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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스킨 걸치 - 왜 사람들은 힘든 오지트렉킹을 할까?
01/18/201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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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날 벅스킨 걸치 합류점을 지나 패리아 캐년 상류로 올라가고 있는중이다 -




아침에 벅스킨 걸치 상류지역으로 올라갔다가 캠핑장으로 다시 내려 온 후

점심을 먹고 잠시 쉰 다음에

이번에는 벅스킨 걸치 합류점(Buckskin Gulch Confluence)을 지나

Lees Ferry로 가는 방향으로 내려갔다가 오기로 하였다.






우리의 캠핑장이 있는 곳은 유타주이고

캠핑장에서 벅스킨 걸치 합류점까지는 약 십여분 거리.

그리고 합류점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애리조나주이고

합류점에서 Lees Ferry까지는 약 31마일이 된다.







 Buckskin Gulch Confluence 이다.

Paria Canyon을 끼고 흐르는 Paria River가 이곳에서는 Y자 모양인데

저 물을 건너 위 방향으로 올라가면 약 7 마일을 올라가면 White House Trailhead이다.

왼쪽으로 가면 유타주이면서 Buckskin Gulch 상류가 되고,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애리조나주이면서 Lees Ferry로 내려가게 된다.







이곳은 벅스킨 걸치 상류쪽보다는 좀 더 트레일이 넓은 편이다.









흐르는 물에 비추는 샌드 스톤에 새겨진 무늬가 반영되어 있다.

저 무늬 역시 저렇게 흐르는 물로 만들어진것!







개구장이 웨인은 일부러 진흙펄에 들어가서는

자기를 보라며 내 이름을 부르며 돌아서게 만들기도 하였다.










다시 되돌아 오는 길에 한 팀을 만났다.

이 팀 역시 모두 여섯명이었는데 4박 5일간의 Lees Ferry 오지 여행팀이었다.

잠시 말을 나눈 뒤에 돌아서서 가는 그들의 뒷 모습을 담았다.


다시 캠핑장으로 돌아오자

깊고 고요한 적막이 사방으로  퍼져 있는 호젓한 오후 이른 저녁 시간이었다.

각자가 편한 자세로 둘러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조용히 나누다가

어느 사이에 서로의 깊은 심연을 드러내었다.






- 탐과 안드레아와 그 옆으로 비스듬이 누워있는 웨인, 가이드 카일 -




- 내 옆에는 오후 트렉킹에 지쳐 누워있는 미리암 -




먼저 자기의 이야기를 꺼낸것은 조지아주에서 온 미리암이었다.

아프던 자기의 남동생이 세상을 떠났고 얼마 있다가 친정아버지도 하늘나라로 갔으며

치매를 앓고 있던 친정어머니는 지금 요양원에 있다고했다.

암을 앓고 있던 남편마저 일 년전에 하늘나라로 갔는데

이렇게 최근 일이년 사이에 병으로 세 사람과 이별하게 된 그녀는

생에 대한 의욕에서 천천히 멀어지고 있었다.


남편을 보낸뒤 일을 할 마음도 생기지 않아 오랫동안 다니던 직장까지도 그만두었다고한다.

그 때 누군가의 권유로 오지 여행에 관하여 알게 되었다.

생전 처음으로 하게 될 오지 여행을 위해서

약 6개월동안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홀로 걷는 연습을 한 후에

4박 5일간의 그랜드 캐년 허밋 트레일을 하였는데

이 트레킹을 하는 동안 그녀는 많은 치유를 받았다고 하였다.

거대하고 웅장한 자연속에서

 30파운드의 배낭을 짊어지고 험한 트레일을 묵묵히 걷고

처음으로 만난 낯선 트레킹 일행들과 대화를 나누는동안

그녀는 많은 힐링을 받았다고 하였다.

그 치유의 시간들이 너무 좋아서 이번에 두 번째로 이 오지여행을 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그러고보면 미리암은 힘든 오지트렉킹을 통해서 치유를 받으면서

자신앞에 놓여 있는 생을 잘 견디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내 가슴에는 쓸쓸함이 고여왔다.

오직 그녀만의 생의 이야기가 아니라 언제가는 우리 모두에게도 닥치게 될 일들이 아닌가.

참으로 인간은 나약하고 이 거칠고 험한 세상을 뚫고 나가는동안

각자가 마련한 보금자리에서조차도 때로는 견디기가 힘든 때가 있는것이다. 


사람들은 이 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얼마나 많은 위안이 필요하며,안식처가 필요한 존재들인가.

 가슴이 내려앉는 듯한 막막함과 슬픔에 몸을 뒤척이며

그 상처와 슬픔을 견디면서 삶의 근원성을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싶다.

그 지독한 삶의 한 가운데를 뚫고 나온 미리암이 대견하게 생각되었다.







나 역시 이미 그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이 나이가 될 때까지 수많은 상처와 아픔과 지독한 회한속에서 살아왔다.

그러고보면 나무만 나이테가 있는것은 아닌것 같다.

사람들도 살아온 시간만큼 켜켜이 자기 내면안에 나이테를 이루며 

깊은 금을 새기면서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가만히 들여다보면 사람마다 다 다른 그 나이테의 결이 보이는것 같다.


미리암의 이야기가 끝나자 뉴욕에서 온 탐이 말을 꺼냈다.

