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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산삼 도둑 (꽃)
10/22/2018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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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산삼도둑(꽃) 
 나무꾼 박씨는 걱정이 태산이다. 
 혼기를 한참이나 넘긴 딸이 올해는 가겠지 했는데 
 또 한해가 속절없이 흘러 딸애는 또 한 살 더 먹어 스물아홉이 되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딸년 탓이 아니라 가난 탓이다. 
 일 년 열두 달 명절과 폭우가 쏟아지는 날을 빼고는 하루도 빠짐없이 산에 올라 
 나무를 베서 장에 내다 팔지만 세식구 입에 풀칠하기도 바쁘다. 가끔씩 
 매파가 와서 중매를 서지만 혼수 흉내낼 돈도 없어 한숨만 토하다 보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세상에 법 없어도 살아갈 착한 박씨는 한평생 배운 것이라고는 나무장사뿐인데, 
 요즘은 몸도 젊은 시절과 달라 나뭇짐도 점점 작아진다. 눈이 펄펄 오는 어느날, 
 그는 지게에 도끼와 톱을 얹고 산으로 갔다. 
 화력 좋은 굴참나무를 찾아 헤매던 박씨는 갑자기 털썩 주저앉았다. 
 새하얀 눈 위로 새빨간 산삼 열매가 보석처럼 반짝이는 것 아닌가. 
 
 그 산삼은 자그만치 일백 이십년 묵은 동자삼!! 
 박씨가 일백 이십년 묵은 산삼 한 뿌리를 캤다는 소문은 금방 퍼져 저잣거리의 약재상이 찾아왔다. 
 “박씨, 산삼을 들고 주막으로 가세. 천석꾼 부자 황참봉이 기다리고 있네.”  
 박씨는 이끼로 싼 산삼을 보자기에 싸들고 약재상을 따라 저잣거리 주막으로 갔다.  
 
 황참봉과 그의 수하들이 술상을 차려놓고 박씨를 기다리고 
 주막을 제집처럼 여기는 놀음꾼들, 껄렁패들도 산삼을 구경하려고 몰려들었다. 
 마침내 박씨가 보자기를 풀자 일백 이십년생 동자산삼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와~ 모두가 탄성을 지를 때 누군가 번개처럼 산삼을 낚아채더니, 
 이런 처죽여도 시원치 않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일백 이십년 묵은 동자삼을 개뼉따귀 같은 노름꾼놈이 와그작와그작 씹어먹는 것이 아닌가.  

 주막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황참봉의 수하들이 산삼도둑의 멱살을 잡아 올려보니, 
 폐병으로 콜록콜록 하는 놀음쟁이 허골이었다. 제대로 놀음판에 끼지도 못하고 
 뒷전에서 심부름이나 하고 고리나 뜯는, 집도 절도 없는 젊은 놈팡이 허골은 
 코피가 터지고 입술은 당나발처럼 부어오른 채 황참봉 수하들에 의해 방바닥에 구겨져 있었다. 
 “이놈을 포박해서 우리 집으로 끌고 가렸다. 이놈의 배를 갈라 산삼을 끄집어 낼 테다.” 
  황참봉의 일갈에 허골은 사색이 되었다. 바로 그 때 박씨가 나섰다. 
 “참봉어른, 아직까지 허골의 뱃속에 있는 그 산삼은 제것입니다요. 
 이놈의 배를 째든지 통째로 삶든지 제가 하겠습니다.” 듣고보니 황참봉 할 말이 없다.  

 박씨는 허골을 데리고 나와 언덕마루에서 그를 풀어줬다. 
 눈발 속으로 허골이 사라진 후 아무도 그를 본 사람은 없었다. 
 박씨는 막걸리 한 사발을 마시며 크게 한숨을 토했다. 
“그걸 팔아 딸애 시집보내려 했는데… 배를 짼들 산삼이 멀쩡할까, 내 팔자에 웬 그런 복이….” 
 3 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봄날, 예나 다름없이 박씨가 나뭇짐을 지고 산을 내려와 집마당으로 들어오니, 갓을 쓰고 비단 두루마기를 입은 젊은이가 넙죽 절을 하는 게 아닌가. 
 “소인 허골입니다.” 피골이 상접했던 모습은 어디 가고 얼굴에 살이 오르고 어깨가 떡 벌어져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허골은 산삼을 먹고 폐병이 완치돼 마포나루터에 진을 치고 장사판에 뛰어들어 거상이 되었다. 
 꽃 피고 새 우는 화창한 봄날, 허골과 박씨 딸이 혼례를 올렸다.  
 박씨는 더 이상 나무지게를 지지 않고 저잣거리 대궐 같은 기와집에 하인을 두고 살았다. 

(꽃)용서와 베푸는 마음이 남는 장사인가 봅니다. 
           2018.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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