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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향의 미국편지(1581).내가 사람인 게 부끄러울 때
04/10/201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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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향의 미국편지(1581).내가 사람인 게 부끄러울 때 

 

덕향의 미국편지(1581).내가 사람인 게 부끄러울 때 



[김령의 퓨전에세이]내가 사람인 게 부끄러울 때

[워싱턴 중앙일보]2016/04/08 21:37

      
오랜만에 뒷길로 차를 몰았다. 경악했다. 숲이 사라지고 없었다. 눈을 의심했다. 개발을 막으려고 이웃 Mr.Feith가 그렇게 노력했건만. 전단지를 만들고 집집마다 우체통에 넣으며 그리도 반대했건만. 30년 그 숲은 내게 그저 신성불가침의 원시림이었다.

하얗게 눈이 내리면 더욱 고요해지던 숲, 봄이 되어 노루가 건너 숲으로 마실 가거나, 여름날 오후 산자라가 나들이 갈 때면 차를 세우고 마냥 기다려도 좋았던 숲길이었다.

“오래 전 이 땅이 생명으로 충만했을 때는 아무도 훌륭한 사람에게 마음을 쓰지 않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대표로 선출하지도 않았다. 지도자는 그저 나무의 가장 높은 가지였고, 민중은 그 숲에 사는 사슴 같은 존재였다.” 장자의 말씀이 생각난다.

북미 캐나다의 퀘백 지역에서부터 미 동부와 캐롤라이나, 그리고 광대한 서부지역에 퍼져 살던 워버너키 부족의 일부인 믹맥 사람들에게 이런 말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 “그대는 지금 약을 밟고 서 있다. 독을 가진 풀이 있다면 그 근처에 반드시 그 독을 해소하는 풀이 있다는 뜻이며, 모든 것은 어딘가에 쓰일 수 있는 약이다.” 이들은 땅에 깊은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꼭 땅을 파야할 때면 땅에다 담배를 제물로 바쳤다고 한다.

장례를 치를 때도 널빤지 위에 시신을 놓아 새들이 먹게 하고 땅에 묻지 않았다고 한다. 조장을 치른 것이다.

머잖아 새 집들 사이에 큰 길도 들어서리라. 백인들은 인디언들을 가리켜 ‘바퀴도 만들어 쓸 줄 모르는 사람들’이라며 얕보았지만, 그들의 생각은 달랐다고 한다. 바퀴는 편리한 만큼 상응하는 폐해를 가지고 온다는 것이다.

바퀴는 부드러운 땅에 상처를 내고 단단한 땅은 바퀴에 상처를 주기도해서 길과 바퀴는 결코 평화롭게 지낼 수 없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었다는 것이다. 현대식 도로는 어머니인 대지의 핏줄을 자르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땅은 물을 간직하고, 물은 땅에 생명을 주며, 태양의 열기로 물을 공중으로 끌어 올리고, 구름이 된 물은 비의 모습으로 다시 땅으로 되돌아온다. 이 모든 현상의 요체를 희생(犧牲)으로 파악하며, 이것이 세상을 끊임없이 새로운 생명체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는 동양의 오랜 사상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고국의 풍습에서도 땅을 사람에 비견하고 있다. 동물도 그렇다. 동물은 가까이 두고 귀여워할 존재가 아니다. 사람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며 의사를 소통해야 하는 동료라는 것이다.

함께 살던 동물이 병들면 안락사를 시킬게 아니라 숲으로 보내 자연 속에서 창조주의 손에 맡겨져 치료되거나 위엄 있게 죽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숲은 나무와 풀, 꽃 그리고 동물의 집이다. 노루와 사슴, 토끼, 도토리, 다람쥐들의 집이기도 하다.

크고 화려한 집을 짓기 위해 사람들은 그들을 그들의 집에서 쫓아버렸다. 어제 오늘 이 길을 오가며 여러 개의 죽음을 보았다. 노루인지 사슴인지 덩치가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다.

미안하다. 그리고 아프다. 이 숲에 살던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무얼 먹고 살까? 어디서 잠들까? 내가 사람인 게 오늘은 참 부끄럽다. 아직 남아있는 숲을 들여다본다. 정말 아름답다.

   

04-11-16(월)
미국에서
덕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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