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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학교 쉬니 제자 굶을까 걱정···18㎏ 배낭 멘 선생님의 밥배달
04/13/202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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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무거운 짐을 앞뒤로 짊어진 한 남성이 누군가의 집 앞에 꾸러미 한 개를 내려놓는다. 노크를 한 이 남성은 사람이 나오기 전에 재빨리 도로 쪽으로 떨어져 선다.




영국 초등학교의 젠 포울스 선생님이 제자들의 집으로 배달해 줄 점심 식사를 잔뜩 짊어지고 서 있다. 신종 코로나로 인한 봉쇄 조치로 학교에 오지 못하는 제자들을 위해 그는 매일 18kg이나 되는 식사를 짊어지고 8km를 걸어 제자들의 집에 간다.[트위터 캡처]






노크 소리에 문밖으로 나온 이들은 꾸러미를 집어 들고 집 안으로 들어간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남성의 시선이 창가로 향하더니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번진다. 꾸러미를 손에 든 이들이 남성에게 손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해서다.

그가 방문한 또 다른 집 벽면엔 그를 환영하는 글도 붙어 있다. 짐이 하나씩 줄어들 때마다 그의 보람은 커진다.




젠 포울스 선생님이 제자의 집 문 앞에 음식을 둔 후에 문을 두드려 도착 사실을 알리고 있다.[유튜브 캡처]






이 남성의 정체는 영국 링컨셔주 그림즈비에 있는 웨스턴 초등학교의 젠 포울스 선생님(47)이다. 그는 매일 제자 78명에게 점심을 가져다주고 있다. 78인분의 식사는 대형 배낭 두 개를 꽉 채우고도 남아 큰 비닐봉투에 넣어 둘러메고, 양손 가득 들어야 한다. 무게는 18kg이나 된다. 그는 매일 이 식사를 짊어지고 8km나 걸어 제자들의 집집마다 찾아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영국이 봉쇄되고 휴교령이 내려지자 그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제자들이 외출도 하지 못하는 가운데 끼니를 거를까 봐서다.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그나마 배불리 먹을 수 있었던 무료급식도 먹지 못하게 됐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굶지 않을까’ 고민하던 포울스 선생님은 직접 학교급식 배달에 나선 것이다.




포울스 선생님이 제자들의 식사를 넣은 배낭을 힘겹게 메고 있다.[유튜브 캡처]









매일 18kg이나 되는 식사를 짊어지고 제자 78명의 집을 방문하기 위해 8km를 걷는 포울스 선생님.[유튜브 캡처]






그의 이야기는 최근 영국 매체 BBC, 인디펜던트 등이 잇따라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영국 매체들은 그가 신종 코로나 시대의 “숨은 영웅”이라고 소개했다.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그가 재직 중인 웨스턴 초교는 학생의 41%가 무상급식 지급 대상이다. 이 초교가 있는 그림즈비에 거주하는 어린이의 34%가 빈곤층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그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적어도 한 끼라도 배불리 먹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하게 됐다. 내가 할 일을 할 뿐이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또 음식을 먹기 위해 집 밖에 나가는 게 두려운 가정도 있다. 교사란 나의 자리에서 아이들을 돕는 일을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유네스코는 신종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 165개국에서 학교가 문을 닫고, 전체 학생의 87%인 15억 명 이상이 휴교령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난달 26일 밝힌 바 있다. 무료급식 지원마저 받지 못하게 되면서 빈곤층 어린이의 영양 상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 시대에 제자들에게 음식을 배달해주는 포울스 선생님의 이야기가 큰 울림을 주는 이유다.




젠 포울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나눠줄 점심을 포장하고 있다. 그는 음식 준비도 돕는다.[유튜브 캡처]






그가 배달하는 도시락은 봉쇄된 도시에서 배가 고픈 아이들에겐 소중한 한 끼다. 그는 매일 학교 급식실에서 치즈 번, 각종 칩과 같은 주식은 물론이고, 과일?쿠키?케이크 등 후식까지 살뜰히 포장한다. 음식으로 가득 찬 78개의 종이백을 짊어지고 그는 아이들의 집에 가기 위해 하루에 약 2시간을 걷는다. 제자들이 휴교로 인해 배움의 기회를 놓칠세라 숙제도 함께 전달한다.

반가운 제자들이지만 그에겐 음식 배달을 하면서 지키는 철칙이 있다. 음식을 문 앞에 두고 문을 두드려 도착 사실을 알린 후 문에서 2m 정도 떨어져 선다. 감염을 방지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기 위해서다.




젠 포울스 선생님이 가져다 준 음식을 받고 기뻐하며 감사 인사를 하는 어린이와 학부모.[유튜브 캡처]









점심을 가져다 준 포울스 선생님에게 잠시 문밖에 나오거나 창문을 통해 인사하는 아이들.[트위터 캡처]






포울스 선생님에게 점심 배달은 ‘가정 방문’이기도 하다. 음식을 전달하면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잘 지내는지 눈으로 확인한다. 그는 “문밖으로 나오거나 창문으로 나를 내다보는 아이들을 보며 무사히 잘 있는걸 확인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부터 항상 다른 사람들을 먼저 우선시하는 교사로 정평이 나 있었다. 지난해엔 학부모들의 추천으로 우수 교사상을 받기도 했다.




젠 포울스 선생님이 방문하는 한 학생의 집 울타리에 형형색색으로 감사 메시지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유튜브 캡처]






아이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도 그를 반긴다. 봉쇄 조치로 인해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학부모들은 멀리서나마 그와 대화하길 원한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잠깐이라도 문밖에 나와 “감사하다”고 인사하거나 창문을 통해 손을 흔든다. 선생님이 볼 수 있도록 문 앞이나 창가, 울타리에 감사 메시지를 붙여 놓기도 한다.




젠 포울스 선생님은 제자들이 굶지 않도록 매일 2시간을 걸어 점심을 가져다 주고 있다.[유튜브 캡처]






한 어린 학생은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느낀 점을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은 세상을 구한 거나 다름없어요. 점심을 사람들에게 나눠줘서 계속 살아 있을 수 있게 해주니까요.”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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