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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greencr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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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나무 아래에서
04/25/2017 22:28
조회  2058   |  추천   11   |  스크랩   0
IP 72.xx.xx.58






내가 이 집에 들어온 때는 시월이었다.

그 때부터는 애리조나 기후가 기가 막히게 좋은 때라서 몰랐는데

다음 해 처음으로 맞이하는 여름에는 참으로 난감했었다.

에어컨을 늘 켜고 있어도

아들 방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만큼 사막위에 쏟아지는 태양열은 강했다.

하긴 한 여름에는 온도가 보통 120(F)이니까.







 해결책을 생각하다가 궁리끝에 널스리에 가서 나무를 사다 심었다.

그 당시 회사 빌딩 앞에는 이 나무들이 한 열 그루 정도 있었는데

출퇴근 할 때마다 보면 아주 멋있게 잘 자라고 있었고

바람이 잦은 날에는

마치 대나무가 바람에 부딪치는 소리를 내듯이

좌우로 몸을 흔들거리며 잎새에서 나는 소리가 듣기 좋았다.

나무 잎새도 짙은 녹색이었고 애리조나에서는 잘 크는 나무인것 같았다.


Sissoo Tree.

처음 사다 심었을 때는 내 키만 했었는데

해마다 쑥쑥 잘 자라 주었다.







한 해, 두 해 시간이 지나면서

시수나무는 내게 안식처가 되어주었다.

그리고 아람드리로 자라 준 나무는

창문으로 비껴 들어오는 뜨거운 햇살을 막아주어 아들의 방은 평온해졌고.








쉬는 날,

아니면 주말에 집에 있을 경우에는

커피를 커다란 머그잔으로 담아

담턱에 걸터 앉아 마셨다.

이른 아침이거나,

해질녘인 오후이거나,

시수나무 아래는 내 쉼터였다.


동네도 조용한데다가

의자에 앉아 있으면

조그만 내 뜰의 사방을 시수나무와 더불어

사과나무, 석류나무가 가려주어 평온하고 고즈녘했다.

온통 나무들이 내 바람막이가 되어준듯 했으니까.










그 시수나무 아래에서

지난 10 여년간 꿈을 꾸었었다.

그 시간들을 돌이켜보니 만감이 교차하지만,

행복하였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인생 여정의 희노애락을 행복한 마음으로 돌아보며

지나간 내 인생을 관조할 수 있었고

현재를 사랑하는 마음을 키울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시수나무가 너무 커 버렸다.

잘못하면 몬순기간에 비바람에 휘몰아치는 폭풍에

나무 줄기가 부러져 지붕을 덮칠 수 있는 한계에 다다랐다.


시수나무를 베어내야만 하는 순간이 왔음을 깨닫고

가드너에게 부탁했다.

가드너가 자기 아들과 함께

약속한 날에 나무를 베러 왔다.







아람들이 가지들을 쳐내고 나니

마음 한 켠이 싸아 해졌다.

비록 이제는 시수나무의 몸통만 남았지만,

나는 여전히 저 시수나무 아래에서

또다시 커피를 마시고,

또다시 책을 읽을 것이며,

그리고 때때로 아들과 함께 저 의자에 앉아서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러는 동안,

다시 저 시수나무는 가지들을 뻗어 낼 것이고

그 가지마다

짙은 녹색의 나뭇잎들은 햇살에 빤짝거리며 흔들거리리라.

새들은 날라와 지저귈 것이며

아들 방으로 그늘을 만들어 주겠지.

그리고,

나는 또 그 시수나무 아래에서 꿈을 꾸겠지.









고등학교에 다닌다는 가드너의 아들이

어찌나 열심히 아버지의 일을 도와주던지

그 모습이 하도 이뻐서

나무를 다 베어 낸 다음에 아들에게도 따로 팁을 챙겨주었다.










2017. 4. 15 (토)

느티나무





Sisoo 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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