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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이 저 만치 가고 있네
05/28/20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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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피천득님의 <오월>에서



이른 아침의 상큼한 공기속에서 앞 뜰에 앉아 모닝 커피를 마신다.

가끔 하늘을 올려다보며

눈부신 아침 햇살이 비껴 들어오는 것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면서....^^

아침의 이런 시간은 내가 갖는 즐거움중의 하나이다.

그러고보니, 오월이 지나가고 있네.



하나,


시카고에 살고 있는 큰 딸래미가

 스킨 켄서 수술을 받은 지 한 달이 되어간다.


몇 년 전에 오른 쪽 눈 밑에 조그마한 티눈 같은 점이 하나 생겼었는데

그게 자꾸 눈에 걸려

3월 중순경에 병원 피부과에 가서 점을 뽑아 냈는데,

그 때 의사가 혹시 모르니 떼어낸 것을 조직 검사를 해 보자고 하여

검사를 해보니 스킨 켄서였다는 것을 4월 초에 알게 되었고.....

패밀리 유니언을 하고 시카고로 돌아간 사흘 후인

419일에 수술 날짜를 잡아 놓았었다.



- 딸과 손녀, 2017. 4월 중순 패밀리 유니언때 라스베가스에서 -



7시간의 수술은

얼굴의 살갗을 갈라 놓고 암 뿌리를 뽑아 내야해서

눈 밑으로 약 4 센치 정도 스크래치를 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흉이 점점 없어진다고 하고,

앞으로는 매번 6개월에 한 번씩 정기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하였다.

그래도 다른 암에 비해서 피부암은 별 것 아니라며 애써 나를 안심시켜 준 딸이었다.

그렇게 마음을 졸이며 오월을 맞이했다.



둘,



수술을 할 때 내가 시카고에 가겠다고 하니까,

그리 큰 수술도 아니고,

엄마는 매일 영어 학교에 가야하고,

또 엄마가 매일 돌보아 주어야 하는 아줌마가 있으니까

  굳이 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 한 큰 딸래미가

어머니날을 맞이하여 꽃을 보내왔다.





이틀전에 꽃을 보냈는데 받았냐는 딸래미로부터 전화를 받은 날은 목요일 낮이었다.

Mother's Day는 돌아오는 일요일이기 때문에

다음 날인 금요일에 2박 3일 여행을 떠나기로 되어 있는데

내가 떠난 후에 꽃이 오면 어떻하나 싶었는데

마침 그 목요일 저녁에 저렇게 현관앞에 꽃 상자가 놓여 있었다.


꽃 도착 시간이 참으로 절묘하다 싶었다.

상자안에는 붉은 장미 두 다즌과

목이 긴 유리 꽃병과

보기에도 맛이 좋을 것 같은 초코렛 상자까지 들어 있었다.





장미 꽃송이가 크고 탐스러워 꽃 병 두개에 나누어 꽂은 후에

한 병은 성모 어머니 앞에,

다른 한 병은 내 책상 앞에 놓고

인증 사진을 찍어 딸래미에게 보내 주었다.

고맙다, 딸아~~



 

셋,



작년 9월말에 16년 동안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아야 하는 바람에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이곳 미국에서 꼭 32 년 동안 세금을 꼬박꼬박 한 달에 두 번씩 내면서 월급을 받았었는데

하루 아침에 갑자기,

 아무런 준비 없이 들이닥친 일이라 마음에 깊은 상처를 받았고 많이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갑자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빠져들어 갔다.


무언가를 해야만 나 자신을 진정시킬 수 있을것 같아,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가 

미국에 와서는 처음으로 ESL를 공부하기로 하였다.

이젠 앞으로,

죽을 때까지 공부만 하면 되겠네, 하면서....^^


커뮤니티 칼리지인 MCC 에서 수강하기로 마음을 먹고

학교에 가서 테스트를 하니까 ESL 레벨 3부터 시작하라고 하였다.

600불 정도 내고 두 과목을 등록 하였다.

117일에 시작해서 310일까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공부하는 것이었다.


매일 아침 8시부터 850분까지는 Reading,

10분 휴식하고 9시부터 950분까지는  Listening and Speaking.

책 두 개는 Reading Lab을 포함하여 약 170불 정도였는데

안드레아가 늦깍이 공부를 축하한다면서 사 주었다.



- 내가 좋아했던 Reading 선생님인 Marji Young 과 학생들 -



 - Listening and Speaking 선생님인 Dr. Lupco Spasovski 와 학생들-



단어를 찾고, 외우고,

온라인 오디오 시스템으로 영어 읽는 것을 복습하는 것이 무척 재미있었고,

공부에 온 시간과 열성을 다 받쳤다.


내 나이 64,

하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

나의 열정은 불타는 듯 강열히 내면에서 솟아나 내 나이를 무색케 하였다.

한 반에 20 명 인데

내가 제일 나이가 많았지만 그들과 친구처럼 재미있게 지냈고

가르치는 선생님과도 친하게 지냈다.





이렇게 열심히 공부한 적은 내 생애에 처음인 것 같았다.

