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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며 살기(gracen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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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둑 이야기
01/29/202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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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도둑 이야기 >>
.
소리칠 겨를도 없었다.

재빠른 동작으로 그는 우리집에 침입을 했고,나를 두꺼운 끈으로 묶어 놓았다.
내 집에 도둑이 들 거라곤 상상도 못 했는데 전날 밤, 딸네 집에 간 아내 에게 자고 오라 말 한 것이 천만 다 행이었다.
' 가진돈... 돈있는 대로 다 내...놔!  안 그러면....죽여 버리겠어" 

20대 젊은이로 보이는 사내는 내게 칼을 들이댔다.

소름이 돋았다  환갑이 넘었 으니, 죽음을 한번 쯤 생각 해보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는 아니었다 .

"내가 돈을 주면 날 죽이지 않을 거요?"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나도 모르게 되물었다.


순간 도둑의 눈빛이 흔들 리더니 고개를 끄덕 이더군요 .그런데 이상, 하게도 푸른색 마스크 위로 보이는 그의 눈빝이 왜 그리 선량해 보였는지....

어디가서 이렇게 말 하면 미쳤 다고 하겠지만 내가 보기에 그는 도둑질할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으니...

"젊은이" 언제부터 이랬나" " 늙은이가 말이 많아. 이상한 소리말고 돈이나 꺼내" 

그는 칼을 내 얼굴에 거의 닿을 정도로 들이 됐다.

눈앞에 보이는 칼 뒤쪽으로 그의 손이 바들 바들 떨리고 있었다 .
" 나는 죽음이 안 무서 워.. ,자식들도 다 키워 놨고 내 손자도,자네 나이 쯤 됐 을걸" 

"이 영감 탱이.... 빨리 돈 내놔"!

그의 목소리는 더 격양돼 있었 는데 왠지 모르게 금방 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돈 줄게 자네가 원하는 것을 다 줄테니 우리 타 협하세"  "...." 도둑 질이 아니라 내가 빌려주는 것이면 어떻
겠나?"
그의 동공이 커지는 것으로 보아 내 말에 적잖이 놀란 모양이 었다...

"내가 잔머리 굴리는 것으로 보이나?
환갑이 넘은 내가 젊은 자네만큼 똑똑 하겠나" 나는 침을 한번 삼키며 말을 다시 이었다  
" 만약 이번이 처음 이라면 자네 인생에 오점을 남기면 안되 잖아 잡혀 가지 않아도, 나중에 후회 하지 않으려
면, 나는 살 만큼 살았으니 지금 죽어도 별 후회가 없지만, 자네는 너무 아까워, 내가 양보할 테니 빌려주는 것으
로 하세"

순간 내가 잘못 본 것인 줄 알았다.
그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주르륵.....
마스크가 움씰움씰 움직이는 것이 그는 분명 울먹이고 있었다.

지금 생각 해보면 나도 간 댕이가 부었지 칼을 쥔 그의 손을 덥썩 잡았다.
순전히 내 마음에서 우러나온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내 생각처럼 그는 선량 한 사람 임에 틀림 없었다.
"에이 씨 못해 먹겠네" 그는 마스크를 벗더니 내 앞에 털석 주저앉아 어린애 처럼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할아버지 죄송합니다" 나도 목이 메여 그의 등을 다독거렸다. 

"도둑 체면이 말이 아니구만, 이런 마음으로 어떻게 도둑질을 하려고.....다  폼이
었나?  허허허"

그는 제 손으로 묶었던 끈 을 다시 풀어 주었다. "무슨 사연이 있는 거야,그렇지" "제 어머니가 혈액 투석 중 이신데, 병원비가 너무 밀려 있어서요."
"한달 후엔 저도 결혼을 해야 하는데 돈 이 너무 쪼들려서.... 죄송 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나는 장롱문을 열어 깊은 곳 에서 금반지 와 목걸이를 꺼냈다.
그리고 손주 등록금에 보태 주려고 찿아 두었던 돈을 그의 무릎앞에 내밀었다.

"할아버지 ! 이러시면...." "내가 약속하지 않았나,빌려주겠다고" "됐습니다 그냥 나가 겠습니다". 나는 그의 손을 붙들었다 .
" 그냥 나 가면 도둑이 되는거야, 나는 도둑에게, 이 돈을 빼앗긴 게 아니라 앞길 창창한 청년 에게 빌려 주는 것이 라네, 나 중에 갚으면 되고 " 그 사람 청년도 울고 나도 울었다.

그는 돈과 패물을 받아들고 내 집을 얌전히 걸어 나갔다. 

나는 그를 문 밖까지 배웅해 주었다.
그는 "성실하게 벌어 반드시 이 빚을 갚겠다"는 말을,남기고 가로 등 불빛 사이로 사라져 갔다

ㅡ 월간 낮은울타리의--

사랑하기에 아름다운 이야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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