 다 계산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한발 늦어버린 아찌가 Ron의 어깨에 다정하게 손을 얹고서는

"정상에 올라가서는 내가 모두에게 시원한 맥주를 쏘겠소!" 하였답니다.ㅎㅎ

가이드인 JP 가 하이킹중에는 맥주를 마시지 말라고 했거든요.

한 가지 배웠습니다.









Bright Angel Campground 에 텐트를 친 다음에

곧바로 콜로라도 강이 있는 협곡으로 달려갔습니다.

차가운 콜로라도 강물에 발을 담그고.....^^



Day 3





  

 



Bright Angel Campground에서의 아침풍경입니다.

다이앤과 나는 커피 애호가.


어제 저녁 잠자기전에 화장실에서 가서 세수하려고 텐트에서 나오면서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보다가 그냥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캄캄한 밤 하늘에는 수 많은 별들이 가득하였는데

달처럼 크고 작은 별들이 아주 낮게 떠있었고

그 주위는 보석처럼 빛나는 별들이 주위를 밝혀주듯 반짝반짝거렸거든요.


게다가 깊은 협곡에서는 불빛도 없고 사방이 암흑이라 더욱 별빛들이 찬란하게 보였던 것이지요.

그 별무리들 사이로 은하수가 물 흐르듯이 길게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뭐라고 말로 표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가슴이 벅찼습니다. 

저절로 제 입에서는 아, 하는 감탄의 탄식이 나왔습니다.


저는 두 종아리부터 시작해서 허벅지까지 근육통이 와서 아찌의 팔을 잡고 절뚝거리며 걸으면서도

고개를 꺽어들고 밤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계속 감탄사를 내었습니다.

그런 저를 보더니 아찌가, " 아이고, 이곳에 안 왔으면 어찌하였겠누...."하더군요.ㅎㅎ

게다가 밤의 숲의 향기는 또 어찌 그리 그윽하던지요.

정말 아름다운 밤이었습니다.


잠이 들기전에 발바닥, 종아리, 허벅지에 벤가이를 잔뜩 바르면서

내일 아침에도 이렇게 다리가 아프면 어떻게 걸을지 모르겠다고 하였더니

아찌가 걱정말라고, 아침에는 튼튼한 다리가 되어 있을꺼라고 했었는데

정말 잠을 자고나니 언제 근육통이 있었냐는 듯이 말짱했습니다.









인디안 가든 캠프사이트를 찾아 가는데

꼭 숲 속을 걸어가고 있는것 같았습니다.

아니, 여기가 정말 황량한 그랜드캐년 맞아? 할 정도로

숲 속 길은 아늑하고 평화스러웠습니다.






한 낮이었는데도 아직 아침향이 남아 있었던지

달큰한 숲 속의 나무향이 날아 다녔고

따스한 가을 햇살을 받은,

가을빛에 물든 나뭇잎들이 바람에 살랑거리며 반짝거리고 있었습니다.






협곡안에 있던 세 곳의 캠핑장중에서

내 마음에 쏙 들었던  Indian Garden Campground.  


점심을 먹은 후에 티타임을 갖고 있는 중입니다.

저, 이렇게 해보고 싶었어요.

이곳에서....^^

한가롭게 보이지요?


림투림을 보통 하루로 하고 있는데 그러려면 줄창 걸어야만 합니다.

그런 방법도 좋겠지만

저한테는 이번 투어 방법이 최선이었습니다.

이렇게 여유를 즐길 수 있어서 행복하였습니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

간간이 지나가는 서늘한 바람 한 줄기,

그 바람에 무성한 나뭇잎들이 부딪끼는 소리...^^

모든 것의 찰나가 아름답게 여겨지던 시간이었습니다.









Plateau Point.

 늦은 저녁시간이라 더욱 고요하였던 순간들.

사위가 확 펼쳐져 있어 바람소리를 잘 들을 수 있었을뿐만 아니라

거세게 협곡과 협곡을 부딪치며 흐르던 콜로라도 강물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 왔습니다.


자신이 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알며 흐르는 저 콜로라도 강물처럼

나 또한 나의 갈 길을 굽힘없이 흘러 가리라.....^^






이 날 Plateau Point 에서 바라본 저녁 노을

가이드인 JP 가 이곳에서 우리들의 저녁을 만들어주는 동안

 거세게 불어대는 바람을 가슴으로 맞받아가며

붉은 해가 캐년 너머로 사라지는 순간도 지켜 보았습니다.

침묵.....무슨 말이 필요있겠습니까?

그저 말 없이 대자연의 웅장함속에 같이 있었습니다.


아찔한 절벽 아래로 흐르고 있는 콜로라도 강의 거센 물결 소리는

아득한 세월을 거스르는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점점 어둠이 깊어가는 가운데 해드랜턴을 머리에 이고

우리들의 마지막 만찬을 즐겼던 순간들.



Day 4











Plateau Point 에서 돌아온 뒤

가이드 JP 가 우리들과는 마지막 밤이라며 뭔가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우리 일행  여섯명이 모여 앉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늦게 잠자리에 들었는데

전 밤이 깊어지도록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어찌나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지나가는지

그때마다 낙엽 구르는 소리가 우스스....하며 쉼없이 대지위로 굴러다니는 소리가 들려 왔고

간혹 짐승들의 울부짖는 소리도 들려 왔습니다.

풀벌레도 여기저기서 울어댔습니다.


아찌는 깊은 잠에 빠졌지만 전 오히려 잠이 달아나고 여러가지 생각들이 떠올랐습니다.

지난 사흘동안

길 위에서의 모든 순간과 찰나들이 하나하나 떠올라졌고

또 이렇게 아름답고 귀중한 시간들을  갖기 위하여

지난 6개월동안 꾸준하게 연습해 온 시간들도 떠올랐습니다.


특히나 이 모든 것들을 향유할 수 있도록

나에게 베풀어준 아찌에게 고마운 마음이 가득 들었습니다.

이제 내일 아침 7시부터 시작해서  4. 5 마일 정도를  올라가면

12시전에는  Bright Angel Trail 출발점인 사우스림 정상에 도착할것입니다.

그러면

그토록 간절하게 원했던 그랜드캐년 림투림을 무사히 잘 마치는것입니다.











어쩜 해마다 가을이 찾아오면

나는 이 때를 회상하면서

 나흘동안 협곡을 걸었던 순간들을 떠올리게 될것입니다.

내 인생의 찬란한 한 페이지였으니까요.



그랜드캐년 종주기(2013. 10.31~2013. 11.3)


2015. 10. 21

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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