ESL 두 과목을 모두 95% 이상을 받았으니 A 이지만, 성적이 목적은 아니었다.


늘 새벽 4시면 일어나 영어 책을 들여다보다가 학교에 갔었다.

 지금 돌아보니 완전히 영어 공부 속에 빠져 있었던

그 과정의 시간들이 즐거웁기만 하였고

이 시기에 몸무게가 약 3 파운드 가량 빠졌는데

이게 웬 횡재냐 싶었다. ㅎㅎ

(지금은 다시 원상복귀중이라 속상하다)


ESL 레벨 3을 그렇게 끝내고, ESL 코스로는 마지막인 ESL 레벨 4를 다시 수강하였고

320일부터 시작해서 55일 끝냈다.

지금 돌이켜보니,

겨울에서부터 늦 봄까지 치열하였던 시간을 가졌고,

또 그만큼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또 이런 시간을 통해서

 아무런 준비 없이 맞이한 은퇴무력증에서 벗어 날 수 있었던것 같다.


난 여름방학이 끝나고 가을학기가 시작되는 8월 학기부터

Grammar를 하기로 하고, 등록해 놓았다.

그래서 지금부터 다시 학교에 갈 때까지는 열심히 블로그에 포스팅도 하고

여행도 할려고 한다.







 젊은 청년은 파나마에서 온 18살 청년인 다니엘Daniel 인데

항상 내 옆에 나란히 앉아서 공부했고 

다니엘은 이 과정을 끝낸 후에는

애리조나의 유수한 대학교인 ASU(Arizona State University) 로 진학한다고 하였다.


 린다는 멕시코에서 치과의사로 있었는데

이곳에서 다시 자격증을 갖어야하기때문에 공부한다고했다.





회색 히잡을 쓴샷다Shatha는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왔는데

자기 나라에서 PHD를 가진 아주 총명한 여인이었고

이 과정을 끝낸 후에 다시 자기 나라로 돌아간다고 하였다.


늘 내 앞 자리에 앉아 얼굴을 맞대고 공부한, 하얀색 히잡을 쓴 아주 멋쟁이 자이납Zainab

쿠웨이트에서 대학교를 마치고 왔기에

이 과정을 끝낸 후에 오하이오에 있는 대학교로 가서 박사 과정을 밟는다고 하였다.

자이납은 두 살 짜리 막내를 포함하여 아이가 셋이나 있는데

먼저 미국에서 공부를 끝낸 남편이 세 아이들을 돌봐주고 있다고한다.

 공부를 끝내고 쿠웨이트로 돌아가서 자기는 CEO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였다.

지금 자기네 가족이 미국에서 살고 있는 생활비는 모두 나라에서 받고 있다고.

~~ 석유가 많이 나 부자가 된 나라라서 그런지

정부에서 받는 혜택들이 많다고 한다.






모두들 가지고 있는 꿈들이 이루어지길 바라면서

이들과 같이 공부한 시간들을 기억하고 싶어

학교의 마지막 날에 아이폰으로 담은 사진들이 대부분이다.



넷,



올 해도 어김없이 새들의 노래소리를 많이 들었다.

내 방 창가에 있는 복숭아를 따 먹느라

늘 새들이 많이 찾아와 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오월은 복숭아가 익기 때문에

더 많은 새들이 찾아오고

난 가끔 새들에게 말끔히 먹힌 후에

맨 몸으로 땅 위에 떨어져 있는 복숭아씨들을 빗자루로 쓸어 버리곤 했다.


올 해 1월1일부터 새 일을 갖게 되었다.

 하루에 4 시간동안 하는 일이라

10시, 학교가 끝난 뒤에는 곧바로 그곳으로 간다.

그곳에서 4시간 동안 일을 하고 오후 3시반경 내 집으로 돌아온다.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나는 온 몸이 너무 피곤해서

한 두 시간 정도 침대에 누어 쉬어야만 하는데

그 때 창 밖을 바라보면 진녹의 복숭아잎들이 바람에 흔들거리며

 가만가만히 나를 다둑여주는듯 하였다.

 깊어가는 오월속의 요즈음은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복숭아의 잎새들은 많이 커져 있어 신록이 짙어지고,

그 복숭아 나무는 나에게 무한한 위로와 힘을 준다.




다섯,



한 달에 한 두번씩

토요일에 성당에 나가서 제대에 꽃을 꽂는 일을 도와 주고 있다.

 그냥 옆에서 허드레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벌써 3년 째이다.





어제도 내 순서라서

오후에 성당에 가서 꽃을 꽂는것을 도와주고

토요특전 미사까지 참례하고 왔다.


그래서 주일인 오늘 아침,

여유있게 앞 뜰에 앉아 커피를 마시다가

저 만치 가고 있는 오월에게 손짓을 해 보았다.

이젠 따뜻하고 아름다웠던 오월을 보내고,

새로운 날개짓으로 유월을 맞이해야 하지 않을까싶다.

.

.

.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피천득님의 <오월>에서



2017년 5월 28일(일)

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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