이혼남인 탐은 변호사인데 자기의 딸이 여자친구와 잘 지내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네 딸이 몇 살인데? 하고 내가 물었더니 20살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작년에는 아들과 함께 요세미티 할프 덤을 올랐는데 아들이 아주 좋아해서

하이스쿨에 다니고 있는 아들과 한 번 더 오지여행을 갈 계획이라고 하였다.


이번에는 캘리포니아에서 온 웨인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예리하고 날카로운 변호사인 탐보다는 유난히 유머가 많은 웨인은 독신남이었는데

가끔씩 던지는 한 마디가 그 상황에 매우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나를 많이 웃겨 주었다.




- 웨인과 안드레아 -




자기도 아버지처럼 직업군인으로 오랫동안 있다가, 지금은 교도관으로 일을 하고 있는데

이 년 후에는 은퇴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의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평생을 군인으로 보낸 자기 아버지가 자기를 낳은 곳은 미국이 아니었다고 하면서

우리들을 둘러보면서 어디가 자기 고향인지 알아맞추어 보라고 하였다.

서로들 이나라 저나라를 말하였지만 모두 아니. 아니, 하고 머리를 가로지어서

내가 "흠...독일?" 했더니, 하하 웃으며 내가 맞혔다고 한다.


그 아버지가 은퇴를 한 후에 캘리포니아의 노인 아파트에 살게 되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아픈데도 없는데 날이 갈수록 시무룩하면서 말이 없어지고

생에 대한 의욕조차 떨어지는것같아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고한다.

그래서 조그마한 집을 하나 사서 그곳으로 옮겨 드렸더니

텃밭도 가꾸면서 아주 행복해 하면서 잘 지내고 있어서 마음이 놓인다고 하였다.


가이드인 카일은 약 2년 정도 이 투어회사에서 가이드 일을 하고 있는 중인데

이제껏 자기가 가이드 한 사람중에서 안드레아가 최고령이라면서 안드레아가 자랑스럽다고 하자

모두들 안드레아를 바라보며 그들도 안드레아처럼 되고 싶다고 하였다.

카일이 현재 안고 있는 문제는

계속 오지 여행 가이드일을 할 수가 없으니까 언젠가는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싶다고 하였다.

우리 모두는 이구동성으로 언제가는 그런 일을 찾을 수 있을꺼라고 말해 주었다.


 안드레아와 나는 특별히 할 이야기가 없어서

그저 조용히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동조하면서 웃어주었다.

바람이 휘리릭 지나가는 깊은 밤,

그 날밤, 텐트안에서 잠을 청하면서

평소 내가 생각하였던 사람들의 인생의 깊이에 대해 안드레아와 같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현재 안드레아와 나의 삶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그러면서 평생을 가난하게 살면서도 주옥같은 시를 남긴 시인을 떠올렸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 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 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귀천  /  천 상병



이튿날은 협곡에서의 마지막 날.

자연을 잘 보존하기 위하여 치약을 사용하지 않고 물로만 칫솔질을 한 후에

가이드가 끓여준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아침을 먹은 다음에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였다.








허접한 캠핑장이었지만,

이틀동안 고된 몸을 쉬게 하여준 고마운 곳에서

마지막으로 떠나기 전에 고개를 뒤로 바짝 젖히고

이른 아침의 햇살로 반짝이는 협곡 사이로 보이는 코발트색 밝은 하늘을 담았다.







깊고 좁은 협곡안에서 이틀동안 도전과 모험을 보낸 후, 

떠나는 날 아침 7시경의 우리 일행들이

트레일을 밟기전에 캠핑장에서 기념사진을 담았다.








 아침 10시 29분에 처음으로 만난 사람들.

 새로운 오지 여행팀은 미지의 협곡으로 내려가고,







우리 팀은 세상을 향하여 힘차게 걸어 올라오고 있다.







11시경, 드디어 저만치 트레일 입구가 보인다.







White House Trailhead 입구옆에 있는 캠핑장.

First come, First Serve이고 사용료는 없다.








하나밖에 없는 저 화장실 아래로

 파리아 캐년의 벅스킨 걸치로 내려가는 길이다.







Keeping it Wild!

배낭에 짊어지고 왔던 Wag Bag과 쓰레기 봉지들을

화장실옆에 놓여 있는 쓰레기통안에 넣었다.






이렇게 2박 3일간의 벅스킨 걸치 오지를 트레킹한 후에

우리 일행은 페이지(Page)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안드레아와 나는 맨 먼저 커피를 시키고

진하고 뜨거운 커피를 마시면서 여유를 만끽하였다.

아, 그 식당의 음식은 정말 맛이 좋아서

다음에 페이지를 들리게 되면 한번 더 찾아가고 싶다.


수 년전 그랜드 캐년 림투림을 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직 잊지 않고

그 후로 내 삶에 일부분 반영을 하고도 있는데

 이번 벅스킨 걸치 오지 트렠킹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슴에 새기면서

어렵고 힘든 오지 트렠킹을 하면서

자신에게 처해진 상황을 이겨나가려는 사람들의 진한 삶의 무게가 담긴 이야기들은

아마도 오랫동안 잊지 못 할 것이다.






2017. 10. 9 (월)

벅스킨 걸치 오지 여행을 끝내고

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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